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총선 공약이 될 수 없는 건가요?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여야 정당들의 총선 공약을 비교하고 있자니, 대부분 경제와 민생에 집중돼 있다. 차이를 찾는다면 새누리당은 미래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것이고, 더불어민주당은 경제민주화와 복지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방법론은 다르겠지만, 요컨대 양당 모두 국민들에게 더 잘 살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아예 경제를 전면에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문제는 경제다” 누가 모르나? 정치인들에게 이 나라의 경제는 건국 이후 줄곧 문제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캐치프레이즈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당시 썼던 “’It’s the economy. Idiot!(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를 노골적으로 벤치마킹했다. 참으로 창의력 없기 짝이 없는 모토이다. 제1야당의 창의력 실종을 어떻게 봐야 할까. 나는 그게 다름 아닌 ‘문화의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모두들 “경제, 경제”만 외치는 가운데 정작 주요 정당의 총선 공약에서 문화와 관련한 항목을 찾아볼 수가 없다.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니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문화는 영혼의 먹거리다. 문화는 시민의 정신 활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분야다. 그럼에도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 분야에 대한 고민과 정책화 노력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으니 개탄스러운 노릇이다.

당장 영화 시장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그동안 수없이 지적되어 왔던 문제다. 한두 편의 대규모 영화가 스크린을 독식하고, 다른 영화가 들어설 틈이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극장 문화는 다양성이 아닌 획일성을 강요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스크린 독과점에 힘입어 천만을 넘기는 두어 편의 영화만을 화제로 삼는 이 나라의 문화적 지형은, 누가 봐도 정상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 극장가에서의 다양성은 말라 비틀어져 고사 직전이다.

이걸 해결해야 할 숙제는 고스란히 국회에 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영화 산업의 주체들이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건 재벌이 알아서 중소상인들을 배려할 것을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극장과 배급사, 제작사 등 입장에 따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은 입법 기관에서 관련법을 개정함으로써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와 관련한 공약은 찾아볼 수가 없는가. 무관심한 것인가?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인가?

2014년 <다이빙벨>의 상영으로 촉발된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 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져, 올해 영화제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산시장의 몽니가 20년 동안 쌓아온, 그나마 세계에 내세울 만한 소중한 문화적 자산을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 풍전등화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영화제의 전제 조건인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방자치단체가 훼손하는 상황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이 반(反)문화적 작태에 대해 여당과 야당은 어떤 입장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경제’와 ‘성장’이라는 구호 말고는 표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모르는 이 나라 정치인들에 대한 질타를 김구 선생의 말로 대신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는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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