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후 국정감사 후반기 일정에 거는 희망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깊은 밤 홀로 깨어있다 보면 가끔은 불현듯 떠오르는 단상이다. 죽기 위해 산다는 답도 가능하겠지만 현답은 아닌 듯하다. 죽음은 삶의 종착지일 뿐, 그것이 살아가는 이유와 목적을 설명해 주지는 않기 때문이리라. 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산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행복의 의미는 각인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뭔가 뿌듯하고 평온하며 환희와 감격이 가득한 마음의 상태로 생각된다. 그것은 명산의 정상 가까이에 있는 산장에서 새우잠을 자고 난 후에 바라본 일출 장관이 주었던 느낌과 비슷하다고 본다. 특히 전날 오후 늦게 산기슭에서 출발한 등산이 폭설이나 폭우로 인해 더욱 지체되어 생과 사를 넘나드는 야간 악천후 산행 후에 맞이한 일출이라면 그 감격이 더더욱 클 것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던 삶이 자식을 얻게 되면 자식의 행복에 방점이 찍힌다. 사람은 이때부터 자신과 자식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게 보통이다. 자신과 자식이라는 글자는 닿소리 하나 차이지만 닮은꼴이다. 한글이 표음문자라고 하지만 자신과 자식이라는 글자에 관한 한 표의문자의 생성원리를 따른 듯하다. 자신의 DNA와 배우자의 DNA가 섞여 닿소리 하나가 달라진 것이 자식이라는 뜻이 아닐까. 어른은 자신의 행복보다는 자식의 행복을 더욱 중요시한다. 자신이 오늘이라면 자식은 내일이자 미래이기 때문이다. 예외는 있겠지만,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것은 일반적 행동준칙이다.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모든 어버이들의 숙명이자 자연의 섭리일 것이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한다. 사랑은 윗사람에게서 아랫사람에게 흘러가는 것이 순리라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모든 조상은 어떤 후손보다도 더 큰 사랑을 내어준 존재라고 해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추석 명절 때 차례를 지내고 조상을 추억하는 것은 옛날부터 이어져 온 풍속이기도 하지만 사랑에 대한 답례라는 실천적 의미를 지닌 것은 아닐까 싶다.

정기국회 일정에 따라 올해 추석 연휴를 구획선으로 전ㆍ후반기로 나누어 진행되는 국정감사의 전반기가 종료되었다. 예년에 비해 나라 전체를 뒤흔드는 이슈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지만, 국정감사의 중요성은 새삼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장 밖에는 추석 선물꾸러미가 쌓여있고, 기업을 불러 지역구 민원을 챙기는 등의 행태를 보여 저질 국감, 쭉정이 국감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올해의 국정감사는 708개 피감기관, 4,175명의 증인과 참고인 등 외형상으로는 역대 최대의 규모라고 할 수 있지만, 민생은 여전히 뒷전이고, 고성과 호통이 난무하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국정감사는 외국 헌법에서는 그 예를 찾기 어려운 제도이다. 그러나 여당과 야당 간의 합의에 따른 국정조사권의 발동이 좀처럼 어려운 정치 현실에 비추어 정례적인 국정감사제도가 국정 통제를 위한 불가결의 제도적 장치로 인정받고 있다. 독재정권 시절인 유신헌법과 5공화국 헌법 외에는 국정감사제도가 건국 이래 유지되어 온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정 실태를 파악하여 새로운 입법 및 예산안 심의자료로 삼고, 행정부의 비리를 적발하여 시정을 촉구하며 국정에 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

4대강 개발사업과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 등 전 정권의 과오로 드러난 예산 낭비사례만 보더라도 허투루 쓰인 국민 세금이 수십조 원에 이른다. 그 돈을 미래를 가꾸는 사업에 요긴하게 사용했더라면 우리 자손들의 삶은 한결 풍요와 여유에 가까이 다가갈 것이 분명하다. 현 정권이 표방하고 있는 창조경제도 위와 같은 예산 낭비의 전철을 밟는 일이 없도록 국정감사를 통해 실태를 철저히 파악하고 필요하면 궤도 수정을 촉구해야 한다. 모름지기 국정감사를 하는 의원들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단 한 푼의 공금이라도 허비되는 일이 없도록 선량의 의무를 다해야 하고, 유권자는 자식을 위하는 마음으로 의원들의 활동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선진국의 국회가 하고있는 청문회나 국정조사를 우리는 왜 본받지 못하는가. 국정의 환부를 찾아내려는 게 아니라 호통이나 치고 사익을 챙기려는 우리의 국감은 미래를 희생시키고 후손의 행복을 갉아먹는 행위에 불과하다. 추석 연휴 후에 진행될 후반기 국정감사에서는 제발 내년의 총선을 겨냥한 한탕주의식, 인기영합식 국감이 아니라 민생과 나라의 미래를 개척하는 감동의 국감 장면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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