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위협 청와대 회동, 정부 위기능력 부재만 드러냈다

12일 오후 북한의 핵 위협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3당 대표를 초청한 청와대 회동은 북핵 문제가 우리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인식에 공감하고 북한의 도발을 비난하는데 한목소리를 낸 것 외에는 사드 문제나 우병우 민정수석 논란 등에 공감대를 찾지 못한 채 헤어졌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들의 대화 건의나 위기 해법을 거부하고 모든 국민이 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지지해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부의 위기능력 부재를 드러낸 위기회동이었다.

외교나 정치에서 대화는 양보를 전제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대화는 특히 절박한 위기 상황에서는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상대방의 속내를 타진하고 꽉 막힌 곳에서 탈출구를 찾아보는 탐색활동인 것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 탈출구를 발견하기도 한다. 냉전이 한창인 1970년대 중반 동유럽에서 소련 공산체제를 붕괴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준 헬싱키회의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박근혜 “불통정권”이 청와대 회동에서도 대화는 시간 낭비라고 거부했다는 보도로 미루어볼 때, 이 정권 하에서 대화로 위기를 푸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 배치 문제에 관해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가 북한의 핵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수단이라는 미국의 주장을 그대로 믿고 설교하는 전도사로 변신한 감이 없지 않다. 사드 배치에서는 북핵에 대한 박근혜 정권의 강박관념을 최대한 이용해서 중국을 가상적으로 한 한.미.일 삼각축에 한국을 묶어두려는 장기전략이 보인다.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주장은 비전문가의 눈에는 그럴듯하게 들릴지 모르나 사드의 제일 목표가 중국의 핵 미사일이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데도 박 정권은 이를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요격용이라는 미국의 주장을 100% 믿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이 북핵 위협이 없는 동유럽의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 신 회원국들에 압력을 가해서 사드 배치 목적을 달성했다. 사드가 미국이 러시아나 중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세계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왜 한국의 사드 배치를 완강히 반대하지 이유를 알아보면 답이 쉽게 나온다. 박 대통령은 사드가 어느 3국도 위협하지 않는 방어무기라고 되풀이해서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이나 러시아는 박 대통령이 사드에 관해 무지하거나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위해 진실을 감투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에 가입하는 순간 한국은 독자적 외교정책 추진이 어렵게 되고 미국과 일본 외교의 종속 변수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는 것을 내다봐야 한다. 문제는 한국의 국익이 미국 특히 일본과는 상충하는 데가 많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7월 바르샤바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유럽형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그곳엔 북핵 위협이 없는데도 사드를 배치하기로 한 것은 러시아의 핵 미사일 공격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련 붕괴 후 모스크바의 통제에서 벗어나 나토의 새 회원국이 된 동유럽 국가들(폴란드 체코 등)은 미국의 보호를 환영하면서도 자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정면으로 반대해왔다. 사드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목표라 한 요격 미사일이기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가 전쟁을 하게 되면 미국의 사드 기지가 있는 나라들이 제일 먼저 러시아 핵미사일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동유럽 국가들의 공포를 무마하기 위해 사드가 러시아의 미사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이란과 같은 불량국가가 발사할지 모를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뚱맞은 명분을 내놓아야 했다. 동유럽과 동아시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에 배치될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 미사일 공격을 요격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큰 틀에서 시나리오가 비슷하다.

미국은 유럽 국가들의 사드 배치 공포를 없애기 위한 심리전의 일환으로 동구 나토 회원국의 사드는 러시아의 미사일을 대상으로 것이 아니라고 공표하고 사드 레이더 방향도 러시아 쪽이 아닌 곳으로 돌리고 레이더 관리도 러시아에 적대적인 미군이 아닌 나토 회원국 군대가 맡도록 한다는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타협안을 미국과 사드 배치국이 받아들이게 했다. 사드 배치의 전제조건이다. 사드의 요격 대상도 러시아 미사일이 아닌 (이란과 같은) 불특정 불량국가로 표시했다. 한 마디로 국제정치의 코미디다.

그러므로 우리가 유의해야 할 것은 공식으로 지정된 적대국이 문제가 아니라 공표되지 않은 사드 배치에 가려있는 “음모”다. 공표하기는 곤란하지만 양식 있는 국민이면 이해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일반국민과 역사를 이해하는 수준이 너무 다른 것이 문제다. 직언으로 유명한 도올 김용옥 교수가 최근 어느 방송과의 대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잘 한 것은 딱 하나-작년 9월 북경에서 개최된 항일승리 축하 사열행사 뿐”이라고 평했다. 좀 짠 인물평이지만 공감이 간다. 아마 도올의 박근혜 평에 공감하는 국민이 적지 않지 않을까?

적어도 상당한 기간 한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데 있어서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는 정책에 참여하는 것은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미국과 중.러의 핵 무력충돌에 한국이 휩쓸릴 일은 한사코 피해야 한다.

그런데 사드 문제를 통해 본 박근혜 정권이나 우리 군의 태도는 북한의 위협을 막을 수 있는 것이면 그 어떤 정책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드에 관한 한 역사적인 안목에서 국익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는 판단이다.

그러므로 박 정권은 최악의 경우 사드를 배치하게 되더라도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 아니라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동유럽 국가들은 사드 배치에 국회의 비준 절차를 밟았다. 국가의 운명이 걸린 이런 중대한 군사협정에 국회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국회의 존재 이유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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