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직격한 ‘무너진 MBC’-어떻게 바로 세울 것인가

※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자격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지난 21일 밤 MBC의 <100분 토론>(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4명 출연)에 나간 문재인이 ‘폭탄’을 터뜨렸다. 바로 그 방송사가 생중계하는 토론에서 “MBC가 심하게 무너졌다”고 잘라 말한 것이다. 그의 직격탄은 MBC 전·현직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 듯했다.

오늘 우리 MBC 해직기자들이 피케팅을 하는 앞을 지나서 토론하러 들어오면서 정말 참 미안한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적폐청산을 말하고 있는데 적폐청산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가 저는 언론적폐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공영방송, 이번에 공영방송이라도 제 역할을 했더라면 이렇게 대통령이 탄핵되고, 아주 중요한 범죄 피의자로 소환이 되어서 구속되니 마니 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공영방송을 장악해서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정권의 방송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공영방송들이 그렇게 다 망가졌는데 (···) 저는 MBC도 심하게 무너졌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에 아주 자랑스러웠던 MBC는 어디 갔느냐, 이런 생각이 듭니다.

토론 진행자인 MBC 논설실장 박용찬이 “이건 1 대 1 맞장토론”이라며 두 번이나 제지했는데도 문재인은 발언을 계속했다.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탄핵 정부 속에서 후임 사장 인사를 강행했고, 그 이후에는 탄핵반대 집회를 찬양하기도 하고 탄핵 다큐멘터리 방영을 취소하고, 그것을 제작했던 PD들을 유배시키기도”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낙하산사장’이 지배하는 MBC를 습관적으로 보아오던 시청자들은 문재인의 ‘폭탄발언’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을 것이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그 어떤 후보도 그렇게 직설적으로 ‘막강한 공영방송’을 비판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재인이 대선 주자로서 총체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는지와 관계없이, 이번의 ‘공영방송 개혁론’은 정치와 언론의 역사에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믿는다.

‘국민의 방송 MBC’는 이명박 정권 후반기부터 박근혜 정권 4년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무너져버렸다. 여당이 추천하는 이사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최고 권력자에게 부역하는 ‘낙하산사장들’에게 제동을 걸기는커녕 오히려 적극적으로 ‘동반자’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MBC가 지금처럼 ‘관영방송’ 또는 ‘청와대방송’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 과정은 몇 권의 책에도 담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특히 지난해 9월 말에 터진 ‘최순실 게이트’가 희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비화하는 동안 MBC는 공정방송이나 자유언론과는 정반대 길로 치달았다. 그 방송의 가장 주요한 보도프로인 <뉴스데스크>에 나오는 기사들과 논평이 오죽했으면 촛불집회 현장에서 MBC 기자들이 쫓겨나고 중계방송차에서 회사 로고까지 떼어내야 했을까? 지난해 10월 말부터 ‘최순실 TF팀’에서 한 달 동안 일한 기자 이동경은 자신이 겪은 참담한 일들을 이렇게 실토했다.

우리 뉴스는 그동안 대통령과 대통령의 사람들을 성역으로 취급해 왔다. 대통령에 제기되는 비판을 애써 외면했고, 그러다 문제가 커지면 여야 공방으로 떠넘겼으며 그마저도 싫으면 리포트도 하지 않고 단신 두어 줄로 처리했다. 세월호 참사 땐 앞장서서 유족을 모욕했고, 정윤회 문건 유출 때도 취재다운 취재가 없었다. (···) 우리 뉴스를 봐서는 이화여대에 무슨 일이 난 건지도 제대로 알기 어려웠다. 시청률은 이제 3%대로 접어들었다. 시청률 떨어지는 게 마치 중환자실에서 죽어가는 환자의 심장박동 같다. MBC가 시청률 30%대 나올 때 회사를 다니셨던 두 분(당시 보도본부장 김장겸[현재 사장]과 당시 보도국장 최기화)은 이 상황이 원통하지도 않은가?

<미디어오늘> 2016년 11월 28일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영방송’을 자처하는 KBS도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정농단, 연인원 1700만명 가까이가 참여한 ‘촛불집회’, 그리고 박근혜 탄핵소추안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심판 내용을 보도하고 논평하는 과정에서 식물 대통령이 되어버린 박근혜를 ‘구조’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 MBC 노동조합이 당시 사장 안광한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듯이 KBS ‘새노조’도 “사장 고대영은 물러나라”고 끈질기게 외쳤다. 그러나 ‘낙하산사장들’은 막무가내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한 10여개 조직으로 구성된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지난해 가을 ‘국정농단’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데도 MBC와 KBS의 경영진이 박근혜에 대한 부역행위를 계속하자 국회가 조속히 ‘언론장악방지법’을 제정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지난해 7월 21일, 민주당 소속 박홍근을 비롯한 야권 국회의원 162명은 4개 법안(방송법 일부 개정안,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 개정안,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KBS와 MBC의 이사회 구성은 여당과 야당 추천자의 비율이 7대 6이 되고, ‘특별다수제’가 도입되어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지 못하면 사장을 선임될 수 없게 된다. ‘청와대 낙하산사장’을 완벽하게 막지는 못하더라도, 그 어떤 정권이 들어선다 해도 지금처럼 공영방송을 집권세력이 좌지우지하는 상황은 원천적으로 배제할 수 있는 것이다.

문재인은 이번에 MBC <100분토론>에서 “공영방송의 선거 개입을 금지하고, 나아가서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국회에서 ‘언론장악방지법안’을 가결해야 하는데 이제는 집권당도 아닌 자유한국당 소속의 미방위(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이 위원장(신상진)과 간사(박대출)를 여전히 맡은 채 국회선진화법의 ‘여야 합의’를 구실로 법안의 법사위원회 상정조차 필사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그들의 반민주적, 반역사적 행태를 물리칠 길은 한 가지밖에 없다고 본다.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의원들이 미방위 위원장과 간사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하고 국회의장이 법안을 직권상정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지름길이다.

오는 5월 9일의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되는 후보는 “나는 절대로 공영방송을 장악하지도 언론자유를 탄압하지도 않겠다”고 서약해야 할 것이다. 지난 69년의 헌정사를 통해, 언론을 지배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그 어떤 정권도 결국에는 비참한 파탄의 길로 빠져들었다는 사실을 주권자들은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이 글은 <미디어오늘>에도 함께 실립니다.

  • 30

    문재인씨의 발언은 유력대선 후보로서는 적절하지 못했던 면이 많이 있었다고 봅니다. 권력자들이 공정이나 개혁이란 말로 언론사를 비판하는 것이 실제로는 어떤 의미를 인가에 대해서 곧이 곧 대로 믿을 사람은 이 나라에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문재인씨가 차기 대통령이 유력시 되는 상황에서 MBC에 대한 개혁요구를 MBC에서 하는 토론 프로그램에서 했다는 것은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도적으로 보수정권뿐만 아니라 자신 또한 언론에 관여하지 않고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말이 방송개혁에 대해서 제가 진정으로 듣던 말인데 그냥 안타깝네요.

  • 정애란

    적폐에 대한 청산중 언론개혁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했던 주권자로서
    문재인이 대선 주자로서 총체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는지와 관계없이, 이번의 ‘공영방송 개혁론’토론내용을
    이슈화 해주신거에 대해 박수를 쳐드리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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