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자. 제발…

나는 컨테이너 장치장(CY)과 부두에서 7년 정도 일했었다. 컨테이너 화물을 다룰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과적과 편중을 하지 않는 것, 그리고 안전하게 고정시키는 것이다. 컨테이너 안에 화물을 적재할 때 적재정량에 맞게 짐이 쏠리지 않도록 무게를 고르게 분산시키고 잘 묶어야 하고 컨테이너를 배에 실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

세월호 사고가 나던 날, 기울어진 배 옆에 둥둥 떠 있는 컨테이너들을 보며 과적, 편중, 결박불량부터 눈에 들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세월호는 규정의 몇 배나 되는 과적을 했고 결박은 아예 하지 않았다.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실으면 주저앉고 무게가 쏠리면 넘어지며 잘 묶지 않으면 흩어진다는 이 단순하고 기본적인 것이 우리 사회 전반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되고 있다. 아니 과적과 편중과 무결속을 구조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물건이든 사람 사는 세상이든 고르지 않으면 흩어지고 주저앉고 전복된다.

화물연대는 조직적으로 과적단속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부차원의 과적단속이 도로파손이나 사고위험 때문이라면 노조차원의 과적단속은 ‘나눔’에 관한 것이다. 예컨데 10톤을 실어야 하는 화물차에 20톤을 실으면 다른 사람의 일감을 뺏는 짓이 된다. 여기에 더하여 가격덤핑을 하기 때문에 일감과 벌이가 동시에 줄어드는 것이다. 때문에 노조 차원의 과적단속은 일자리 나누기와 공정한 가격을 위한 활동이다. 나누지 않으면 고르게 될 수 없고 고르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것을 노동자들은 잘 알고 있고 스스로 나눔과 고름을 실천하고 있다.

고르게 잘살기 위해서는 서로 나누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지배세력이 흔히 들이대는 ‘너희들끼리 나누라’는 이데올로기이다. 재벌중심의 수직하청 피라미드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설국열차의 꼬리칸처럼, 게토의 유대인들처럼 하층 서민들끼리 나누거나 아귀다툼을 벌이게 하는 지배이데올로기는 의외로 쉽게 사람들의 머리속에 심어져 있고 완고하게 작동하고 있다.

예컨데 노동시간과 통상임금 문제가 그렇다. 최근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며 오히려 법정노동시간은 늘리고 가산수당은 삭제하는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내놓았다. 비난이 거세지자 공동발의한 어떤 의원은 실무자를 탓하며 발의를 철회하기도 했고 권 의원 본인은 의사당에서 비키니 사진을 감상하다 들켜서 구설수에 올랐다.
노동시간 단축 문제는 화물차 과적처럼 과도한 연장노동을 줄여서 일자리를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돈은 적게 받고 일은 더 시키거나 하는 것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최장노동시간 2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시간을 줄여서 일자리를 나누기보다는 노동시간을 늘리고 초단시간 일자리 같은 나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고용률 70%를 달성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 ‘권성동 안’의 핵심도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노동시간을 늘린다는 것이다. 자본과 노동력과 사회적 기반이 합쳐져서 창출되는 사회적 부가가치를 재벌 대기업에게 몰아주는, 과도한 편중으로 이미 심하게 기울어진 경기장이 된 사회에서 더 많은 이윤을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노동자를 쥐어짜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번 노동시간 논란이 더욱 위험한 이유는 최소한 노동자 편에 서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고용노동부가 근기법 개악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법정노동시간은 1일 8시간 주 40시간이다. 그런데 노동부는 주간 법정노동시간은 68시간까지 가능하다고 ‘해석’한다. 주 40시간과 연장노동 최대치인 12시간은 월~금까지만 해당되고 주휴일인 토,일요일 노동 8시간 X 2일 = 16시간은 해당되지 않으므로 주당 노동시간은 40 + 12 + 16 = 68시간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엉터리 계산은 법정에서는 일관되게 부인되어왔다. 노동부는 권성동 의원을 내세워 68시간을 60시간으로 ‘줄이는’ 법안을 제출했고 정작 권 의원 본인은 법안 내용조차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

이 같은 일은 작년 통상임금 논란 때 이미 똑같이 진행되었다. 노동부는 20년 가까이 법원에서 패했으면서도 통상임금 범위를 터무니없이 낮추는 ‘행정해석’을 고수해왔고 마침내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논란을 점화시키고 대법원 전원합의부는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운 정치적 판결을 내놓았다. 노동부 관료들은 작년의 ‘통상임금 축소 대첩’을 ‘노동시간 연장 대첩’으로 재연하고 싶은 것일까?

‘저녁이 있는 삶’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었다. 감성적인 측면도 있지만 저녁이 있는 삶, 주말이 있는 생활은 경제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내수기반이 늘리기는커녕 노동자들만 쥐어짠다면 성장동력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통상임금은 줄이고 노동시간은 늘린다는 것은 재벌과 기업은 그대로 두고 노동자들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심지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강성노조’에게 공격을 화살을 돌리고 있다. 전형적인 꼬리칸-게토 방식의 지배이데올로기이다.

주저앉고 넘어지고 흩어지지 않으려면 나누어야 하고 그 나눔의 1차적 대상은 재벌 대기업이다. 모든 사회적 부가 재벌에게 과적-편중-무규제인 이 상태를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호는 침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재벌에게 모든 부가 과적-편중된 대한민국호 선장은 노동자 서민들에게 ‘너희들끼리 나누라’고 호령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호는 반드시 침몰한다. 함께 살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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