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 당선무효가 타당한가 2.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당선무효 위기에서 일단 벗어났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조 교육감은 작년 6. 4 지방선거 기간 중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의혹을 제기한 혐의(허의사실공표)로 기소돼 지난 4월 1심에서 벌금 5백만원형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검찰과 배심원, 재판부의 생각은 대동소이했다. 조 교육감이 고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선거일이 임박해서 국회 기자회견, 이메일, 라디오 등 전파성이 높은 방법으로 허위사실을 퍼뜨렸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객관적인 조건으로 볼 때 조 교육감이 자리를 지키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허위사실공표죄의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500만원~3,000만원이다. 따라서 유죄로 판단하면 설사 재판부가 벌금형을 선택하고 벌금형 하한을 기준으로 2차례 감경을 한다고 가정해도 당선무효형인 100만원을 넘게 된다.

1심 재판부는 ‘조 교육감의 행위로 고승덕 후보가 낙선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후보자 적격검증이라는 경위에 참작할 점이 있다’면서도 벌금 5백만원을 선고했다. 나는 지난 5월 <조희연 교육감, 당선무효가 타당한가> 라는 글을 통해 “수도 서울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당선된 교육감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만큼 잘못이 컸나”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일반 유권자의 선거로 공직자를 선출하는 과정은 어떤 절차보다도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되기에 선거결과는 최대한 존중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2심 재판은 조 교육감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열렸다. 당선무효형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많지 않았다. 2가지 정도다. 무죄가 나오거나 선고유예가 나오거나.(선고유예란 벌금형 등 비교적 가벼운 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일정기간 동안 형의 선고를 미루고, 2년이 지나면 형이 없던 것으로 보는 제도다.) 하지만 1심 배심원들까지 만장일치로 유죄로 판단한 마당에 무죄 가능성은 희박했고, 법원이 선거법위반 정치인에게 선고유예라는 선처를 해줄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재판부(서울고법 제6형사부 재판장 김상환 부장)가 4일 일부 무죄를 선고했고, 나머지 유죄 부분도 벌금 250만원의 선고유예로 판결했기 때문이다. 여기엔 선거에서 후보자 검증 더 나아가 표현의 자유가 허위사실 처벌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뜻이 담겨있다.

찬찬히 살펴보자. 1심에선 고승덕 후보의 영주권 보유 의혹 제기가 의견표명인지, 아니면 사실공표인지가 쟁점이 되었다. 1심의 결론은 일련의 행위 전부를 사실공표로 평가했다.

그런데 2심은 좀 다른 접근을 했다. 조 교육감이 발표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3가지 범주로 구분하여 판단했다.

① 고승덕이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A 사실)
② 영주권 보유 의혹이 있다.(B 사실)
③ 제3자에 의해 영주권 보유의혹이 제기되어 그러한 의혹이 존재한다.(C 사실)

항소심은 위 3가지 구분에 따라 허위 여부, 허위성 인식 여부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예를 들어 조 교육감이 A 사실을 공표했다면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할 책임을 부담하고, C 사실만을 발표했다면 당시 그러한 의혹제기가 실제로 있었는지가 쟁점이 된다는 뜻이다. 또한 B사실 또는 B+C 사실을 공표했다면 당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는지, 조 교육감이 어느 정도 소명자료를 갖고 있었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보았다. 1심이 모두 뭉뚱그려 허위사실공표로 판단한 것과는 판이하다.

이 기준에 따라 재판부는 1차로 이루어진 조 교육감의 국회 기자회견에서 공표한 내용을 ‘B+C 사실’로 규정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사고 있다’는 정도의 문제제기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것을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고 허위라는 인식도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기자회견 부분을 “허위사실을 암시하여 공표하였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2심과 대조적이다. 왜 그랬을까.

재판부는 “허위사실공표죄를 적용함에 있어서 선거의 공정성의 무게를 의식하되, 대의민주주의 핵심인 선거과정에서 표현의 자유의 비중 역시 균형감있게, 섬세하게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판부는 엄밀하게 따지지 않고 쉽게 ‘암시하였다’고 허위사실공표죄를 인정한다면 확신이 없는 대중들은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표현의 자유 위축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러한 위축효과로 인하여 국민의 대표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무슨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지, 그 이력과 인간됨은 어떠한지에 대한 정보가 다양한 방식으로 제대로 제공될 가능성이 축소될 것 또한 어렵지 않게 상정할 수 있다.

다만 2차로 이루어진 이메일과 라디오 인터뷰 부분은 ‘A사실’을 공표했다고 결론지었다. “고승덕이 공천 탈락 당시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밝힌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게다가 조 교육감이 사실확인에 미흡했고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그 잘못이 당선무효로 볼 정도는 아니라고 보았다.

▲ 조희연 교육감 선거법위반 사건 2 심 판결 분석
▲ 조희연 교육감 선거법위반 사건 2 심 판결 분석

재판부는 “일시적으로나마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고, 고승덕 후보가 처벌을 원한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책임 범위는 엄밀하게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선거는 기본적으로 경쟁후보자간 상호공방, 비판, 공직적격 검증 기회를 제공하고 ▲조 교육감의 행위가 선거결과에 직접적, 의미있는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없으며 ▲상대후보자에 대한 공직담당 적격성에 의심이 있는 경우 의혹제기가 쉽게 봉쇄되어서는 안되는 점 ▲독립된 선거전문 헙법기관인 선관위도 경고처분에 그친 점 ▲ 조 교육감이 사죄의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벌금 250만원을 선고유예했다.

2심 판결은 선거의 공정성도 중요하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도외시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법관에게는 헌법 규정 및 정신에 합치되도록 법률을 해석, 적용할 의무가 있다.

이 판결에 양쪽 모두 상고를 제기, 다시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다. 조 교육감은 이제 한숨을 돌렸을 뿐이다. 대법원에서 다시 한 번 선거의 공정성과 표현의 자유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된 선거결과를 뒤집을 정도의 형이 선고되지 않았다. 조희연 교육감의 당선무효형은 타당한가. 이 물음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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