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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박근혜가 자초하고 있다

김종철 프로필 사진 김종철 2015년 06월 26일

현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위원장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국회법 개정의 시발점은 ‘바로 당신’


하필이면 6월 25일에 대통령 박근혜가 여당과 야당을 싸잡아, 정치권에 선전포고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진 바로 그 날과 같은 날이다. ‘메르스 대란’이 가라앉지 않아 공포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그 여파로 빚어진 경제 위기, 사회적 혼란 등으로 심란하기 짝이 없는 국민들은 ‘이 난리는 또 무엇인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박근혜가 25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한 ‘모두발언’은 살벌하기 짝이 없다.




정치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를 먼저 생각하고, 정부의 정책이 잘 될 수 있도록 국가가 견인차 역할을 해서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와 정부 정책에 대해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 비판만을 거듭해 왔습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한 보건컨설팅업체와 공동으로 145개국의 15세 이상 남녀 14만 6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14 세계 웰빙지수’에서 한국은 117위를 기록했다. 2013년 조사를 바탕으로 2014년에 발표된 75위보다 한참 곤두박질을 친 것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한 해 만에 이렇게 처참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 단순히 여야 정치인들 때문인가? 국정의 최고 책임자 박근혜는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먼 산만 보고 있을 텐가?




정치와 정치권에서 국회법 개정 이전에 당연히 민생법안의 사활을 건 추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묶인 것부터 서둘러 해결한 것을 보고 비통한 마음마저 듭니다. 정부를 도와줄 수 있는 여당에서조차 그것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국회법 개정안으로 행정업무마저 마비시키는 것은 국가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참으로 과장이 심하다. 사활을 걸고 민생법안을 추진한다고 해서 수렁에 빠진 경제가 단기간에 양지로 나올 수 있다는 뜻인가? 그리고 ‘국회법 개정안으로 행정업무마저 마비시키는 것’이라는 주장은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인가? 지난 5월 20일 메르스 확진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이래 ‘행정업무 마비’의 원천은 대통령 자신과 공직자들이었다.


박근혜는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크므로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청을 제기한 뒤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되지 왜 그렇게 서둘러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려고 하는가?


이 문제에 관해서는 ‘거부권 발표’ 직후 국회의장 정의화가 간단하고도 명쾌한 해명을 했다.




국회법 개정안의 경우에도 정부의 위헌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중재안을 마련해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 ‘위헌적 강제성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뒤 이송했다. 이것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함의를 담은 메시지’였다.”



국회법 개정안은 지난 5월 19일 새벽 3시를 넘긴 시각에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함께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의원 가운데 무려 86.48%나 되는 211명이 찬성하고 11명이 반대, 22명이 기권했다. 새누리당과 야당 소속 의원들이 그렇게 높은 찬성률을 보인 것이 박근혜가 말하는 ‘정쟁’의 결과였을까?


국회법 개정의 시발점은 바로 대통령 박근혜임을 그 자신이 모른다고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국회가 제정한 ‘세월호 특별법’을 집행하는 데 필수적인 시행령을 국무회의가 철저히 ‘개악’한 것이 세월호 가족들은 물론이고 ‘안전사회’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거센 비판을 사자 여야가 끈질긴 협상을 거쳐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던 것이다. 박근혜는 개정된 국회법안이 “사법권을 침해하고 정부의 행정을 국회가 일일이 간섭하겠다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대통령이 모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시행령을 공포하면 국회가 그것을 바로잡겠다고 하는 것이 어떻게 사법권 침해가 되는가? 지금 독선과 아집으로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장본인이 누구인지는 웬만한 청소년들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는 서민(단국대 의대 교수)이 6월 23일 자 <경향신문>에 쓴 칼럼(‘역대급 먹튀’)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 데 대해서 공적으로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까?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있는가? 대통령은 대선에 개입해 헌법을 유린한 국정원에 셀프개혁을 지시함으로써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대통령이 헌법을 준수하는 것처럼 보일 때는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국회와 싸울 때뿐이다.



여기서 박근혜가 해명해야 할 ‘과거사’를 살펴보기로 하자. 그는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11월 30일 당시 한나라당 의원 변정일이 제출한 국회법 개정안 발의에 ‘찬성 의원’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그 개정안은 현재 거부를 당한 국회법 개정안보다 더 강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개정안 98조 2항을 보면 ‘상임위원회는 대통령령 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하거나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그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국회의 ‘시정요구권’이 명시돼 있다. 지난달 29일 여야가 본회의를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의 문구(‘상임위원회는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와 토씨까지 거의 비슷하다. 지난 15일 여야가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 속에 마련한 수정안은 시정 ‘요구’를 ‘요청’으로 표현을 완화했다.”(<한겨레> 6월 24일자)


지금은 ‘메르스 대란’에 가려져 있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우리 시대에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업이다. 세월호가 왜 납득할 수 없는 원인으로 ‘침몰’했는지, 정부의 ‘전원 구조’ 발표는 누가 조작한 것인지, 대통령 박근혜는 당일 7시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를 세월호특별법에 걸맞은 시행령에 따라 조사해야 한다. 이렇게 막중한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려면, 대통령이 진상 조사를 방해하는 시행령을 공포하는 경우 국회가 바로잡을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해야 한다. 세월호 가족들과 ‘대한민국의 안전’을 바라는 국민들은 국회법 개정안이 재의결을 통해 거듭 정부에 이송되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미디어오늘>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