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콘서트 무죄, 누가 어떻게 책임지나?

최근 소위 종북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습니다. 몇 번의 북한 방문 경험이 있는 일부 인사들이 북한 주민들의 처참한 생활상이나 인권침해 등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자신들의 일부 편향된 경험을 북한의 실상인양 왜곡 과장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중략) 북한의 실상을 바로 알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이 모든 행위들은 헌법적 가치와 국가의 정체성을 지킨다는 대원칙 아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자 합니다.

2014년 12월 15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 박 대통령이 ‘소위 종북콘서트’로 지목한 행사는 그해 재미교포 신은미 씨와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 황선 씨가 전국을 순회하며 열었던 통일토크콘서트였다. 대통령은 토크콘서트에 대해 “일부 편향된 경험”을 토대로 북한의 실상을 “왜곡 과장”했다고 평가하면서 “국가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이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대통령의 발언이 있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신은미 씨는 강제출국되었고, 황선 씨는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되었다. 신 씨와 황 씨는 방북 경험을 토대로 시민들과 통일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다고 주장했지만, 정부와 검찰의 입장은 확연하게 달랐다. 두 사람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고무·찬양했다고 본 것이다.

일부 언론에선 한술 더 떠 두 사람이 “북한은 지상낙원”으로 묘사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사실과는 달랐다. 그렇다면 어떤 발언이 문제가 되었던 걸까.

두 사람은 토크콘서트에서 ‘김일성이 북한 아이들에게 독사진을 찍어 선물로 주었다’는 일화, ‘김정일이 노동자들을 위한 맥주 개발을 지시하였다’는 일화를 소개했고 ‘북한의 지도자가 독재자인지는 그곳 주민들의 판단에 맡길 일’이라는 취지로 발언하였다. 검찰이 문제 삼은 황씨의 발언 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다.

대동강 맥주, 맛있는 맥주를 먹으면 지상낙원처럼 느껴진다. 그런 묘사를 할 때 독일이 지상낙원이겠죠. 우리 말대로 하면 지상낙원같이 보이는 거예요. 그러면 어디일까요? 피지섬이나 이런 데에 가면 지상낙원으로 느껴질 거에요.

산원과 관련해서 상당히 남쪽에서 언론에서 자주 얘기하는 게 평양산원은 평양 고위급이 가서 애기를 낳은 곳이다라고 해서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평양산원에 가서 보니까 평양에서 있는 모든 여성은, 초산은 무조건 평양산원에서 해야 하더라고요.

검찰은 “실제 사실과 다르거나 혹은 일부에 국한되거나 연출된 상황을 북한사회 일반의 상황인 것처럼 오도 왜곡하고 미화하여 북한 사회주의 체제와 김정은 3대 세습체제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내용”이라며 법원에 엄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북한에 우호적인 발언을 했더라도 무조건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일은 아니라는 취지다. 대법원 판례도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정도”(2001도4328 판결 등)가 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법원은 두 사람의 발언이 북한의 긍정적인 모습을 부각하는 내용이 주로 언급되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위와 같은 발언들이 대한민국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두 사람의 발언 중에 주체사상, 선군정치 등을 무비판적으로 찬양옹호하는 내용은 없고 ▲폭력적 수단의 사용을 선동하는 내용도 없으며 ▲김일성 김정일 관련 일화, ‘북한 휴대전화 보유 인구가 250만 명을 넘어섰다’는 취지의 발언은 이미 언론에 소개된 적도 있다는 점도 참작했다. 일방적인 북한 미화로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법원은 “우리 사회 내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특히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토론 절차의 보장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신뢰가 확고하게 자리잡았다”면서 토크콘서트의 발언 내용에 대해 “우리 사회 내부에서의 자유로운 의사표현 및 토론절차를 통하여 충분히 검증, 반박, 비판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밝혔다. 또한 “청중들이나 일반 국민들이 우리의 헌법 체제를 포기하고 북한식의 사회주의를 추종하게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1심 법원(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 재판장 엄상필 부장판사)은 지난 15일 황선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다만, 이 재판에서 황 씨는 공소사실 중에서 2010년 한총련 등이 개최한 행사에서 자작시를 발표한 혐의가 일부 유죄로 인정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정부와 일부 보수언론이 불법으로 규정한 토크콘서트를 1심 법원은 범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종북콘서트’로 낙인 찍으며 강제출국과 인신구속까지 감행했던 당국을 향해, 법원은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토론”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남북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통일은 대박”이라던 대통령의 유행어는 이제 흘러간 노래처럼 느껴진다. 오히려 남한 내에서 통일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용기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마치 남과 북에 선과 악을 대입시키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만이 정답이 된 듯하다.

이번 무죄 판결이 남북문제나 통일 논의에서도 ‘표현의 자유’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켜주는 지표가 될 수 있을까. 그나저나 ‘종북콘서트’가 무죄가 된 상황에서, 이제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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