커피 한 잔 값으로 수만 명을 살릴 수 있다면?

유니세프의 빈곤국 결식아동 돕기 이야기가 아니다. 가구당 한 달에 커피 한 잔 값이면 4~5만명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 이야기이다.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경비노동자 인권유린과 분신자결, 집단해고와 파업결의로 에스컬레이트된 이 문제는 일부 아파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12월 31일까지 전국의 모든 아파트에 해당되는 일반적인 문제이다.

아파트 경비직은 근로기준법상 ‘감시단속직’에 해당되어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되어 왔다. 이것이 불합리하다하여 2010년부터 70%부터 시작하여 매년 10%씩 최저임금 적용을 해오다가 2015년 1월 1일부터는 모든 감시단속직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의 100%가 적용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략 19%(월 23만원) 정도의 임금(비용) 증가가 발생하고 사용자는 전체 25만 명쯤 되는 경비노동자의 20%에 해당하는 4~5만 명을 정리해고 할 가능성이 크다.

간단히 살펴보면 이 사용자는 악덕사업주가 분명하다.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해 대량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사업주라니…

그런데 이 사장님들이 너무 많다. 국민의 70%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고 이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노동자들의 ‘진짜 사장’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경비의 경우 관리사무소에서 직접 고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외부용역업체와 계약을 한다. 그래서 ‘진짜 사장’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는 채 수만명의 일자리를 뺏는 악덕사업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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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년 동안 노력해 왔지만 부지불식간에 매년 수만 명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사태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 사실 사용자가 노동자보다 100배나 많은 특수한 노사관계에서 파업을 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이 문제야말로 ‘사용자들의 선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압구정동의 그 아파트같이 간편하게 모두를 해고(용역업체 변경)하는 방식을 택한 곳도 있지만 석관동 두산아파트처럼 주민들이 십시일반하여 최저임금과 고용을 보장하는 결정을 한 곳도 있다.

정부에서도 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3억 정도의 보조금을 지원한다지만 언 발에 입김 불어주는 정도도 되지 못한다.

이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의 노동인권의식, 노동감수성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노동’을 천시하고 ‘노동조합’을 혐오하는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에 길들여진 우리 사회 구성원의 70%가 직접 관련된 이 문제를 어떻게 대하느냐 하는 것은 사회적 성숙도를 확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도 같다.

정부의 고용대책은 ‘신자유주의 고용유연화 = 비정규직 늘리기’로 일관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최근 정규직의 ‘과잉보호’를 해소하여 ‘중규직화’하겠다는 황당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3000만 명에 달하는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진짜 사장인 아파트 주민들의 태도가 중요하다. 속절없이 길거리로 내몰릴 경비노동자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정부의 이 같은 고용유연화에 적극 동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입주자 대표나 관리사무소가 결정한 일이라고 면책되는 것이 아니다.

입주자들 중 몇몇이라도 이 상황을 인식하고 입주자대표든 관리사무소든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아보고 몇 천원 더 부담할테니 정리해고만은 하지 맙시다 라고 해야 한다. 무지나 무관심이 때론 사회적 죄악이 되기도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 당장 경비실에 들러 물어보시라. 우리의 이웃이기도 한 그 경비노동자들이 연말연시에 따뜻한 말 한마디는커녕 일자리를 빼앗기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지 않도록 하는 작은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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