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도둑 막는 김영란법과 공직 감수성

공무원과 공직자들의 부패와 비리가 점입가경이다.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특혜 대출이나 재산축적 의혹 등은 결격 사유가 되지 않을 정도로 메가톤급 공직 부패상이 불거져 나오며 연일 뉴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와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구속된 데 이어, 정운호로부터 뇌물을 받은 현직 부장판사가 구속되었다. 120억 원대 주식 부자가 된 현직 검사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자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검찰조직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개혁방안이 발표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현직 부장검사가 고교 동창으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사건무마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대검찰청의 감찰이 개시되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의 부실과 관련하여 홍보회사 대표가 구속되었고, 전 조선일보 주필이 출국금지되어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아울러 전 정권의 실세였던 강만수 전 산은총재와 그 동창생 등이 수사를 받고 있다.

공무원이나 공직자라는 단어의 공(公)자를 옥편에서 찾아보면 그 뜻이 「공평하다, 공변되다, 공평무사하다, 숨김없이 드러내놓다, 함께 하다, 상대를 높이는 말, 벼슬, 존칭, 제후」등으로 풀이되어 있다. 그중 두 번째 뜻풀이인 ‘공변되다’가 무슨 의미인지 생경하여 다시 국어사전을 들춰보면 「행동이나 일처리가 사사롭거나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공평하고 정당하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공무원이나 공직자는 행동이나 일처리가 사사롭지 않고 정당하여 존경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뜻인데, 그 이름값을 못하는 공직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셈이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은 공직자의 부패와 비리에도 적용되는 듯하다. 단언컨대 공무원이 처음부터 소도둑 되는 경우는 없다. 모두 공짜밥이나 사소한 선물 등이 그 출발점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즉 공직자의 부패도 바늘도둑부터 시작된다. 그것을 못하도록 공직 감수성을 높이자는 것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의 핵심이라고 본다. 김영란법이 식사비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의 상한선을 정해놓은 것도 바늘도둑을 막자는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의 시행을 앞두고 지난 한달 여 동안 국민권익위원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질의 700여 개를 훑어보면 우리 사회가 그동안 관행으로 눈감아온 공직사회의 바늘도둑이 어떤 모습인지 그 대강을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매품인 공연 티켓을 공무원 등에게 제공하는 것이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지, 지방공사가 출자한 리조트가 공무원에게 스키장ㆍ오션파크의 무료이용권을 제공하거나 할인혜택을 주는 것이 법 적용대상인지, 공무원의 경조사에 회사 직원 2명이 참석하여 1명은 회사의 비용부담으로 10만 원을 내고 1명은 개인돈으로 10만 원을 낸 경우 법 위반은 아닌지, 공무원이 지인의 골프 회원권을 빌려 사용하거나 지인과 동반하여 회원권을 사용하는 것이 법 적용대상인지, 회사가 보유한 골프회원권으로 회원에게 적용되는 5만 원 이하의 그린피(골프장 이용료)를 내고 공직자에게 접대 골프를 하는 것이 5만 원 이하의 선물로서 허용되는지, 공직자가 민간단체로부터 감사패와 함께 받는 포상금이나 상품권이 법 적용대상인지 등의 질의가 그러하다.

한편 부패 기득권세력의 반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의 초기 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빌미로 적용 범위의 축소나 예외의 확대를 통해 법을 용두사미로 만들려는 저항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5일 김영란법의 적용대상 기관 4만919곳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6일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됨으로써 김영란법의 시행 준비는 거의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법 시행에 즈음하여 자신의 행위가 법에 저촉되는지 여부에 관한 질의가 많다거나 직종별 매뉴얼의 부피가 많다는 것이 김영란법의 문제점이 될 수는 없다. 법 적용대상자는 자신이 궁금해하는 부분만 참조하면 되므로 매뉴얼의 부피가 방대하다는 것은 다양한 사안별로 설명이 되어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를 종식시킨 공직선거법의 규정과 분량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4년 제정 당시 277개 조로 되어 있던 공직선거법은 그 분량이 민법보다 많았다. 민법은 조문이 1,118개에 이르러 법령 중 가장 조문이 많은 법률이다. 공직선거법의 조문수는 민법의 4분의 1 정도지만, 각 조문에 담긴 상세한 내용 때문에 그 분량이 민법을 웃돈 것이다. 이처럼 상세한 규정 덕분에 공직선거법은 깨끗하고 돈 안드는 선거를 구현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김영란법 시행과정에서 제기되는 수많은 질의와 그에 대한 유권해석을 집대성하여 직종별 매뉴얼을 계속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로써 공직자와 언론인 등 법 적용대상자들이 자신이 하려는 행위의 허용 여부를 매뉴얼에서 확인하는 습관을 갖게 된다면 김영란법은 공직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 생활 속의 법치주의를 정착시키는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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