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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MBC), 지금 마오쩌둥식 문화혁명 하고 있나?

장행훈 프로필 사진 장행훈 2014년 12월 24일

언론광장 대표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은 한국이 “제2 유신시대”로 복귀했다는 것을 재확인해 주었다는 중론이다. 그렇지 않아도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유신시대를 회상시키는 일들이 자주 나타나 “제2의 유신시대”가 다시 돌아온 것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듣던 참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헌재의 판결은 “제2의 유신시대”가 이제 우리 머릿속의 상상이 아니라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는 것을 느끼게 한 선고였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2대(代)에 걸친 한나라-새누리당 정권의 언론정책 추이를 보면 “제2의 유신”은 이미 이명박 정권 때부터 싹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것이 박근혜 정권에서 계승되고 강화되어 왔다. 다만 명박-근혜 정권에서는 박정희 유신 때와는 달리 살벌한 행태가 눈에 띄지 않고 일반 국민은 잘 못 느끼는 언론 통제를 통해 진행돼 왔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쉽게 못 느꼈을 뿐이다.


하지만 공영방송임을 표방하는 MBC가 노골적인 정권 시녀방송으로 전락한 것은 시청자의 눈에도 쉽게 잡혔다. 엄혹한 전두환 시대에 “땡 전 방송”으로 전락한 한국방송(KBS)에 진저리가 나서 MBC로 채널을 돌렸던 국민들은 달라진 MBC 모습을 쉽게 알아차렸다. 신문 방송들의 보도 태도를 세심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는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같은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변화를 꾸준히 분석해서 알리고 있다. 당연히 MBC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광고도 줄기 시작했다. MBC 기자 PD들은 당연히 경영진에 경고를 보냈던 것이고 정당한 경고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항의하고 파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정권에 의해 임명된 낙하산 사장과 경영진은 공영방송 윤리에 충실하기보다는 정권에 대한 충을 과시하려고 위험을 알리는 기자 피디들의 충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이들을 해고 징계해서 파란을 자주 일으켰다.


작년 세계기자대회 참석차 방한한 보멜라 국제기자협회(IFJ)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권에 맞서다 해고된 기자들의 복직 문제는 한국 민주화 역사에서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MB정부 때 해직된 기자 피디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에서 수많은 기자가 해직된 것은 본인들의 잘못이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에 의한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조건 없는 복직을 촉구했다. 보멜라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공한에서도 같은 요구를 되풀이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보멜라 회장의 요구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원래 MB의 잘못된 언론정책을 개선할 의지가 없었다. 후보 때 공약집을 보면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정치권이 영향을 행사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 해법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 전부였다. 그 공약마저도 다른 공약과 마찬가지로 공약(空約)이 돼 있는 상태다. 언론정책에서도 박 정권은 “제2 유신”의 그림자를 따라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눈을 거슬리는 것은 박근혜 정권이 임명한 MBC 새 경영진이 언론윤리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하는 기자 피디들을 탄압하는 방법이다.


말썽 많았던 김재철 사장의 후임으로 사장이 된 안광한 사장은 연초 고분고분하지 않은 MBC 기자 피디들을 해직하거나 이른바 “신천교육대”에 보내 브런치 만드는 방법을 교육받게 했다. 방송사 언론인 생활을 20-30년 한 원로 언론인들이며 MBC의 간판스타들에게 언론과는 아무 상관 없는 빵 만드는 방법을 배우라니 모욕도 이런 모욕이 있을 수 없다. 60년대 문화혁명 때 마오쩌둥이 그의 노선을 따르지 않는 간부들을 시골로 내려보내 재교육을 받게 하는 방법이다. 악명 높은 샤팡(下放-지식인이나 간부 유배) 재교육이다.


10월 31일 교육명령을 받은 12명도 <가나안 농군학교> 입소한다. 2주간 중 3일간 “효 사상과 실체” “낱알의 철학(식탁교육)” “공동체 삶의 체험(농장실습 및 등산)”의 과목을 수료하라는 것이다. 도대체 농군학교 수료가 PD 기자 업무능력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정권이 언론인을 어떻게 봤기에 이런 발상이 나올 수 있었을까? 박근혜 정권은 그건 정권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변명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대한항공(KAL) 조현아 전 부사장의 오만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그의 아버지 조양호 회장이 지지 않을 수 없듯이 이런 사장을 임명한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는 거 아닌가?


MBC 방송의 새 경영진, 박근혜 정부의 언론정책은 한국의 민주주의의 앞날에 큰 불안을 품게 한다. 그래서 지난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협회, 한국기술인연합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를 비롯한 언론단체 시민사회 노동단체(전국민주노동총연맹), 문화 예술 종교 학술 법률 네티즌 커뮤니티 단체들이 총연합해서 "권력이 짓밟은 MBC, 국민이 일으켜 세우자!” “MBC를 국민의 품으로!” 라는 표어 아래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앞으로 MBC가 반민주적인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공영방송 <MBC를 국민의 품으로!>로 끌어들이는 운동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다시 살리고 그러기 위해 민주언론을 되살리기 위해서 전국의 민주민들이 힘을 합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