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불온하거나 앞서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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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의 지동설. 루소의 사회계약론. 다윈의 진화론.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발표 당시에 소수의견으로 핍박을 받았다. 시간이 흐르고 후대에 인정을 받고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다수설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소수설을 함부로 짓밟아서는 안된다는 사실도 누구나 알고 있다. 현실은 어떤가. 나중에야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당대에는 십중팔구 소수의견은 불온하다고 치부되거나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대한민국 법조계로 시선을 돌려보자. 기억할 만한 소수의견을 몇 가지를 되짚어본다. 일단 군사정권 시절로 돌아가본다.

[소수의견 ①] “10. 26 내란목적 살인 단정은 위법”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을 포함한 정권실세들이 모인 서울 종로구 궁정동 ‘안가’에서 총성이 연이어 울린다. 총을 든 사람은 중앙정보부장으로, 그가 겨눈 총구는 경호실장을 거쳐 절대권력자인 대통령에게도 향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박정희 정권 아니 유신정권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거사’를 실행한 김재규는 내란목적 살인 등의 죄목으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재판은 일사천리로 대법원까지 갔고 김재규가 내란목적 살인범으로 확정되는 일은 기정사실화되었다. 그런데 여기에 제동을 건 판사가 있었으니 대법원 판사(현재 대법관) 양병호(2005년 작고)였다.

만약 다른 고위적 인사도 아닌 적어도 일국의 대통령을 살해하였으니 정부를 전복하려는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아니볼 수 없다는 소견이 있다면 권력의 정상이 대통령의 지위신분에 비추어 의당 그렇게 보아야할 것이라는 견해로 보겠는데 이는 지극히 소박하고 단순한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대통령직에 있는 자연인 살해행위에 지나지 못한 것인지, 국헌문란목적의 살인행위에 해당하는 것인지가 중대관건으로 되어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 적어도 이를 가려보기 위하여 좀 더 사실과 증거에 대한 실미를 더하여야 할 것인데 이를 다하지 아니하고 만연히 사실을 인정해 버리고만 심리미진 이유불비의 위법을 면할 수 없다.

군사정부 시절 정치적 사건에서 무죄나 소수의견은 용납되지 않는 행위였다. 그런데도 양 판사는 내란목적 살인으로 볼 수 없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일국의 대통령을 살해하였다고 해서 충분한 증거도 없이 내란목적살인죄로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였다. 그는 판결문에 이 의견을 썼다는 이유로 보안사령부 서빙고분실로 연행돼 고초를 겪고 사표를 강요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야말로 소수의견에 목숨 걸어야 하는 시대였다. 불과 30여 년전의 일이다.

[소수의견 ②] “혼인빙자간음은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 부인”

형법 304조 혼인빙자간음죄를 기억하는가.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하는 죄”도 몇차례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았다. 2002년 헌재는 이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남녀 간의 성에 대한 신체적 차이, 성행위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다른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이 조항은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최소한의 제한으로 위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때 주선회 재판관은 ‘성행위는 도덕과 윤리의 문제인데도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취지로 반대의견을 개진했다. 의견의 일부를 보자.

여성이 혼전 성관계를 요구하는 상대방 남자와 성관계를 가질 것인가의 여부를 스스로 결정한 후 자신의 결정이 착오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국가에 대하여 상대방 남성의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행위이다. 남성이 결혼을 약속했다고 하여 성관계를 맺은 여성만의 착오를 국가가 형벌로써 사후적으로 보호한다는 것은 ‘여성이란 남성과 달리 성적자기결정권을 자기책임 아래 스스로 행사할 능력이 없는 존재, 즉 자신의 인생과 운명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형성할 능력이 없는 열등한 존재’라는 것의 규범적 표현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남녀 평등의 사회를 지향하고 실현해야 할 국가의 헌법적 의무(헌법 제36조 제1항)에 반하는 것이자, 여성을 유아시(幼兒視)함으로써 여성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사실상 국가 스스로가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7년이 흐른 뒤 헌재는 혼인빙자간음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2009년 11월 기존의 입장을 바꾸어 위헌이라고 선언한다. 이때 위에서 인용한 소수의견은 토씨만 일부 바뀐 채 그대로 인용의견으로 바뀌게 된다. 이쯤 되면 소수의견과 다수의견의 본질적 차이가 무엇인지 불분명해지는 듯하다.

[소수의견 ③] “‘북한=반국가단체’는 현실과 동떨어진 해석”

201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북한의 반국가단체성 문제에 대해 소수의견을 낸 박시환 대법관도 기억할 만하다. 현재까지 확립된 대법원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남․북한 관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로서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고, 그 때문에 반국가단체 등을 규율하는 국가보안법의 규범력도 계속 유효하다.

박 대법관은 이에 대해 “현실과 동떨어진 무리한 해석”이라고 비판한다. 박 대법관은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본다 하더라도, 그러한 성격은 북한이 갖고 있는 한쪽 측면에 불과하다”면서 “대한민국과 교류․협력하면서 남북의 공존을 지향하는 부분 역시 함께 병존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을 규명할 때에도 북한의 그와 같은 이중적 성격에 맞추어서 보아야 하고, 북한과 관련된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를 전제로 한 규정이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반국가단체적 측면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사항에 한하여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취급하여야 할 것이다.

쉽게 말해서 북한의 반국가단체적 측면과 관계되는 측면만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식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수의견 ④] “통합진보당 해산은 사상의 다양성 훼손”

헌재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 2주년인 2014년 12월 19일 통합진보당 해산과 소속 국회의원 전원의 의원직 상실 결정을 선고했다. 다음날 박 대통령은 “역사적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결과는 8대 1. 압도적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1명의 재판관은 이 결정에 반기를 든다. 김이수 재판관은 결정문 중 180쪽에 가까운 분량으로 다수 의견에 맞선다.

김 재판관은 정당해산요건은 엄격한 해석과 적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따라서 “청구인(정부)의 주장대로 통합진보당에 ‘숨은 목적’이 있는지는 엄격하게 증명되어야 할 사항인데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통합진보당은 진성당원만 3만명에 이르는 정당인데 “극히 일부의 지향을 전체의 정견으로 간주해서도 안된다”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경계했다.

특히 정당해산 결정으로 달성할 이익보다 사회적 불이익이 민주 사회의 순기능에 장애를 줄 만큼 크다고 지적했다. 강제적 정당해산은 △정당의 자유, 정치적 결사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약 △사상의 다양성 훼손 △소수자들의 정치적 자유 위축 등을 초래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진정한 통합과 안정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김 재판관은 “통합진보당원 중 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형법이나 국가보안법 등을 통해, 국회의원이면 자율적인 절차를 통해 그들을 제명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면서 “정당해산제도는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최대한 최후적, 보충적인 용도로 활용되어야 하므로 원칙적으로 정치적 공론(선거 등)의 장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재판관은 “근자에 이르러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일컬어질 수 있는 몇 가지 징표들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방어를 목적으로 한 해산결정이 87년 헌법 개정 이후 꾸준히 진전된 민주주의를 퇴보시키고 우리사회의 균형을 위한 합리적 진보의 흐름까지 위축시키는 하나의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김 재판관의 지적대로 우리 사회에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는다면 과거처럼 소수의견을 내는 데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른다. “통합진보당의 목소리를 우리의 정치적 공론의 장에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관용과 다원성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참된 정신”이라고 강조한 김이수 재판관의 소수의견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나는, 헌법 제8조 제4항이 요구하는 정당해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이 사건 정당해산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는 피청구인의 문제점들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피청구인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오랜 세월 피땀 흘려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것이고, 또한 대한민국 헌정질서에 대한 의연한 신뢰를 천명하기 위한 것이며, 헌법정신의 본질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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