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수라’ 헬조선의 지옥도

나는 영화가 현실을 비추는 볼록 거울이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순수하게 장르적인 재미와 흥행을 추구한다 할지라도, 영화가 예술 매체인 이상 창작자가 의식/무의식적으로 느끼는 당대의 현실적 공기가 그 안에 담길 수밖에 없다.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은 “모든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저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영화 역시 일면 저널리즘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당대 사회에 대한 논평적 성격을 갖는다는 얘기다.

이번 주 개봉한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는 그런 점에서 지금의 한국사회를 제목 그대로 ‘아수라’로 규정하고 있다. 불교에서 자주 쓰이는 ‘아수라(阿修羅)’는 원래는 싸우기를 좋아하는 얼굴 셋, 팔이 여섯 개 달린 귀신을 의미한다. 탐욕과 이기심을 가진 이들이 끊임없이 싸우는 곳을 뜻하기도 한다. 과연, 이 영화 속의 인물들이 그렇다. 그러나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아니다. 주인공 한도경(정우성)은 강력계 형사이며, 안남시(경기도 안산과 성남에서 따온 조어로 보인다)의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뒤를 봐주는 비리 형사다. 개발 이권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악덕 시장 박성배는, 형사 한도경을 동원해 자신의 비리를 캐내려는 검찰 수사에 맞선다. 그리고 한도경은 법원에서 박 시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게 뻔한 인물을 납치 살해하는 데까지 간여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형사가 달라붙고, 우발적으로 한도경은 다른 형사의 목숨을 빼앗고 만다. 동료 형사가 죽기 직전 한도경에게 하는 말은, 이 영화가 우리 사회의 공권력에 대해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야, 너만 처먹냐? 나도 좀 먹자.”

한편, 박성배의 비리를 캐내려는 검사(곽도원)는 한도경이 그의 끄나풀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한도경을 붙잡아 추궁한다. 검찰은 한도경이 동료 형사 살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는 사실을 미끼로 박성배의 청부 살인을 입증할 스파이 임무를 강요한다. 이제부터 비리 시장 박성배, 비리 경찰 한도경, 끄나플을 협박하지 않고선 증거를 확보할 수 없는 무능한 검찰 간의 삼각 대결 구도가 만들어진다. 박성배를 배신할 수도, 검찰의 요구를 외면할 수도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인 한도경, 과연 그의 선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영화는 그 지점에 대한 의문을 품은 채 점입가경의 대립 구도로 점층한다.

영화 '아수라' 스틸컷
영화 ‘아수라’ 스틸컷

영화 <아수라>에는, 류승완의 천만 영화 <베테랑>처럼 정의로운 인물을 등장시키지 않는다(사실 정의로운 경찰과 재벌 3세의 대립이라는 단순하고도 비현실적인 구도로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의 오락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나는 <베테랑>을 훌륭한 영화라고 보지 않는다). 단순한 선악의 이분법으로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영화 속 세상에는 각자의 이권과 이해득실에 따라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악의들의 충돌만이 있을 뿐이다. 정의와 불의의 대결이 아닌, 힘과 힘의 대결, 파렴치한 최악과 기회주의적 차악의 대결, 그것이 영화 <아수라>가 포착한 이 사회의 지옥도인 것이다. 사회 정의를 구현해야 할 공권력은, 더 힘센 권력에 무력하게 무릎을 꿇는다.

최근 한국영화가 보여주는 한국사회의 기득권과 공권력은 그렇게 부패와 기회주의로 얼룩져 있다. 우민호의 영화 <내부자들>이 정, 관, 언의 3각 기득권 카르텔을 역겨운 이중성으로 묘파했다면, 나홍진의 영화 <곡성>이 잇단 일가족 살해 사건을 그저 희한한 남 일처럼 여기던 파출소 경관(곽도원)이 ‘귀신들림’이 자기 딸의 문제가 되어서야 불신에 눈이 멀어 지옥과 악마를 창출해내듯, 영화 <아수라>도 현실 속 악마들의 한판 진흙탕 싸움을 펼쳐 놓는다. 이것은 한국사회에 대한 감독 김성수의 영화적 논평이지만, 그 논평은 꽤 큰 설득력을 갖는다. 시민을 물대포로 쏴 죽게 해놓고 시신을 압류하려는 패륜적 시도를 버젓이 벌이는 이곳, 영화 바깥의 대한민국 역시 여전히 아수라다.

  • 홍길동

    gg

  • 하핳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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