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모르는가 ‘지금 무혈혁명 중’
-즉각 자진 사퇴하고 법의 심판 받으라

근자에 거대한 정치적 쓰나미를 몰고 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대한민국은 실질적으로 무정부 상태에 빠져버렸다. 이 사건의 정점에 대통령 박근혜가 서 있다는 사실은 관련자들의 폭로와 언론의 보도로 명백히 밝혀졌다. 각계각층에서 ‘탄핵’과 ‘하야’를 외치는 소리가 높아지자 박근혜는 지난달 25일 긴급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단 90초 동안 녹화로 방송된 사과문 내용은 주권자들을 우롱하는 정치적 쇼에 불과했다. 최순실이 지난 대선 때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도움을 주었고 대통령 취임 뒤에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전한 적이 있다는 것이 ‘사과’의 뼈대였다.

그 이후 박근혜 퇴진 운동이 더욱 거세게 일어나자 그는 11월 4일 오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구차한 변명을 하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청와대에 남아 있겠다는 집착을 드러냈다. 자신에 대한 특검을 수용하겠다면서도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내리는 ‘전술’을 내비치는가 하면 국민의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울먹이는 자기 연출도 서슴지 않았다. 외신은 40년 전부터 사교 교주나 다름없는 최태민이 박근혜의 ‘영육’을 지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의 딸인 최순실이 청와대를 무상출입하면서 미르·K스포츠재단과 더블루K 같은 유령회사를 통해 막대한 금액을 횡령한 정황을 입증하는 사실들이 셀 수도 없이 많이 드러났다. 단칸 셋방에 살던 최태민의 세 딸이 3천억 원이나 되는 축재를 했다는 것도 밝혀졌다. 그런데도 박근혜는 대국민담화에서 “개인 생활을 도와줄 사람이 없어 오랜 인연인 최순실 씨 도움을 받고 왕래를 했는데 개인적 인연만 믿고 주변에 엄격하지 못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고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했다. 최태민의 ‘교시’에 따라 친동생인 박근령, 박지만과 아예 절연을 한 것처럼 지내온 과거는 잊어버린 셈인가?

박근혜는 “이 모든 사태는 저의 잘못이고 불찰로 일어난 일”이라면서도 결론적으로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국민 여러분, 안보가 큰 위기에 직면해 있고 경제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내외의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됩니다. 대통령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되어야만 합니다. 더 큰 국정 혼란과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을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 속히 회복해야만 합니다. 국민께서 맡겨주신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각계와 여야와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안보가 큰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은 ‘통일대박’을 내건 ‘드레스덴 선언’ 수정을 최순실에게 맡기고,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난데없이 강행하는가 하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북한 흡수통일’과 대량 탈북을 외치며 성능도 검증되지도 않은 사드 배치를 일방적으로 결정한 박근혜 자신의 책임임이 분명하다. 국정이 마비되어 무정부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또 누구 때문인가? “국민께서 맡겨주신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박근혜가 지킬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의 ‘선거부정’에 힘입어 ‘당선’되었을 뿐이지 국민이 책임을 맡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국민담화가 발표된 바로 그날인 4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것을 보면 박근혜에 대한 지지율은 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과거 김영삼이 세운 ‘6%’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박근혜의 정치적 ‘아성’이던 대구·경북조차 10%에 불과했다. 박근혜는 실질적으로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다. 수도에서 지지율이 2%도 안 되는 대통령이 세계 어느 나라에 있을까? 새누리당 지지율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인 18%로 더불어민주당(31%)에 한참 뒤졌다. 당장 총선을 실시한다면 군소정당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근혜가 노무현 정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을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김대중 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한광옥을 자신의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도 거센 역풍을 몰고 왔다. 김병준은 박근혜와 독대한 뒤 자신이 책임총리로 내치를 전담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대국민담화에서 박근혜는 김병준의 이름을 아예 입밖에 내지도 않으며 자기가 모든 국정 운영 책임을 계속 맡고 가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박근혜 정권 초기에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은 한광옥이 3년이 넘도록 ‘국민대통합’에 기여한 것이 무엇인지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아낼 수가 없다. 김대중 밑에서 야당 중진으로 또는 비서실장으로 충성을 바쳤던 인물이 어느 날 갑자기 박근혜의 비서실장이 된다고 해서 ‘문고리 우두머리’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무혈혁명’의 열풍이 세차게 불고 있다. 박정희 독재정권 때부터 민주화운동을 해온 재야인사들이 주도하는 시민단체를 선두로, 개신교·천주교·불교·원불교 등 여러 종단이 박근혜 퇴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중반 김영삼 정부 시기에 일어난 ‘한총련 연세대 점거 투쟁’ 이래 무력화되다시피 한 학생운동이 ‘박근혜 퇴진’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힘차게 부활하고 있다. 1987년의 6월항쟁 때처럼 노동자, 농민, 문화예술인, 대학교수를 비롯한 지식인, 그리고 평범한 시민들이 “박근혜는 물러나라”고 외치고 있다. 특히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이화여대에 부정입학해서 온갖 특혜를 받은 사건이 ‘헬조선’의 젊은이들을 분기탱천하게 만들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미애는 박근혜가 대국민담화를 낸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국민과 야당이 요구하는 별도 특검과 국정조사를 즉각 받아들이라”면서 “박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고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상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정권 퇴진 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국민담화에서 드러났듯이 박근혜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

주권자들에게서 ‘정치적·인간적 사망선고’를 받은 박근혜가 해외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 나갈 때 온전한 ‘국가원수’ 대접을 받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대한민국이 영원히 계속되도록’ 하려면 박근혜가 당장 사퇴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가 남은 임기 16개월을 버티겠다고 하면 할수록 국가는 물론이고 자신조차 파탄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그가 사퇴한 뒤의 신임 대통령 선거는 주권자들의 슬기로운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다. 박근혜는 한 시민으로 돌아가서 대통령 재임 기간에 저지른 온갖 위법행위에 대한 법의 심판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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