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는 사라질 방법이 없다

dodo

어뷰징 업체에 있던 한 달 동안 인터넷에서는 사라질 방법이 없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어뷰징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스캔들이 난 연예인들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검색하면 다 나오지 않냐며 농담처럼 한 이야기지만 저는 이에 반박할 구석이 없다고 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저 역시 미디어오늘 인증 기레기가 된 것에 대해 다시 입장을 밝히고자 하며 이게 마지막이었으면 합니다.

제 인터뷰를 포함해 미디어오늘에 나간 기사 ‘기레기와의 대화’를 보고 저는 ‘미디어오늘 인터뷰 후기’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일로 저에게 취재를 요청했던 기자가 사과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저도 언론사에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출고된 기사의 수정이나 삭제가 얼마나 용이한지 잘 압니다. 정정보도를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메일 한 통 보내시고 만 하루가 지나도록 기사는 그대로 두셨더군요. 제가 사실상 이의 제기를 한 것을 아시고도 기명기사를 그대로 두셨으니 공개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저는 이 사과 메일을 크게 두 부분으로 요약했습니다. 하나는 기자분이 쓴 기사로 누군가가 불편해한다는 사실이 낯설고 죄송스럽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뷰징 기사 작성자라는 용어보다 기레기라고 부르는 것이 간결하다는 데 착안해 제목을 붙였다는 것입니다.

메일의 내용이 사과인 것과 별개로 사과의 핀트가 좀 안 맞는데, 기자분은 ‘어뷰징=기레기’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신 것 같습니다. 어뷰징이 기레기 범주에 안 들어간다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 생각에 기레기의 범위가 어뷰징의 범주보다 훨씬 큽니다. 취재원을 속여 인터뷰하는 것도 그 중 하나고, 내용의 본질을 모르고 기사를 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를 포함해 전현직 어뷰징 인력을 몇 명 섭외해 기사를 쓰신 것 같은데, 취재원을 섭외했다는 게 곧 취재를 잘했다는 뜻도 아니고 취재가 완료되었다는 뜻도 아닙니다. 어뷰징에 대해 취재를 하신 게 아니라, 우선 본인의 견해를 정리하시고 세 명의 인터뷰와 매뉴얼 가운데 기자분의 견해를 뒷받침하기 좋은 내용만을 갖다 붙이신 것 같습니다. 제가 있던 업체는 방침이 약간 달라 다음과 네이버간 크로스체크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을 제외한 다른 이야기는 전부 제가 연재과정이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밝혔습니다.

기사 제목을 속였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언급한 것은 그게 가장 눈에 확실히 보이는 큰 부분이어서 그 부분을 지적하면 어뷰징에 대한 기자분의 이해 부족은 추가 취재나 최소한 포털 검색이라도 해서 충족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기레기 소리 한 마디 듣는 것을 못 견딜 정도면 애초에 왜 글을 쓰고 공개했겠습니까?

기자분께서 어뷰징에 대해 아는 것은 무단 기사 복제와 트래픽에 목을 매는 언론, 선정성이 전부입니다. 아르바이트생이든 기자든 왜 자괴감을 갖고도 어뷰징까지 내몰렸는지에 대해 전혀 고민을 하지 않으셨고, 이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인터뷰에 응한 인터뷰이들을 기레기로 내몰았습니다.

또 어뷰징이 대중적인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기레기라는 대중적인 표현을 사용했다고 하셨는데, 사실을 전달하는 게 기자입니다. 대중이 알고 있는 틀에 정보를 끼워맞추는 게 어뷰징입니다. 대중이 잘못 알고 있으면 제대로 알려줄 방법을 고민하고 그것을 잘 전달하는 게 기자의 역할이라고, 저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대중이 갖고 있는 프레임에 편하게 묻어가는 방법을 선택해놓고는 의도를 갖고 속인 게 아니라고 하시면 제가 그 말을 믿어야 하나요?

작성하신 기사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그 기사의 작성자는 기자고 저는 기레기 겸 실직자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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