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풍자시 ‘우남찬가’는 유죄일까

전직 대통령 풍자시는 유죄일까. 이승만을 우회적으로 풍자한 시 ‘우남찬가’가 법정에 서게 됐다.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던 사건을 수사기관과 법원까지 가져 간 건 보수단체 자유경제원이었다.

지난 3월 자유경제원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자 ‘이승만 시 공모전’을 열었다. 이후 심사를 거쳐 응모작 가운데 몇 편을 수상작으로 뽑았다. 그런데 수상작 가운데 2편이 이승만 찬양시가 아니라 풍자시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먼저, ‘우남찬가’다. 우남찬가는 이승만을 ‘국가의 아버지’, ‘민족의 지도자’, ‘독립열사’로 추켜세우는 내용 일색이다. 하지만 각 행의 앞글자만 따로 읽어보면 사뭇 다르다. ‘한반도분열 친일인사고용 민족반역자 한강다리폭파국민버린도망자 망명정부건국 보도연맹학살’이 된다. 시 본문이 찬양 일변도인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영시 수상작 ‘To the Promised Land’도 비슷한 구조다. 본문은 영어로 ‘국제적인 지도자 이승만, 민주주의 국가는 당신의 유산입니다’와 같은 문장이지만, 행의 첫글자만 읽으면 ‘NIGAGARAHAWAII(니가가라하와이)’다. 이승만의 하와이 망명을 비판하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우남찬가와 같은 형식의 시를 이합체시(離合體詩) 혹은 일명 ‘세로드립’이라고 부른다. 서양에서도 아크로스틱(acrostic)이라는 명칭으로 널리 쓰이는 문학형식으로, 일종의 언어유희인 셈이다. 하지만 문학적 풍자를 대하는 자유경제원의 대응은 강경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자유경제원은 수상 취소를 결정했다. 이뿐 아니다. ‘세로드립 ’시를 응모한 2명을 업무방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으로도 모자랐는지, 별도로 1억 원대의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했다.

자유경제원은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을 기린다는 공모취지에 반하는 시를 응모하여 업무를 방해하고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형사처벌 대상이고 더 나아가 위자료 포함 1억 원이 넘는 돈을 배상해야 하는 불법행위라는 것이다.

수상작 취소 정도로 끝날 일을 법정으로까지 끌고 가는 것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자유경제원 측은 자신들의 권위에 도전을 받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심사과정에서 풍자시를 걸러내지 못한 자유경제원 쪽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 우남찬가를 쓴 장 아무개씨는 인터넷을 통해 “시에 내제된 문학적 장치를 심사위원들께서 발견하지 못하실까 염려하여, … 스스로의 작품에 의도적 흠집을 내는 결단을 하면서까지 심사위원들을 배려하였다”고 밝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소송이 권력자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등 권력자에 대한 풍자와 비판은 널리 허용되어야 한다. 더구나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에 대한 공과와 역사적 평가는 다양하게 나올 수 있고, 다양한 의견은 나름대로 존중되어야 한다.

2편의 ‘세로드립’ 시도 작품의 완성도나 예술성을 떠나, 이승만 찬양이라는 일방소통에 흠집내기로 해석할 수도 있다. 두 사람에게 잘못이 있다면 이승만 찬양시를 쓰라고 했더니 풍자시를 써서 응모한 것뿐이다.

더구나 2편의 시가 욕설을 담은 것도 아니고, 이승만에 대한 평가 중 부정적인 부분을 언급한 정도인데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운운하는 것은 세련되지 못한 행위이다.

대법원 판례도 공적인물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폭넗게 인정되어야 한다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

공직자나 정치인과 같은 공적인 존재의 도덕성, 청렴성의 문제나 그 직무활동에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 볼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아니된다.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다19734 판결 등

하물며 이미 사망한 공인에 대한 풍자나 부정적 평가마저 쉽게 법정에 세우는 일이 바람직할까. 어느새 우리 사회가 역사적 인물에 대한 풍자도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옹졸해졌나. 자유주의 사상과 시장경제의 전도사 역할을 하는 자유경제원이 역설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민형사 소송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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