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분쟁상황을 지켜보며 우리가 할 일을 생각한다

세상이 평화롭지 않다.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 전해지는 소식에도 온통 대결과 보복, 죽음과 화약 내음이 배어있다. 지난해에 이어 새해에도 IS의 대서방 테러가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와 이란 사이의 종교적 갈등이 중동 지역을 살얼음판으로 몰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북한의 수소탄 실험이 가세하면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정세에도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세계가 앓고 있는 이러한 대결과 불안의 근원에는 지난 세기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배와 분할통치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동이 세계의 화약고가 된 것은 제1차 세계 대전 중이었던 영국의 모순된 대외 정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1915년 10월경 아랍인이 전쟁에 협력하면 아랍인의 독립 국가 건설을 지지한다는 이른바 맥마흔 선언을 했다가 1917년 영국의 외무장관 밸푸어가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의 민족국가 건설을 지지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모순을 드러냈다. 영국은 당시 오스만 투르크와의 전쟁에 아랍인의 협력을 받기 위하여 맥마흔 선언을 하고, 미국 내 유대인의 지지를 받아 미국의 참전을 유도하려 밸푸어 선언을 하였는데, 두 선언의 모순점이 대립과 불화의 싹을 심었다.

서구 열강은 전쟁이 끝난 후 오스만제국에서 해방된 이 지역에 통일 아랍국가를 세우려는 아랍인들의 열망을 배신했다. 즉 중동지역을 크게 4분할하여 시리아와 레바논을 프랑스가 신탁통치하고,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을 영국이 신탁통치키로 결정했다. 그 후 영국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밸푸어 선언을 이행하려 하다가 이에 대한 아랍인의 격렬한 저항과 유대인의 대응을 해결하지 못한 채 1948년 5월 팔레스타인에서 철수함으로써 전후의 뒤처리에 실패했다. 이것이 원인이 되어 그때 이래 4차례의 중동전쟁과 3차례의 걸프전 등이 벌어져 이스라엘과 아랍권 간의 대립뿐만 아니라 아랍권 내부의 동족상잔을 초래했고, 그것이 21세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사에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우연으로 보이는 일도 인간 능력의 한계 때문에 그 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운 것일 뿐, 자연과학과 인지의 발달에 따라 원인이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불교의 연기설(緣起說)이 수천 년 동안 설득력이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IS가 등장한 배경에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주된 요인이 되었다는 시각이 유력하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후 대량살상무기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궤멸시켰지만, 대규모 살상무기를 찾지 못한 채 이라크를 혼란 속에 방치해 버렸다. 2011년 미군 철수 후 이라크는 내란을 겪었고, IS는 이라크 서부를 근거지로 이라크 정부군에 대항하면서 이라크 영토의 3분의 1을 차지한 데 이어 시리아 동부지역까지 진출했다. 결국 미국이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후 뒤처리에 실패한 것이 이라크 내전을 초래했고, 그것이 IS의 탄생과 세력 확대를 가져온 것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최근 ‘2016년의 세계 10대 분쟁지역’으로 시리아와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4곳과 무장조직 보코하람 활동지역인 차드 호수 분지와 남수단, 부룬디 등 아프리카 3곳을 지목했다. 모두 지난 세기,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가 낳은 후유증으로 민족ㆍ종교 간 분쟁이 발현된 지역이다. 서구 열강의 세계 분할 통치라는 야욕이 부메랑이 되어 인류에게 대참사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론의 저자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확대된 규모의 결투로 정의했다. 결투란 폭력을 통해 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클라우제비츠가 목격한 전쟁은 재래식 무기에 의한 워털루 전쟁 등이 전부다. 따라서 현대전의 첨단 무기에 의한 무차별적 살상과는 거리가 멀다. 현대전은 결투가 아니라 자살테러와 마찬가지의 모순이다. 상대를 죽이기 위해 자신의 목숨도 당연히 내놓아야 한다. 여기에 합리와 이해타산이 숨 쉴 여지가 없다. 자가당착의 내적 모순이 전쟁이라는 외적 모순으로 확대 변형되는 과정을 우리는 위 맥마흔 선언과 밸푸어 선언의 모순에서 발견한다.

핵무기에 의한 공포의 균형시대에도 전쟁의 포화는 멈추지 않고 있다. 핵을 보유한 강대국들은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통해 공포의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스스로 뿌린 씨앗으로 인하여 지구 상에 전쟁의 포화가 그칠 날이 없게 만든 역설적 행적을 보이고 있다.

서방 강대국들은 현재의 중동 사태에 대하여 일정 부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시리아 난민의 대거 유입으로 좋은 싫든 그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은 인과응보로 보인다.

독립국은 나라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위안부 문제 협상 결과를 보면서 과연 우리는 독립국이 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대북한 공조 대열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하여 한ㆍ일간 위안부 관련 합의를 유도하였다는 추측이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 정세를 좌우하는 4대 강국의 각축 속에서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려면 먼저 우리의 각오가 투철해야 한다.

터키 해안에서 발견된 3세 소년 아일란의 주검과 시리아 난민의 유럽행 엑소더스 행렬은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자결권을 확고히 지키지 못한 약소국의 비극적 참상이다.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진정한 독립국이 되기 위하여, 그리하여 자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조상이 되기 위하여 오늘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성찰에 성찰을 거듭해야 할 시점이다.

본 글은 뉴스타파 블로그를 통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뉴스타파 블로그 회원가입을 통하여 뉴스타파 블로그에 합류하세요! 블로그 가입하기 | 자주 묻는 질문
뉴스타파 객원칼럼은 뉴스타파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뉴스타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