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장어’ 반기문의 촛불혁명 무임승차

-오직 자신의 영달만 추구한 출세주의자가 대통령 될 수 있나

오는 12월 31일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는 반기문이 지난 20일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으로 밝혔다.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하면서 보고 배우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을 불살라서 노력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반기문은 올 한 해 동안 여러 여론조사에서 ‘잠재적 대선 후보자들’ 가운데 문재인과 1, 2위를 다투어 왔으므로 그가 대선에 나서는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이제 그가 출마할 뜻을 명확히 밝혔으므로 과연 대통령이 될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엄정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반기문은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자격이 없고 총체적 파탄에 빠진 국정을 정상화할 능력이 한참 모자란다고 확신한다. 왜 그런지를 차례로 살펴보자.

무엇보다도 먼저, 반기문은 외교관이라는 공무원 신분으로 평생 ‘양지’에서만 살아온 인물이다. 그는 서울대 외교학과에 입학한 1963년 봄 이후 지금까지 54년이 가까워지도록 단 한 번도 집권세력의 부정과 비리를 비판한 적이 없다. 포악한 권력 밑에서 신음하는 국민의 참상을 외면한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물론이고 지인들 사이에서도 그는 ‘기름장어’라는 별칭으로 통했다. 전형적 출세주의자이자 기회주의자라는 뜻이었다. 현재 야권의 대선주자들인 문재인, 이재명, 박원순, 김부겸, 안희정 등은 사회운동이나 학생운동 또는 개인적 활동을 통해 민주화에 기여하려고 노력했지만, 반기문은 철저히 ‘체제 옹호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반기문은 자신을 유엔 사무총장으로 만들어준 노무현을 사후(死後)에 배신하면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행태를 보였다. 노무현은 2003년 2월 참여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반기문을 청와대 외교안보보좌관으로 임명한 뒤 2004년 1월에는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승진시켰고, 2006년 10월 14일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되게 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주었다. 노무현은 정상외교와 해외 순방 일정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선거운동’에 맞도록 조정하면서 여러 나라를 누비고 다녔다. 거의 전적으로 노무현의 헌신에 힘입어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 오른 반기문은 2009년 5월 노무현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 뒷산의 부엉이바위에서 비극적 죽음의 길로 간 뒤 문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1년 12월 초에야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전제로 노무현의 묘소를 참배했는데 ‘개인 휴가 때 이루어진 비공식 일정’이라는 궁색한 구실을 달았다. 노무현의 최측근이던 안희정(충남 지사)이 오죽하면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을까?

‘자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그 슬픈 죽음에 현직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조문조차 하지 못했던 분’이 ‘대통령 서거 2년 뒤 몰래 봉하묘역을 다녀왔고, 해마다 권양숙 여사에게 안부 전화를 드린다고 하시는데 그 말씀을 듣는 것조차 민망스럽기 그지없다.’

안희정은 “정치판에 기웃거리지 않는 것이 한국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다는 국민과 우리 충청의 자부심을 훼손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반기문에게 경고했다.

‘배신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반기문의 인간성은 최근 정치적 파산 상태에 빠진 박근혜에 관한 언행에서도 여지없이 실체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 16일(미국 시각) 뉴욕의 외교협회가 주최한 간담회에 초청받아 연설을 한 뒤 질의·응답 시간에 박근혜를 극렬히 비판했다.

(한국) 국민은 ‘지배구조’가 완전히 결핍된 것에 몹시 좌절하고 있다. 국민은 국가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 나는 70여년을 한국 국민으로 살아왔지만, 우리는 한국전쟁을 제외하고 이런 종류의 정치적 혼란을 경험하지 못했다.

여기서 반기문이 멀지 않은 과거에 박근혜에게 바친 ‘최상의 예우’와 ‘박비어천가들’을 상기해 보자. 지난해 추석 연휴에 박근혜가 뉴욕에 머문 3박 6일 동안 반기문은 7번이나 그를 만났다. 그리고 9월 26일 유엔 본부에서 열린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에서 개회사를 통해 “대통령이시던 선친께서 새마을운동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떠한 성공 요인들이 어떻게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서 국민과 나라를 바꿔놓았는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 ‘새마을운동 국제화’에 앞장서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서 새마을운동이 산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반기문의 ‘박비어천가’는 2016년 새해 첫날 박근혜에게 건 전화에서 극치를 이루었다. 박근혜가 국회에서 논의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한·일 정부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해 반기문은 “박근혜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재빨리 낸 ‘보도자료’를 통해 반기문이 “올해에 박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조국 대한민국이 더욱 크게 발전해 나가기를 기원한다”고 말한 사실을 공개했다. 지난 9월 하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까지는, 반기문이 박근혜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새누리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리라는 사실에 이의를 다는 정치전문가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박근혜가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하자 반기문은 잽싸게 등을 돌리고 ‘비박’이나 국민의당 등 여러 정치세력에 추파를 던지기 시작했다.

반기문이 박근혜를 등지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이 지난 9월 말에 시작되어 연말까지 계속되고 있는 촛불혁명임은 물론이다. 최순실 일파와 함께 저지른 국정농단 때문에 박근혜가 당연히 정치적 응징을 받아야 하는데도 야권이 엉거주춤한 태도를 보이는 데 분노한 ‘촛불 민심’이 결국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끌어내자 반기문은 마치 자신이 차기 대통령이 되어야 무너진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듯한 언행을 하고 있다. 뉴욕에서 초 한 자루 들어본 적도 없는 인물이 ‘촛불혁명’에 무임승차하려는 것이다.

반기문이 유엔 사무총장 재임 10년 동안 국제 언론매체들로부터 받은 평가는 그가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자격도 능력도 없음을 명확히 보여준 바 있다. ‘유엔의 투명인간’(2009년, <월스트리트 저널), ‘어디에도 없는 사람’(2009년, <포린 폴리시>), ‘무력한 관찰자’(2013년, <뉴욕 타임스>), ‘미국의 푸들(강아지)’(2014년, <폴리티코>), ‘가장 우둔한 사상 최악의 사무총장’(2016년, <이코노미스트>). 뚜렷한 정치적 이념도 정책도 없이 ‘늙은 보수’라는 조롱을 받는 이런 인물이 한국 대통령이 된다면 역사상 또 하나의 ‘참사’로 기록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반기문이 한국에서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법적 자격을 갖추고 있느냐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16조(피선거권)는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 이 경우 공무로 외국에 파견된 기간과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 기간 외국에 체류한 기간은 국내거주기간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정대로 내년 12월에 대선이 치러진다 하더라도 반기문은 ‘5년 이상 국내 거주’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 그는 ‘공무로 외국에 파견된’ 공무원이 아니므로 유엔 근무 10년을 ‘국내거주기간’으로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다. 반기문이 이런 법 조항을 알면서도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지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그의 기회주의적 처신이 ‘촛불 민심’의 냉혹한 심판을 받으리라는 점만은 예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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