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럽에 버린 돈

a message and a train ticket

처음 여행을 설계하고 시행 착오로 말 그대로 뿌린 것과 다름 없는 돈이나, 줄일 수 있었던 비용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로 한다.

베르겐에서 오슬로까지 가는 기차 오픈 티켓 104EUR
한국에서 이동루트를 짤 때 베르겐에서 오슬로로 가는 길에 송네피오르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소 무리해서 베르겐에 가는 일정을 잡았다. 이 구간의 티켓은 한국에서 오픈 티켓으로 끊었다. 이 구간에서 송네피오르를 볼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송네피오르를 보려면 노르웨이인어넛셀을 이용하거나 혹은 그 루트를 따라가야한다는 것은 베르겐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베르겐까지 왔는데 송네피오르를 안 보고 갈 수는 없다고 생각, 베르겐 기차역에서 하루 전에 노르웨이인어넛셀 상품을 예약했다. 노르웨이인어넛셀은 피오르해안을 볼 수 있는 교통편을 묶은 패키지다. 베르겐에서 시작해서 베르겐에서 끝낼 수도 있고, 오슬로에서 시작해서 오슬로에서 끝낼 수도 있으며 나처럼 베르겐과 오슬로를 오갈 수도 있다. 내 경우 베르겐에서 보스까지는 기차로, 보스에서 플롬까지는 배로, 플롬에서 뮈르달을 거쳐 오슬로로 가는 기차를 탔다.

노르웨이인어넛셀 투어를 선택하면서 내가 한국에서 끊은 오픈 티켓은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실물 기차표를 갖고 있었다. 환불을 하려고 베르겐 기차역에 찾아갔는데 자신들은 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한다. 로밍으로 한국의 회사에 전화했더니 기차역에서 미사용(unused) 스탬프를 받아오면 85%를 환불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다시 기차역을 찾아갔지만 그들은 미사용 스탬프라는 것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현지 직원도 모르는 내용을 수행해야 환불이 된다는 게 황당했지만 다른 도리도 없었다. 별 수 없이 이 티켓은 떠나기 전 헬싱키의 호스텔에 혹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잘 써줬으면 좋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두고 왔다. 남은 시간도 촉박했고 더욱이 두고온 곳이 헬싱키였기 때문에 결국 미사용으로 남았을 것 같다.

라이언에어 미체크인 벌금 644NOK
오슬로에서 탈린으로 가는 길에 라이언에어를 이용하기로 하고 예약까지 마쳤다. 뤼게 공항에 좀 일찍 도착해 공항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탑승까지 2시간 30분 정도가 남았을 때 카운터에 가서 체크인을 시도했다. 그랬더니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다녀오란다. 아이슬란드에서 가더모엔 공항으로 날아와 거기서 또 뤼게 공항까지 꼬박 두 시간 버스를 타고 혹시 정류장을 놓치지 않을까 싶어 집중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던 나는 이미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즉, 직원의 말에 토를 달만한 기력이 없었다. 그래서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갔더니 644 노르웨이 크로네를 내란다.

나중에 알아보니, 저가 항공사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승객들이 체크인을 인터넷 상으로 직접 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이처럼 벌금을 물게 된다. 예약만으로는 안되고 예약 후 좌석 지정까지 직접 해야한다. 보안검색대에서 보니 다들 E티켓을 출력해왔다. 유럽에서 내가 처음으로 탄 저가 항공이 라이언에어였기에 라이언에어에서 이런 일을 겪었다. 이 이후로는 탑승 예정인 모든 항공사의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고 수시로 체크인을 시도해 다시는 벌금을 내는 일이 없었다.

레이캬비크 웰컴 카드 3300ISK
레이캬비크뿐 아니라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 이런 카드 제도를 운영한다. 베르겐 카드, 헬싱키 카드 등도 있다. 이 카드를 구입하면 지정된 기간동안 교통시설 할인을 받을 수 있고 박물관이나 유적지에 무료 입장을 할 수도 있다. 잘 활용하면 카드 가격 이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흔히 이름을 아는 관광도시 외에는 이 카드로 카드 가격 이상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

사실 아이슬란드는 박물관이나 유적지보다는 수려한 자연 경관을 감상하기 위해 찾는 곳이다. 여름에는 이 카드로 비다이섬에 가는 페리에 탑승할 수 있는 등 혜택이 좀 더 있지만, 나처럼 겨울에 아무것도 모르고 가서 ‘카드만 있으면 뭔가 되겠지’라는 발상은 좋지 않다. 교통편이 할인된다고 하지만 처음 간 곳에서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아무 버스나 탈 수 있는 게 아니다. 박물관도 지정된 시간 안에 다 돌아보려면 사전에 위치를 다 알아두어야 한다. 계획 없이 카드부터 사면 그 비용은 날아가기 십상이다. 내 경우 아이슬란드에서 떠나기 전날 레이캬비크를 제대로 돌아보자는 생각으로 구입했지만 블루라군에 짐 정리 등등이 겹쳐 이 카드로 아무 서비스도 이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로마 패스는 아무 생각 없이 사서 잘 이용했다. 아이슬란드와 달리 돌아다닐 대부분의 장소가 유적지라 매우 편리하다. 카드 구입시 도시의 특성도 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이슬란드 숙소 인터넷 예약 217.92EUR, 직접 숙소에 예약 68800ISK
아이슬란드에 2주간 있을 생각으로 비행기 티켓을 결제했다. 예약 안내와 함께 인근 숙소 광고가 메일로 날아왔다. 어차피 숙소는 잡아야했기에 광고를 보고 무난해 보이는 한 숙소를 골라 아이슬란드에서의 첫 3일을 예약했다. 숙소는 3일간 지내본 후 현지에서 다시 결정할 생각이었다.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보증금을 결제하고 잔금은 현지 숙소에서 직접 결제하는 방식이었다.

현지에서 이 숙소에 아이슬란드 일정 내내 있기로 다시 예약을 잡았다. 내가 처음 예약했던 인터넷 사이트를 거쳐 나머지 12일분을 예약하니 217유로 정도를 지불하라기에 내 카드 정보를 입력했다. 승인 메시지는 못 받았지만 아마 내 카드에서 비용이 빠져나갈 것이다. 그런데 내가 예약했다고 카운터에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카운터에서 예약을 새로 잡고 비용도 새 예약에 대해 재결제를 요청했다. 처음 왔을 때, 카드로 보증금만 결제하고 잔금은 카운터에서 결제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잔금을 지불하는 맥락인 줄 알고 결제를 했다. 68000 아이슬란드크로네가 넘는 가격이었는데 이는 217유로를 훨씬 상회하는 액수다. 나중에 카운터를 다시 지나가자 나를 불러 인터넷으로 결제한 건을 취소해달라고 했다. 예약이 이중이란다. 결제가 두 번 될 수 있으니 예약을 취소해달라는데 취소하려고 보니 217유로짜리 예약이 290유로 정도에서 할인해주는 대신 환불이나 기간 교체가 불가능한 상품이었다.

인터넷 예약이 취소 불가 조건이라 숙소에서 직접 잡은 예약을 취소해야 했다. 사실 인터넷 쪽의 가격이 직접 숙소에 예약하는 비용의 절반에 불과했다. 조금만 생각하면 이 구조의 불합리는 금방 이해가 간다. 나는 인터넷 예약 사이트를 통해 예약했는데 그것도 내가 그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예약한 게 아니라 항공사가 보낸 항공권 예약 안내 메일에 실린 광고를 거쳐 예약 사이트에 접속해 이 숙소까지 연결된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인터넷 숙소 예약 사이트와 항공사에 얼마라도 넘어가는 구조일 것이고 직접 여기서 예약하는 편이 이 숙소가 차지하는 이익분이 더 클 것이다. 그러니 자신들과 직접 예약한 것을 살리고 연계된 예약을 취소해달라고 하고 싶은 생각은 이해가 갔다. 내 영어가 좀 더 나은 수준이었다면 데스크 직원과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여기서 순진한 척, 그들이 시키는대로 다 했지만 안 됐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도 그랬지만, 알고도 말할 수 없는 입장에 놓이니 순진한 백치미를 연출하고 말았다.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취소된 것은 인터넷으로 예약한 쪽이었다.

블루라군 버스비 3600ISK+입장료 35EUR, 블루라군 패키지 8900ISK
블루라군 패키지는 블루라군까지의 버스를 제공해주고 입장까지 시켜주는 상품이다. 개별 구매할 경우 30% 정도 저렴하다. 처음에 패키지로 갔다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두 번째 갔을 때는 개별 구매를 하려고 했으나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결국 다시 패키지로 다녀왔다. 패키지로 입장하는 사람과 블루라군에서 입장권을 사서 입장하는 사람이 줄을 따로 서는데, 대개 블루라군에서 입장권을 직접 구입하는 쪽의 줄이 짧다.

헬싱키 트램 두 번 3EUR X 2 = 6EUR
헬싱키의 트램은, 처음 탑승할 때 3유로를 내면 이후 한 시간까지는 다른 트램으로 몇 번이고 환승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을 몰랐던 나는 트램을 갈아탈 때마다 입장권을 새로 샀다.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테르미니역까지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 14EUR, 버스 4EUR
오슬로, 스톡홀름 등은 기차역에서 공항까지의 공항 철도를 운행한다. 그래서 로마에도 공항 철도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무조건 기차역만 찾았다. 어찌어찌 티켓을 구입하고 테르미니역까지 오는데 성공했다. 다시 비행기를 타러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으로 가는 날, 테르미니역 앞에 갔더니 공항을 오가는 버스가 참 많기도 많았다. 게다가 비용은 철도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서비스도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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