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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쓰라린 상처를 후비는 보훈처장의 사디스트적 발상

장행훈 프로필 사진 장행훈 2016년 06월 22일

언론광장 대표

6.25 전쟁 66주년을 맞아 광주 금남로를 통과하는 군사 퍼레이드에 5.18 당시 민주화 시위대를 무참히 학살한 악명 높은 제11특전공수여단을 참가시키기로 했다는 보도에 광주 시민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국민들까지도 몹시 황당해하고 분노하고 있다.


광주 시민을 가장 가혹하게 탄압한 것이 제11특전공수여단이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보훈처가 6.25 기념일에 광주 민주화운동에 가담한 수많은 젊은이들이 최후를 마친 금남로를 통과하는 퍼레이드에 그 제11특전공수여단을 참가시킬 계획이었다.


억하심정인가! 대통령과 3당 원내 대표들이 합의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무산시켜 5.18 36주년 추모식에서 분노한 유족들과 광주시민들에게 쫓겨난 박승춘 보훈처장의 광주에 대한 분풀인가? 5.18유족과 시민을 향해 “당신들, 5.18 민주화운동이 국가지정 기념일의 반열에 올랐다고 으스대지만 최후의 승리자는 당신들의 아들 딸 남편을 제거한 우리라는 걸 보여주지“ 이런 심보였나? 사디스트가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잔인한 발상이다.


정부가 5.18을 민주화기념일로 지정한 것은 공수여단의 가혹한 시민 학살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5.18민주화의 역사적 의미를 부각시킨 결정이었다. 그런데 공수여단으로 하여금 그들이 광주시민을 학살한 바로 그 참극의 현장을 지나가는 퍼레이드에 참가토록 하겠다니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을 모욕하고 생존자들에게는 굴욕감을 갖게 하겠다는 도발 아닌가.


그래서 야 3당은 박승춘 보훈처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23일 국회에 발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보훈처는 그제야 여론의 분노를 감지했는지 그렇게 반대가 심하다면 공수여단의 퍼레이드 참가를 취소하겠다고 결정을 뒤집었다.


박승춘 처장은 ‘문제발생아’로 이름나 있는 인물이라 새삼 놀라운 일도 아니라는 떨떠름한 반응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군사문제 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의원의 표현을 빌리면 “임을 위한 행진곡 사건이 국지전이라면 제11특전공수여단의 금남로 퍼레이드 참가는 ‘확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사건의 심각성을 상징하는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11특전공수여단의 금남로 퍼레이드 참가를 계획해서 또다시 국론을 분열시킬 뻔한 보훈처장에 대해서 상응한 응징조치를 취해야 한다. 야 3당이 박 처장 해임결안을 발의하기로 한 이유다. 박 처장이 계속 말썽을 일으켜 온 것은 3성장군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경박한 행동에 대해 임명권자가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박 처장의 행동에 대해서는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 공론이다. 이번 공수여단의 금남로 퍼레이드 참가 같은 심각한 문제에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그의 탈선은 박근혜정권이 끝날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보훈처는 공수부대의 퍼레이드 참가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2013년에도 제11특전공수여단이 퍼레이드에 참가한 일 있었고 그 반응이 아주 좋아 이번에도 그 참가를 계획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공개했다. 이것도 심각한 문제다. 지금 제11공수여단의 퍼레이드 참가가 여론의 분노를 촉발하고 있는데 3년 전에는 여론이 그것을 환영했다? 상식적으로 설득력이 없는 말이다.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여부를 조사해서 만약 사실로 드러나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게 여론의 반응이 좋았으면 보훈처는 왜 그것을 널리 알리지 않고 “몰래 참가”로 비밀에 부쳤나? 그때 공수부대의 참가가 알려졌으면 어떤 소동이 벌어졌을지 상상해 보라. 소름이 끼칠 일이다.


아무런 해명이나 사과 없이 제11특전공수여단을 금남로 퍼레이드에 참가시켜 그들의 피해자 앞을 행진하게 하는 것은 공수부대에게 민간인 학살에 대한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들에 대한 승리의 쾌감에 도취하게 하는 사디즘(가학성 음란증)적 행동이나 다름없다.


또 한 가지 의문은 왜 한국전쟁이 발발한 6.25기념일에 공수여단을 금남로 앞을 지나가는 퍼레이드에 참가시키려고 했는가 하는 점이다. 5.18 민주화운동 탄압의 비난을 받고 있지만, 공수부대도 공산침략을 막는데 참여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그것으로 민간인 학살의 죄를 덮으려는 계산은 들어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어떤 반공도 민주주의를 해치는 행동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한 마디로 박승춘 처장의 반민주적 행동은 책임을 물어야 하며 그런 행동이 그의 비호세력이나 임명권자가 보호해 주기 때문에 반복된다면 그들 역시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박승춘 보훈처장에 대한 책임 추궁은 이번 금남로 퍼레이드에 제11특전공수여단을 참가시키기로 계획해서 국민에게 5.18의 악몽을 되살리고 정부의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지정의 의의를 의심케 한 책임을 물어 그를 해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