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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한국판 워터게이트 될 수 있을까

장행훈 프로필 사진 장행훈 2016년 11월 21일

언론광장 대표

대한민국에 제3의 민주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23일 김현웅 법무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공식적인 사퇴 이유는 검찰이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에 관한 수사발표에서 대통령을 공모자로, 실질적인 “주범”으로 적시한데 대해 직무상 도의적으로 느낀 책임감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와 관련해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두 축인 법무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이 동시에 사의를 표명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더구나 최 민정수석은 임명장을 받은지 일주일도 안 된다. 아직 잉크도 마르지도 않았을 텐데 사의를 표명했다. 그 짧은 시간에 그가 박 대통령은 보좌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발생했다고 볼 수박에 없는데 그게 뭘까. 한 마디로 검찰과 대통령과의 사이에 일어난 권력 충들이 그로서는 도저히 조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권력 내부에서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다.


최 수석은 최근 측근에게 동료 후배가 수사한 내용을 부정할 수 없어 자리를 그만둘 수밖에 없겠다고 말했다는 한 종편의 보도다. 청와대는 대통령을 범죄 피의자로 적시한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사실이 아닌, 상상으로 엮은 사상누각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최 수석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진실로 믿고 있다. 그래서 검사 출신으로서의 양심상 대통령을 보좌할 수 없다고 결심하게 됐다는 해석다.


그 동안 두 달 넘게 전 언론에 매일같이 보도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상상을 초월하는 정권부패였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거의 90% 이상의 국민이 박근혜를 더 이상 국민의 대통령으로 보지 않고 있다. 정체불명의 사기한 최태민의 딸 최순실한테 농락당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추락시킨 무능력자의 상징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는 3주 이상 5%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의 업무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90%에 이른다.


그런데도 박근혜의 개인적인 권력에 대한 집착은 대단하다. 국민에 대한 사과담하에서는 검찰의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검찰의 대면조사에 불응하고 있다. 피의자인 신분에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정부 차관급 인사를 단행하고 한일군사정부협정 같은 극히 민감한 외교문제에 관해 석달만 더 토의하는 게 좋겠다는 장관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협정을 국무회의서 통과시켰다. 역사에 두고두고 비판받을 엄청난 죄과를 범했는 전문가들의 비판이다.


이제 국민 할 일은 이미 국민으로부터 대통령으로 인정받고 못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해서 얼마 남지 않은 임기지만 그가 국익을 더 이상 훼손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다행히 박근혜 정권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아온 검찰이 뒤늦게나마 박 정권의 최대 치부인 초순실 게이트에 관해서는 수사 의지를 보여 주고 있는 것 같다. 국민의 정당이라기보다는 박근혜의 사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도 일부 친박을 제외하곤 국민을 배신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다수 국민의 대열에 참여하는 것 같다. 김무성 전 내누리당 대표가 22일 국민을 배신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서명운동을 버리는데 앞장 서겠다는 결의를 표명해 앞으로 박근혜 탄핵 정국은 더욱 속도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박근혜 퇴진 운동은 26일 5차 토요일 촉불시위 때 1백50만 이상의 기록을 세울 것 같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달라진 검찰의 태도다. 역설적으로 최순실 게이트가 언론에 보도되고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검찰도 자성의 필요성을 새롭게 느끼고 명예회복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의 수사 고소장에 박근혜 대통령을 공모나 적시하는 용기를 보여준 것이나 최재경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은 아직 만족하다고 볼 수는 고무적이다.


검찰의 달라진 태도는 워터게이트 스켄들 말기에 미국의 검찰이 닉슨의 사법방해에 맞서 백악관과 싸우면서 일어난 “토용일 밤의 학살”을 연상시킨다. 닉슨 대통령은 1973년10월20일 워터게이트 사건 수사 말기에 자신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대화가 녹음된 테이프의 제출을 요구하는 콕스 특검의 해임을 리차드슨 법무장관에게 명한다. 그러나 리차드슨 장관은 아무 하자가 없는 콕스 큭검을 해임할 수 없다고 불복하고 사의를 표했다. 그러자 닉슨은 러켈하우수 차관에게 콕스의 해임을 명한다. 러켈하우스 차관도 장관고 마찬가지로 콕스 특검의 해임을 거부하며 사의를 표명한다. 닉슨은 할 수 없이 법무부 서열 3위의 수석 검사 보크에게 차를 보내 그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임시 법무차관 대리로 임명해서 콕스 특검을 해임하게 한다. 미국 사법사상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된 “토요일 밤의 학살”이다.


다음 날 닉슨의 “토요일 밤의 학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여론은 닉슨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돌아간다. 수 천 통의 한의 전문이 배악관과 의회로 답지했다. 닉슨을 탄핵해야 한다는 여론이 탄핵 반대 여론을 훨씬 능가했다. “토용일 밤의 학살”은 닉슨이 탄핵을 피하기 위해서는 자진 사퇴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하나의 분수령이 됐다.


콕스가 확보하지 못한 녹음테이프는 그의 후임으로 임명된 자워스키 특검이 대법원에 재판을 신청해 대법원 명령으로 확보하게 되는데 녹음테이프 안에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 직후 홀드맨 비서실장과 사건을 은폐하는 작전을 토의한 대화가 녹음된 것이 드러나 이러한 사실을 2년 이상이나 국민과 의회에 부인한 닉슨은 탄핵을 면할 수 없게 되고 탄핵을 면하기 위해 스스로 대통령직을 사퇴하는 길을 택했다.


26일 토요일 밤, 전국적으로 1백50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촛불시위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검찰의 면접조사에 응하게 만드는 강한 압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임으로 될수록 많은 시민이 촛불시위에 참가했으면 한다. 인구의 3.5%가 시위를 계속하면 어떤 정권도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체노웨스 교수의 <3.5%법칙>도 상당히 신빙성있는 법칙이란 것도 잊지 말자.


박근혜는 이제 대다수 국민이 그를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검찰의 조사에 응하고 탄핵에도 응할 자세를 갖추기 바란다. 그것이 국가는 물론 본인에게도 최선의 길이다. 탄핵이 역사에 남을 수치스러운 기록으로 생각되면 닉슨처럼 스스로 청와대를 떠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