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전관예우 방지 대책 속에서 모처럼 주목되는 근절책

「저는 이번에 정든 법원(또는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베풀어 주신 성원과 후의에 감사드리며 변함없는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일간신문 1면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변호사 개업광고는 대체로 위와같은 인삿말에 이어 개업 변호사의 주요 학력 및 경력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개업광고가 성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때 의아해 했던 적이 있다. 판사나 검사를 하다가 퇴직하여 변호사가 되었다면 개업사실을 지인들에게 문자나 우편으로 알리면 충분할텐데, 왜 일간지 1면에 상당한 비용을 들여 광고를 내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었다. 이에 대해 한 고참 변호사는 “다른 목적도 있겠지만 법조 브로커에게 자신이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임을 광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대형사고의 배경에는 거의 예외없이 전관예우가 관련돼 있음이 드러나면서 국회가 공직자윤리법과 변호사법 등을 대대적으로 손질해 둔 지금도 위와같은 개업광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 대목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이번달부터 시행키로 한 연고관계로 인한 재판부 변경방안이 전관예우를 막는 묘책으로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5년 8월부터 형사 합의재판부와 변호인 사이에 학연, 근무경력 등 연고관계가 있으면 재배당을 통해 재판부를 변경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재배당 사유로는 법관과 변호인 사이에 고등학교나 대학교, 대학원의 동기이거나 사법연수원 동기, 법원과 검찰 및 변호사 사무실 등 과거에 같은 기관에서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경우 등이다. 재배당 절차는 재판장이 위와같은 연고관계를 이유로 사건의 재배당을 요구하면 사건배당 주관자인 법원장이 연고관계의 종류, 친밀함의 정도, 재배당할 경우 재판 당사자가 받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재배당 여부를 결정한다.

사실 위와같은 재배당 절차에 관한 규정은 이미 8년여 전에 마련되어 있던 것이다. 즉 2006. 9. 22.자로 개정된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제14조 제10호에는 재배당 사유로서 ‘재판장이 자신 또는 재판부 소속 법관과 개인적인 연고관계가 있는 변호사의 선임으로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오해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재배당 요구를 한 때’가 신설되었다.

그러나 위 예규가 마련된 후에도 재판부와 변호사 사이의 연고관계로 인한 재판부 변경은 실제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개인적 연고관계가 있어도 법관은 헌법 제103조에 따라 헌법,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므로 재판의 공정성 우려는 없다고 판단하여 재판부가 법원장에게 재배당을 요구하는 일이 거의 전무했던 것이다. 제도를 정비한다고 하여 바로 그 제도가 집행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번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위 연고관계로 인한 재판부 변경 예규를 적극 적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사문화 되다시피 한 예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법원의 입장 표명은 벌써부터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듯하다. 이른바 성완종 게이트로 기소된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재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 변호사를 선임했다가 물의를 빚자 홍지사가 선임한 변호사가 더이상 변호를 맡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사실 변호를 계속 맡으려 해도 재판장이 연고관계를 이유로 사건 배당 주관자인 법원장에게 재배당을 요구하면 재판부가 바뀔 가능성이 높은 만큼 스스로 물러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셈이다.

전관예우는 사실 법조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공직에 관련되어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운조합 이사장직 등을 독차지해 온 해수부 마피아가 눈총을 받았고, 원전 비리와 관련한 핵피아, 방위산업비리의 군피아,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드러난 금피아 등이 가까운 예이다. 전관예우는 민간업계의 퇴직자에 대한 예우처럼 미덕이 될 수 없다. 그것은 공직이 갖는 공적 사명을 희생시켜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특혜를 받으려는 민간의 욕심과 선배에 대한 예의를 명분으로 퇴직 후의 안일을 챙기려는 공직자의 사욕이 만나는 지점에 전관예우가 생겨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재배당 활성화 방안은 민간의 욕심을 제어함으로써 전관예우를 방지하는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비싼 수임료를 주고 재판부와 연고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더라도 재판부가 변경되면 그것이 허사가 되는 것 아닌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회에서는 공직자윤리법 등 개정안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총리 인준절차에서 법조윤리협의회가 총리 후보의 변호사 시절 수임자료 공개를 거부하는 등 전관예우를 금지하기 위한 제도의 작동은 겉돌고 있는 모습이다.

현행 ‘대법원 사건의 배당에 관한 내규’에는 대법관과 연고 관계가 있는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에 대해 재배당을 요구하여 재판부를 변경할 수 있는 규정 자체가 없다. 하급법원과 대법원 사이에 연고관계로 인한 재판부 변경의 필요성에 있어 차이가 있을 수 없음을 고려하면 손질이 필요한 부분이다.

변호사 개업광고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은 표리부동한 우리 사회의 내면 풍경이다. 겉으로는 전관예우를 근절하겠다고 온갖 대책을 내 놓았지만 속으로는 전관예우가 여전히 활보하는 세상이다. 재판부 변경 활성화 방안이 전관예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본다. 아울러 이러한 방안이 다른 법원으로도 확산되고, 형사 합의부 사건 뿐만 아니라 형사 단독사건, 민사ㆍ행정ㆍ가사사건 등 법원의 모든 재판업무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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