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향’의 흥행 돌풍, 이유는?

영화 <귀향>이 흥행 돌풍을 매섭게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24일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며 개봉 닷새째인 일요일 이미 100만 명을 돌파했다(편집자주 – 3월 1일까지 누적관객은 170만 명). 개봉 전 예매 점유율 1위에 오를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흥행이었지만, 이 정도 폭발력을 보여줄지는 영화사도 미처 기대하지 못했을 것이다. 메이저 배급사의 작품도 아닌데, <귀향>의 높은 좌석 점유율을 외면할 수 없는 멀티플렉스들이 상영관을 내줄 수밖에 없게 되면서 흥행 가속도가 붙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에 ‘돌풍’을 좋아하는 언론들이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귀향>은 또 한 번의 사회적 신드롬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즈음에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스타 배우도 나오지 않고, 게다가 딱히 볼거리도 없는 이 영화에 왜 이렇게 관객들이 몰리는 것인가. 물론 가장 간단한 설명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 사실상 최초의 한국영화라는 희소성이다. 일본군 위안부의 피해 실상을 뉴스로 접하는 것과 영화라는 정서적 매체를 통해 확인하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뉴스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집합명사를 쓰지만, 영화는 ‘정민’과 ‘영희’라는 개인의 사연을 담는다. 더 구체적이고 더 생생하다. 그러니 당연히 더 울림이 크다. 그게 바로 영화라는 ‘진실적 허구’의 힘이다.

이 영화를 관객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는 상황은 작금의 정치 사회적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요컨대, 국민의 동의도 없이, 가장 중요한 피해자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정부가 위안부 협상을 졸속으로 끝내 버린 데 대한 반발심이 근저에 깔린 것이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노인이 된 위안부 소녀 손숙이 “어떤 미친 여자가 그런 과거를 밝히겠어”라고 말하는 공무원 앞에 서서 “내가….그 미친 년이다!”라고 외칠 때, 관객은 어쩔 도리 없이 그녀의 심정에 이입하며 가슴을 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장면의 맥락적 의미는 연출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자기 국민의 아픔을 놓고 흥정한 정부를 향해 관객들이 보내는 응어리진 야유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여름 천만 관객을 돌파한 <암살>에 이어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비운의 시인 윤동주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동주>(이 영화 역시 손익분기점을 통과하며 선전하고 있다)에 잇따라 나온 <귀향>의 흥행은, 시대적 맥락 안에서 살필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일제 강점기 배경의 한국영화들은 대체로 흥행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왜 하필 지금, 우리는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소재 삼은 영화들을 유난히 아끼고 있는가. 친일 미화 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기득권 세력의 의도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죽지 않고 활개 치고 있는 친일파의 유전자가 한국사회를 굳건하게 지배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저항 심리를 어두운 극장 안에서 영화를 통해서나마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대중의 집단 무의식적 열망 또는 결핍 지점과 만날 때 흥행 현상을 만들어낸다. 그러니 <귀향>의 흥행은 우리의 열망을, 우리의 결핍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해방 이후 70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은 우리의 원한을 대신 위로하고 있는 셈이다. 그 어떤 위로도 받지 못한 위안부 소녀들은 물론, 그들을 제대로 위로하지 못해 미안한 관객들까지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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