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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과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

장행훈 프로필 사진 장행훈 2015년 01월 19일

언론광장 대표

새누리당의 박근혜 정권은 시간이 갈수록 국민의 가슴에서 멀어지고 있는 반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날이 갈수록 우리에게 기분 좋은 충격을 주는 교훈과 행동으로 세계인과 더 가까워지고 있다. 두 사람은 아주 대조적이다. 소통 면에서 특히 그렇다. 박 대통령은 자신을 선출한 국민과 전혀 소통이 안 되는 불통 정치인으로 비판받고 있는 데 반해서 라틴 아메리카 출신으로는 최초로 로마 주교의 자리에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 12억 가톨릭 신도들과는 말할 것도 없고 그 밖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비(非)가톨릭 종교인들과도 스스로 찾아가 소통해서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시기가 보름 차이밖에 나지 않아 서로의 리더십을 비교해 보기가 쉽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2월 25일 취임했고 남미(南美)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Jorge Mario Bergoglio) 추기경이 로마 교황에 선출된 것은 16일 뒤인 3월13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의 순교자 시복식을 집전하기 위해 지난해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4박 5일간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방한 내내 세월호 희생자 유족 등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을 만나 위로해 주고 우리에게 사랑과 화해를 실천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줘 많은 감명을 주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 '프란치스코 교황 열풍'을 일으켰다. 반면에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을 피하고 만나기를 꺼린다는 유족들의 불평을 샀다. 누가 한국인의 마음을 더 끈 지도자로 평가받을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찾아가 배우기도 힘든 리더십의 멘토가 스스로 이 땅을 찾아왔는데도 직접 만나 배울 생각을 한 것 같지 않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12월 22일 교황청(바티칸시 정부) 고위 관리들을 위해 마련한 성탄절 기원식 자리에서 참석한 교황청 고위 사제들을 향해 이들이 “영적인 알츠하이머(치매)” 증세, “심각한 정신분열증”, “장광설로 동료를 비방하는 테러행위”, “정신적 영적 화석화(化石化) 증세” 등 15가지의 병벽(病癖을 보이고 있다고 질책했다.


교황은 20분 동안 교황청에서 나타나고 있는 병폐를 열거하면서 “정신적 거부반응 벽”, “외부세계에 대한 무관심 벽”, “폐쇄된 동아리 벽”, “보스의 신격화(神格化)벽”, “모든 것을 독점하려는 벽”, “사탄처럼 불화의 씨뿌리기 벽”, “출세주의”, “오만” 등 섹트(종파)현상의 모든 특징을 제시했다. 그는 이런 나쁜 버릇을 버리지 않으면 교황청이 위험에 처해질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자성하지 않고 개선에 노력하지 않는 관료들을 호되게 질책했다. 교황청 창설(1089년) 이후 1천 년 역사를 통해 교황이 교황청 정부를 운영하는 사제들을 대놓고 이렇게 엄하게 질책한 일이 없었다고 한다.


당연히 참석자들의 표정이 굳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언론은 “프란치스코 교황, 바티칸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는 제목으로 교황의 질책 내용을 크게 보도했다 프랑스의 르 몽드는 1주일 후 “쿠데타 교황 프란치스코”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교황이 교황청 개혁을 위해 “혁명”을 시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교황청은 그동안 부패했다는 비판 여론이 많았다. 특히 종교사업을 관장하는 바티칸 은행의 부패는 교황청의 권위를 많이 떨어트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이후 교황청 은행에 대한 외부 감사를 시행하고 인원도 대거 교체했다. 그러나 좀 더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추진 중이다. 부패 의혹을 받고 있는 교황청을 대수술 하지 않으면 교회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으로 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교황청 내 이탈리아 세력에 대한 음모론도 나돈다. 추기경들이 프란치스코를 베네딕토16세 후임으로 선출한 중요한 동기도 교황청의 부패를 청산하라는 것이다.


교황청의 부패를 조장한 배경이 된 섹트 현상을 보면 박근혜 정부와 청와대가 당면한 현 상황을 연상시킨다. 교황청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도 대대적인 개혁 수술을 하지 않으면 정권의 앞날이 걱정된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교황청 대수술을 추진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달리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를 수술할 의사가 전혀 없다. 청와대 문고리 문건 사건은 모두가 “찌라시”일 뿐 아무 내용이 없단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 일 없다고 태평하다. 교황의 리더십을 배울 생각이 전혀 안 보인다. 국가의 장래가 심히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