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집회’에 십자가가 등장하는 까닭은?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하루 앞둔 9일, 탄핵반대 단체들이 아침부터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탄핵을 찬성하는 국민이 대다수지만 탄핵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이 무시할 수 없는 규모임은 지난 3월 1일 탄핵반대집회를 통해 확인됐다. 태극기나 성조기 만큼이나 흔하게 십자가가 눈에 띄었던 이날 탄핵반대집회. ‘부활’과 ‘구원’까지 등장하는 이 집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모이게 된 걸까? 이 의문을 풀어줄 실마리를 지난 1일 한 교회에 잠입해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삼일절에 열린 탄핵반대집회 현장에서 십자가를 든 참가자
지난 삼일절에 열린 탄핵반대집회 현장에서 십자가를 든 참가자

삼일절을 맞아 경기도 안양 은혜와진리교회 오전 예배에 참석했다. 대형 교회들이 신도들을 탄핵반대 집회에 동원한다는 제보를 받고 사실 확인을 위해 예배당에 잠입한 것이다. 안양에 본당을 둔 은혜와진리교회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많은 신도를 거느리고 전국에 40개의 지교회를 둔 초대형 교회다.

뉴스타파에 제보를 한 사람들은 조용목 담임목사의 설교를 어릴 때부터 들으며 이 교회에 다닌 충성스러운 신자들이었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관해 알려진 내용은 거짓이며 변희재나 박 대통령 대리인단만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내용의 ‘시국 설교’를 듣던 젊은 신자들은 조 목사에 대한 오랜 신뢰를 거둘 수밖에 없었다. 일부 신도들은 길게는 30년 가까이 다녔던 은혜와진리교회와의 인연을 끊었다.

지난 삼일절 오전 예배에서 조용목 목사의 설교 장면
지난 삼일절 오전 예배에서 조용목 목사의 설교 장면

나는 설교를 들으며 목사가 탄핵반대집회 참여를 독려한다는 제보자들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예배가 끝나고 밖에 나가니 교회 측은 신도들이 집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준비를 해놓았다. 사무실에서는 태극기를 대량으로 준비해 나눠줬고, 교회 게시판에는 탄핵반대집회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교회 밖에는 45인승 전세버스가 스무대 가량 줄지어 서 있었다.

나는 어머니뻘 되는 신도들 틈에 섞여 그 버스에 올라탔다. 평소 탄핵반대집회를 취재하며 참가자들 틈을 비집고 돌아다닌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이 다가가 신분을 감추고 얘기를 나눠보기는 처음이었다. 가짜 신도임이 들통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다소 공격적으로 보이는 탄핵반대 집회와 달리 버스 안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마치 관광버스를 타고 소풍 가는 것처럼, 버스에 탄 어머님들은 재잘재잘 떠들며 싸 온 음식들을 함께 나눠먹었다. 처음 보는 남자인 나한테도 아무 거리낌 없이 말을 걸며 김밥이나 과일 등을 나눠주었다. 교회에서 쓰는 몇 가지 말들을 배워간 덕에, 나는 수십 년씩 은혜와진리교회에 다녔다는 어머님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교회가 준비한 버스를 타고 탄핵반대집회에 가는 은혜와진리교회 신도들
교회가 준비한 버스를 타고 탄핵반대집회에 가는 은혜와진리교회 신도들

이때까지 나는 이분들을 집회에 나서게 한 것이 목사의 설교나 어르신들의 카카오톡 등에 돌아다니는 ‘가짜뉴스’일 거라고 생각했다. 단편적으로는 맞는 얘기지만, 일부 신도들이 조 목사의 설교에 반발해 예배당을 박차고 나갔던 상황에서 왜 다른 신도들은 마음을 움직여 버스에 탔는지 궁금했다. 서울에 오는 내내 그분들과 얘기를 나눠본 결과, 집회에 나서게 한 것은 무엇보다 그들 마음 속의 ‘불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강남의 소망교회 같은 곳에는 한국 사회의 엘리트나 부유층들이 많지만 대체로 서민층 거주지역에 세워진 은혜와진리교회의 신자들 상당수는 경기 변동이나 갑작스러운 사회 변화에 불안감을 느끼는 장노년층 서민들이다. 이런 교인들이 지금껏 세상살이의 불안감을 해소해 온 방법은 뭘까. 물론 ‘믿음’이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가지면 ‘은혜’를 입을 수 있고, 은혜를 입는 이상 고통 또한 ‘하나님의 계획’에 포함되며 결국은 하나님이 삶을 구원해줄 거라는 믿음으로 그들은 살아왔다. 은혜를 입기 위해 죄를 줄이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삶.

그런데 이런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가 유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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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자는 은혜와진리교회의 한 권사가 자신과 연결된 신도들에게 보낸 문자다. 이 문자를 받은 신도가 문자 내용을 취재진에게 제보했다. 얼마 후 교회와 무관한 다른 노인들의 카카오톡에서도 이 문자가 발견된 걸로 봐서는 누군가 만들어 진작부터 유포를 시작했고 상당히 널리 퍼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과 중국이 합작해서 북한 특수부대를 동원해 대한민국을 전복하는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는 이 황당한 ‘가짜뉴스’는 우리 사회가 큰 변동을 겪는 지금 이분들이 느끼는 불안을 더욱 자극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떠들썩하게 전해진 ‘긴급’한 ‘유혈 폭동’ 위기를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믿음 하나면 지옥조차 피할 수 있다고 보는 분들 입장에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방법 또한 전지전능한 하나님의 은혜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하나님의 은혜에 의지하는 사람들에게 기이한 가짜 뉴스를 보여주고 불안감을 자극한 뒤, 목사가 설교에서 “애국자들이 집회에 참여하여 외치는 행동으로 하나님께 호소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부르심을 들으시고 응답하시는 기이하고 놀라운 방법으로 이를 성취하여 줄 것”이라고 말하면 탄핵반대집회에 나가서 하나님 은혜를 받아 나라가 뒤집히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2017년 1월 22일 주일예배, 조용목 목사의 시국설교 장면
2017년 1월 22일 주일예배, 조용목 목사의 시국설교 장면

그 버스의 어머님들 중에는 미리 교육을 받은 것처럼 조목조목 가짜뉴스를 주변 사람들에게 해설해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저 수동적으로 말을 듣고 있었다. 그중 한 60대 여성은 “사랑하는 목사님이 원래 시국 말씀 한마디도 안 하셨는데 요즘 이렇게 매주 나라 걱정하시는 걸 보면 이번엔 정말 뭔가 잘못될 것 같다”며 “생전 집회 한 번 안 나가봤지만 이러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아서 오늘 버스를 탔다”고 말했다. 실체 모를 막연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믿고 사랑하는’ 목사의 지침을 따라 교회의 동원에 응한 것이다.

교회 사람들과의 관계나 신에 대한 믿음을 통해, 삶을 잠식하는 불안에서 벗어나 평안함을 되찾을 수 있는 종교는 삶에 긍정적인 의미가 된다. 하지만 조용목 목사는 거짓 정보에 자신의 정치적 편견을 짜 맞춘 설교로 신도들이 탄핵반대집회에 나가야만하는 이유를 만들어냈다. 신도들의 마음속 불안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편견을 설파하고 정치적 행동을 조장해 나라를 진정으로 불안케 하고 있는 사람은 조용목 목사와 같은 일부 종교인들이 아닐까.

삼일절 당일 시청광장 일대에서 열린 탄핵반대집회
삼일절 당일 시청광장 일대에서 열린 탄핵반대집회

강남 소망교회나 사랑의교회 등 상대적으로 부유층이나 젊은층이 많은 교회들에서는 목사가 신도들을 정치적으로 동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계층은 상대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가짜 뉴스나 목사의 엉뚱한 설교에 현혹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기독교를 20여 년간 연구해온 김진호 씨(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는 이런 교회의 목사들이 ‘돈줄’인 젊은 신도들을 잃을까봐 눈치를 보며 설교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90년대 이전에 교회를 장악해서 제왕적인 권력을 확립한 목사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교회에서 편향된 정치적 기획에 신도들을 동원하고 있다. 이런 정치적 기획에 휘말려드는 것은 서민층, 특히 장노년층 서민들이다. 한국 현대사의 전 시기에 걸쳐 재벌에 치이고 부패한 권력에 희생당했던 한국사회의 서민들이 이렇게 다시 종교 권력에 이용당하고 있다.

  • 황정수

    고생하셨습니다 친일권력 에 이어서 종교권력 암담합니다

  • 유성용

    안 그래도 왜 교회에서는.. 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마지막에 그에 대한 답이 나왔네요. 참으로 어이없는 시대가 아닐 수 없습니다. 훌륭한 글 감사합니다.

  • 김유리

    진짜 무섭네요 … 누가 가짜뉴스를 한다는건가요?? 저도 은혜와 진리교회 신자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말씀중에 애국집회에대해서 언급하신 부분은 맞습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친박인것 마냥 내보내는데 국가의 안보와 기독교의 존립을 위한 행동이지 절대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 하는 부분은 아닙니다. 뉴스타파 내용에는 조용기 목사와 엮는등 없는 부분도 만들어서 내보내고 정말 뉴스도 믿을거 못되네요
    그리고 요즘 사이비 들도 우리교회에 몰래 들어와서 신자들 혼동 시키려는 세력 많습니다. 우리교회 교인들을 싸잡아서 잘못됬다고 생각하는건 아닌거 같네요

    • wantchu

      당신은 하나님의 사람입니까? 은혜교회의 목사님의 사람입니까?

      • …..

        아무데나 하나님을 인용하지말거라.”당신은 하나님의 사람입니까?”

        • 제네시스

          다들조용히 하고 기도해라 서로 사랑해라

          • President Kim

            잘못된것을 말하는것을 왜 조용히 해야 하냐?

            나라를 분열시키는 개독먹사 놈들을 왜 사랑해야 하냐?

      • 김유리

        하나님의 사람입니다 목사님은 그저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하시는 분이죠

    • 최지원

      동감합니다!!

    • ㅎㅎㅎㅎ

      친박이 아니고서 국가의 안보가 문제 되는게 무엇인가요? 기독교의 존립? 목사가 신으로 생각하는게 현재 기독교의 문제가 아닌가요? 목사님 목사님 거리면서 목사가 시키는게 하나님 예수님 말씀이라고 믿고 행동하고 틀안에 박혀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고 살아가는게 부끄럽지는 않는지요?
      박대통령을 옹호 하는 부분이 아니라면 왜 집회에 참석해서 옹호를 하고 박근혜 탄핵을 막기위해 기도를 하는지요? 신흥 사이비 종교같이 느껴집니다.
      탄핵 입니다. 정말 즐거운 날입니다.
      교회에 돌아가셔서 회계하십시요. 진정으로….

      • 김유리

        대통령의 부재자체가 국가비상사태이고 그것이야 말로 국가안보가 아니면 뭐란 말이죠? 안그래도 요즘 북한이 도발하고 있는실정에 정말 적화 통일이라도 된다면 그야말로 기독교의 존속 이 무너지는겁니다. 목사님 말씀중에 대통령이 분명 잘못이 있다고 하신부분이 있습니다 무조건 박근혜를 옹호하는 박사모 같은 부류랑은 다르죠 또한 다른 사이비 목사들 처럼 목사님 말씀중에 단한번도 자신을 신처럼 설교하신 부분 없습니다. 저또한 능력있는 목사님이라고만 생각했지 신으로 생각한적없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벌써 떠났겠죠 이때까지 설교영상에서 찾을수있으면 찾아보세요 어찌됬든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었으니 오늘부터 기도제목이 바뀌겠네요 북한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켜달라고 , 정말 우리나라에 링컨과 같은 지도자를 세워달라고..
        당신도크리스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크리스찬이라면 하나님의 참된 사역자를 욕하는것도 죄입니다 당신이 회계하셔야될것 같네요

        • 신도

          적화통일같은소리하고있네
          은혜와진리교회 교인으로써 박사모같은 부류랑다르다는 소리가 기가차네요
          대통령의 부재가 대통령의 존재보다 안전한나라였습니다.
          당신들이 그렇게 원하는 대통령 곧뽑힐테니 걱정마시고 박사모노릇 그만하시기 바랍니다
          이명박땐 이명박뽑아라할때 나갈껄…ㅅㅂ
          문재인좌빨..문재인간첩, 적화통일…신성한 교회에서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거짓말제조기 재원이

    거짓말 꾸며가며 스토리 자알 꾸민다.
    이런 거짓말로 견강 부회하며 소설을 쓰고 세상을 바꾸려는 정재원은 뭐라고 정의되어야 하나?
    .”교회 사람들과의 관계나 신에 대한 믿음을 통해, 삶을 잠식하는 불안에서 벗어나 평안함을 되찾을 수 있는 종교는 삶에 긍정적인 의미가 된다. 하지만 조용목 목사는 거짓 정보에 자신의 정치적 편견을 짜 맞춘 설교로 신도들이 탄핵반대집회에 나가야만하는 이유를 만들어냈다. 신도들의 마음속 불안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편견을 설파하고 정치적 행동을 조장해 나라를 진정으로 불안케 하고 있는 사람…”

  • 화이팅

    저는 은혜와진리교회 30년 다녔던 신자였습니다. 위의 정재원기자님께서 취재하신 말씀 다 맞습니다.나라 사랑하는맘 이 나라의 국민이라면 다 가지고 있습니다.목사가 할일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성도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안정을 찾도록 오히려 도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거꾸로 불안을 조장했습니다. 설교에 불평했다고 장로님도 출교당하셨다고 들었습니다.과연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가 맞을까요?

  • 화이팅

    아직도 조용목 목사님 옹호 하신분들 불쌍하네요!

  • 산본맘

    20년 다닌 이 교회인데 거짓말하는 목사님땜에 다른교회로 가려합니다 .젊은사람들이 다 교회를 빠져나가고 있는 이상황인데 목사님은 가는 사람은 잡을생각 없고 마지막때에 제대로 된 성도들만 걸러지는 상황이라며 떠나는 사람들을 사이비로 생각한다 합니다.

    • asdf

      목사님이 떠나는 사람들을 사이비로 보고 있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지 출처를 여쭤봐도 될까요??
      저도 교회 옮기려고 고민중인데 출처가 확실하다면 지체없이 옮길 생각입니다.

  • 복의복

    국회로부터 탄핵 직후 얼마전에 인천순복음교회 최성규 목사께서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박근혜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 받은 거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은혜와진리교회도 순복음측으로 관련이 있다는거죠.
    그렇지 않고서야 갑자기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 장윤진

    성경의 가르침은 세상의 잣대보다 더 엄격하고 마음속에 죄짓는 생각만 해도 행동으로 한 죄와 동일합니다. 이번 박그네심판은 국민 이전에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박그네의 모습은 화인맞은 양심이라 자신이 무슨 죄를 짓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 모습이 오늘날 기독교인들의 모습이고 타락한 영적 지도자의 모습입니다. 어쩌면 구국기도회를 만든 사이비 최태민의 제자들이기도 하지요. 지금은 우리 기독교인들이 회개할 때입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팔은 지도자들은 지옥에서 그 댓가를 치루게 될것입니다.

  • 콩자반

    이런 목사들이 꽤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믿음을 이용해서 교회를 장악하고 권력을 남용하는 목사들이요. 그런데 나이드신 분들은 이런 목사에게 그냥 복종을 하고 따라 하시니 참 안타까운 일이죠. 취재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Gyewon Byeon

    유언비어 유포는 범죄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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