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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전에 투항하라

김종철 프로필 사진 김종철 2016년 12월 05일

현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위원장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비박을 굴복시킨 ‘232만 촛불’의 위대한 힘


야 3당이 ‘박근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만 하루도 지나기 전인 4일 저녁 새누리당의 ‘비박근혜계(비박)’ 의원들로 구성된 비상시국위원회가 오는 9일의 의결에 참여하기로 결의했다. 비상시국위 대변인 격인 황영철은 회의를 마친 뒤 “마지막 남은 시간까지 여야가 최선을 다해 (박 대통령 임기 단축에 관한) 협상을 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우리는 9일 탄핵 표결에 조건 없이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참석한 의원 26명은 다 동참하기로 했고 그 외에 많은 분들이 참석 안 했기 때문에 탄핵 가결 정족수는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 3당이 ‘박근혜 4월 말 퇴진과 조기 대선’을 핵심으로 한 정치일정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으므로 그 문제에 관한 여야 합의 없이 탄핵 표결이 이루어질 것이 분명해졌다.


김무성이 ‘좌장’ 노릇을 하는 비박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상에 분노한 주권자들이 다섯 차례나 ‘토요 촛불집회’를 통해 박근혜 퇴진을 강력히 요구했는데도 탄핵과 ‘질서 있는 퇴진’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언론과 대중의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탄핵 발의를 둘러싸고 혼선을 빚는 동안 박근혜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3차 담화가 비박을 비틀거리게 만들었다. 김무성은 물론이고 비박의 상징인 유승민조차 “진퇴 논의를 국회에 맡기겠다”는 박근혜의 ‘낚싯밥’을 덜컥 물어버렸다. 비박은 박근혜의 간교한 책략이 극약이라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한 듯, 나락에 떨어진 새누리당이 전열을 정비해 재집권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호재’라고 보았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난 토요일 전국에서 타오른 ‘232만 촛불’은 비박의 정치적 계산이 환상의 산물임을 명확히 입증해 주었다.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의 170만, 부산의 22만, 광주의 15만, 대구의 5만을 비롯한 전국의 ‘횃불 민심’은 ‘박근혜 즉각 퇴진’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해체’를 우렁차게 외쳤다.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주최한 ‘국정농단 공범 새누리당 규탄 시민대회’에 모인 수천 명은 “새누리당 해체하라”, “새누리당은 자폭하라”를 합창했다. 한 시민이 끌고 나온 개의 등에는 “개누리당 입당시켜 주세요 / 개들이 많다고 들었어요”라는 펼침막이 둘러처져 있었다. 그날 집회의 백미는 ‘새누리당’이라고 적힌 가로 5m, 세로 20m의 붉은 천을 참가자들이 머리 위로 치켜들고 북북 찢어버리는 퍼포먼스였다. 성난 시민들은 새누리당 당사를 향해 달걀 세례를 퍼붓기도 했다. 집회가 끝난 뒤 부근의 KBS와 전경련으로 향한 대열은 2만 명으로 늘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토요일 저녁 대구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가운데 일부는 수성구에 있는 새누리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으로 몰려가 ‘새 현판식’을 열었다. 그들은 걸려 있던 간판을 뜯어내고 ‘나라를 홀랑 말아 묵은 내시환관당’ ‘다시는 정치하지 마쏘 정계은퇴당’ ‘이 당이 공범인가? 아니야, 주범이당’이라는 새 간판을 붙였다. 박근혜의 ‘철옹성’이던 대구·경북의 새누리당에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었다.


지지율 4%의 ‘데드 덕’이 되어버린 박근혜가 이제 기댈 데라고는 ‘친박’밖에 없다. 그러나 7,80명 안팎의 친박 의원들이 지금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박근혜의 ‘순장조(殉葬組)’로서 ‘주군’을 따라 ‘장엄한 동반자살’을 하기에 그 구성원들은 너무나 기회주의적이고 정치적 타산에 밝다. 침몰 직전의 배에서 쥐들이 떼를 지어 바다로 뛰어들 듯이 그들도 박근혜라는 ‘배’를 버릴 것이다. 다음 총선까지는 3년이 넘게 남았지만, 그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낙선은 떼 놓은 당상’이라는 공포감 때문에 “나는 친박이 아니다”라고 곧 자백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저런 간계와 꼼수로 청와대를 지키려고 몸부림치는 박근혜는 비박의 탄핵소추안 의결 참가라는 치명타를 맞고도 순순히 대통령직을 사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9일의 탄핵안 의결 전에 ‘4차 담화’를 통해 마지막으로 버티기를 하겠지만, 그럴 경우 ‘촛불’은 300만, 5백만이 되어 “질서없고, 불명예스러운 즉각 퇴진”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박근혜는 차라리 시간이 더 가기 전에 주권자들 앞에 무릎을 꿇고 ‘항복선언’을 해야 마땅하다. 바로 그 순간부터 지금 진행되고 있는 ‘시민평화혁명’은 완성의 과정으로 치달릴 것이다.


·이 글은 <미디어오늘>에도 함께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