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에게 이명박은 ‘성역’인가

-공개적으로 공격받고도 무반응이니

전직 대통령 이명박이 지난 1월 22일 한국은 물론 세계가 놀랄만한 황당한 주장을 했다. 그는 경북 경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 ‘극동포럼’에 나가 ‘소명(召命)’을 주제로 특강을 하면서 “세계 각국이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긴급재정을 편성한 뒤 도로를 포장하거나 교량을 건설했지만 우리는 4대강 사업을 통해 건설경기를 살릴 수 있었고,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혼이 정상’인 인간이라면 입 밖에 낼 수 없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교회 장로라는 사람이 목사와 장로 등 기독교인들로 구성된 포럼이 주최한 특강에서 그런 허위사실이 진실인 듯 버젓이 ‘공언’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이명박 정권이 강행한 4대강 사업이 22조원이라는 거액의 국가 예산을 쏟아부어 ‘영포회’를 비롯한 토목업자들과 대기업들에 천문학적 액수의 특혜를 안겼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게다가 그 사업은 국토와 자연을 파괴하는 무도한 행위였다. 이명박이 대통령 자리를 물러나기 직전인 2013년 1월 17일 감사원이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시설물 품질 및 수질관리 실태에 관한 감사결과’가 그것을 입증한 바 있다. “설계 부실로 총 16개 보 중 11개의 내구성이 부족하고, 불합리한 수질 관리로 수질 악화가 우려되는 한편 비효율적인 준설계획으로 향후 과다한 유지관리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진실이 그런데도 이명박은 “4대강 사업은 세계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경제위기를 넘긴 사업이었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역적으로 취급받고 있다”고 억울해 했다.

이명박이 대통령 임기 중 경제위기를 극복했다는 말은 터무니없는 허위이다. 그는 2007년 대통령선거 운동 기간에 ‘연 평균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세계 7대 경제강국 만들기’(이른바 747 공약)를 내세웠지만 5년 뒤에 드러난 것은 그 공약이 ‘공염불’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명박은 특강에서 이런 말도 했다. “다른 전직 대통령들은 여러 가지 안 좋은 일이 발생했지만 나는 아직까지 별다른 일이 없었고, (박근혜 정부가) 우리 정부 장관들도 뒤졌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청렴하고 부끄러움 없이 국가를 경영했다.” 이 말도 사실 왜곡과 날조의 ‘극치’를 보여준다. ‘영통대군’이라고 불리던 그의 형 이상득이 갖은 비리와 부정 때문에 옥살이를 했고 그의 측근 다수가 같은 길을 걸었는데도 ‘소명(하느님의 부르심)’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는가? 지각있는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서천 소도 웃을 일’이다.

이번에 ‘청렴’을 유난히 강조한 이명박은 널리 알려져 있듯이 ‘전과 14범’이라는 추한 이력을 가지고 대통령이 되었다. 무허가 건축, 공직선거법 위반, 15 번의 위장전입 등등. 그는 17대 대선 투표일을 앞둔 2007년 12월 7일 “우리 내외가 살아갈 집 한 칸이면 족하므로 그 외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며 사회 환원을 약속했다. 그러고는 2009년 7월 6일 장학·복지재단인 청계재단을 설립해서 일부 부동산과 동산을 제외한 재산의 상당부분을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2009년 8월 공식 출범한 청계재단은 330억여원으로 추정되는 이명박의 부동산 소유권을 모두 이전받았다. 그러나 재산 기탁이 아닌 재단 설립이라는 점과, 이사장과 이사들이 그의 측근들이라는 점에서 진정성을 의심 받았다. 2009년 12월 청계재단이 갚은 채무에는 이명박과 개인친분이 있는 천신일에게서 대선 시기에 빌린 돈 30억원이 포함되어 있었다. 장학금 규모도 처음에 논의되던 계획보다 절반 이상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이명박의 ‘재산 사회 환원’은 대국민 사기극임이 드러나고 말았다.

이명박이 ‘부끄러움 없이 국가를 경영했다’고 주장한 것이 전혀 설득력이 없음은 2012년 18대 대선 시기에 국가정보원, 보훈처, 국군사이버사령부 등 공기관들이 노골적으로 저지른 선거부정행위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 기관들의 업무를 감독하는 최고 책임자였던 이명박은 비록 퇴임 뒤에라도 그런 부정이 드러나면 국민들을 향해 마땅히 사과를 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선거부정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관해 당당히 검찰의 조사를 받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어야 옳다. 그러나 그는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라는 이름으로 해외에 31조원을 투자했다가 국제적 사기를 당하거나 부실한 투자로 국고에 거액의 손실을 끼친 사실은 ‘무능과 무책임’의 대명사였다. 그가 퇴임한 지 한참 지난 2014년 12월 말 국회에서 ‘자원외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에 들어갔으나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증인 조사 등을 사사건건 방해함으로써 특조위는 결국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검찰은 ‘부실 자원외교’의 대표 격인 전 석유공사 사장 강영원이 2조원의 국고 손실을 초래한 혐의로 기소했으나 서울지방법원 형사25부는 지난 1월 8일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피고인이 배임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런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박근혜 정권 들어 이명박 정권 당시의 대표적 부정과 비리에 대한 사법처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4대강 사업의 위법적 수의계약’, ‘대통령 선거 부정’, ‘부실 자원외교’ 말고도 이명박 자신이 저지른 ‘내곡동 사저에 청와대 예산 도용’ 같은 사건도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박근혜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정치인들뿐 아니라 노동자, 농민, 빈민, 지식인, 문화예술인 등 각계각층의 여러 인물들을 ‘진실하지 못한 사람’ ‘혼이 비정상인 인간’으로 몰아붙여 왔다. 그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그런 사람들 가운데 다수를 탄압하거나 공직 또는 삶의 터전에서 추방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혼이 비정상’이라는 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이명박에 대해서는 박근혜가 지난 3년 가까이 침묵을 계속했다는 사실이다. 이명박은 지난 22일의 경주 특강에서 박근혜를 대놓고 공격했다. “외국은 전직 대통령을 현직과 같이 예우하지만 우리나라는 2~3년간은 가만히 있는 것이 관례”라면서 “재단을 설립해 녹색성장의 경험을 후진국에 전달하고 싶었지만 (계좌 등을) 뒤져서 결국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노골적 비판에 대해서도 박근혜는 1월 24일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작가이자 연출가인 김상수는 1월 23일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이 미친 헛소리를 계속 듣는다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22일 경주에서 이명박은 자화자찬에 이어 박근혜를 조롱했단다. 박근혜는 이명박이한테 소처럼 단단히 코를 꿴 것인가. 범법자에게 조롱까지 당하고도 꼼짝 못하니.

박근혜가 공격을 받고도 반박을 하지 못하는 상대는 이명박뿐이 아니다. 이른바 ‘친이명박계’도 박근혜에게는 ‘성역’처럼 되어 있다. 그 계보의 좌장이라는 국회의원은 박근혜가 국민을 무시하는 언행을 보이거나 잘못된 정책을 펼치면 가차없이 비판을 가하곤 했다. 그러나 그를 비롯해서 ‘친이계’의 핵심 인물들은 유승민처럼 ‘배신자’로 낙인 찍혀 철퇴를 맞은 적이 없다. 그런데 친이계는 정작 이명박이 대통령 임기 중에 저지른 온갖 부정과 비리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 비판도 하지 않았고, 그가 오늘날 파렴치하게 자화자찬을 하고 있는데도 제동을 걸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는 그들조차 ‘혼이 비정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명박은 대통령 재임 기간에 저지른 위법·불법 행위뿐 아니라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로 어떤 금전적 이익을 취했는지에 관해서도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 뒤에 그는 ‘역사의 무덤’에 가만히 누워 있어야 옳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이명박을 엄단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거듭 말하지만, 오는 4월의 총선에서 야권이 연대를 통해 승리 함으로써 그를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한다. 불행이도 총선 결과가 야권에 좋지 않게 나온다면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어 이명박을 단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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