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위반 편집기자 기소 ‘유감’

4.13 총선 선거사범 기소를 두고 말이 많다. 검찰이 재판에 넘긴 현역 의원을 보니 여당보다 야당이 2배가량 많다. 그중엔 제1야당의 대표인 추미애 의원도 포함돼 있다. 진실은 재판을 통해 가려지겠지만, 벌써 검찰의 기소가 형평성을 잃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의 막강한 힘은 기소권에서 나온다. 검찰은 특정인을 형사재판에 넘길 수 있는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얘기해보자. 죄가 있어도 검찰이 기소를 안 하면 처벌할 수 없고, 죄가 없더라도 기소하면 법정에 서야 한다. 유력한 정치권 인사들도 검찰 앞에선 ‘을’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검찰의 적절한 기소권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 또 있다. 최근 <오마이뉴스> 편집기자인 김준수 기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것이다.

김 기자는 4.13 총선 당일 ‘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지금 투표하러 가십시오’라는 선거독려 기사를 편집하여 배치하였다. 그런데 검찰은 그에게 이름도 생소한 ‘투표참여 권유활동규정 위반죄’다. 쉽게 얘기하면 해당 기사가 특정 후보(또는 정당)를 지지,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투표참여 권유를 했다는 것이다. 조항은 투표 권유를 빙자한 선거운동이 잦다는 지적에 따라 2014년 5월 14일 신설됐다.

하지만 해당 기사를 여러 번 읽어봐도 과연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반대하는 목적으로 쓰였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이 죄는 “행위주체가 투표참여 권유행위라는 인식과 그 행위가 위반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김 기자가 과연 그런 인식을 하고 있었을까. 최근 이 죄로 처벌받은 대표적인 사례를 이 사건과 비교해보면 더 명확해진다.

[사례 1] A씨는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선거 당일 2만여 명에게 “기호 ○번 □□□를 꼭 찍어 주십시오.”라는 내용을 포함하여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사례 2] B씨는 사전투표소 바로 앞에서 행인들에게 “오늘이 사전투표 마지막 날입니다. 투표하세요. 나는 △△색을 좋아합니다. △△색을 부탁합니다”라고 말하며 투표참여를 권유하였다.

과연 A씨나 B씨의 투표참여와 해당 기사의 내용이 같은 수위인가. 똑같이 처벌 대상이 되어야 할까.

설사 백번 양보해서 해당 기사가 현행법을 어겼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왜 하필 편집기자인가. 검찰은 편집기자가 기사 작성자, 최종책임자와 공모하여 새누리당 반대 기사를 게시하였다고 했는데 이 정도론 납득하기 어렵다.

언론사의 보도에 잘못이 있다면 언론사 대표 혹은 편집국장 등 책임자를 정식으로 기소하는 게 정석이다. 그 정도 사안이 아니라면 무혐의 혹은 불기소처분으로 사건을 종결시키는 게 수순이다.

원고는 1차적으로 편집기자가 검토하지만, 언론사에서 기사의 채택, 배치 등의 최종 결정은 편집부 데스크와 편집국장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편집기자는 실무자일 뿐이다.

언론사의 보도가 문제가 될 경우 책임소재를 따지는 일은 필수적이다. 2008년 대법원 판결을 보자.

언론사는 그 조직이 방대하고 복잡하여 하나의 보도를 위해서도 기획에서 최종보도단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게 되는데, 그 보도에 관여한 자의 책임 유무는 각각의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 보도의 제작과 보도 과정 등에 실제로 관여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최근 판결을 보더라도 언론보도와 관련, 민형사 책임을 지는 이들은 언론사 대표, 편집국장, 담당기자(작성자)가 절대다수였다. 그런데도 검찰은 난데없이 편집기자를 기소했다.

선거기간 동안 후보자 검증, 활발한 토론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언론의 역할은 정당이나 후보자를 검증·감시하고, 제대로 된 인물이 당선되도록 보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방침대로라면 선거철 언론사의 보도는 후보자의 동향이나 좇아야 하고, 기사가 현행법 위반이 되지는 않았는지 검토하는 수동적인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

이번 기소로 편집기자는 글을 읽는 독자가 아니라 검찰을 먼저 떠올려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특히 선거 시기에는 선거법만을 염두에 두고 기사를 편집하란 말이 된다. 1인 언론인 정치·시사블로거들도 마찬가지다. 극심한 자기검열에 시달려야 한다.

그러잖아도 정부·여당을 비판하면 법정에 설 각오를 해야 한다는 세상이다. 이번 기소는 시민 참여저널리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공은 법원으로 넘어왔다. 김 기자는 이번 달부터 법정에 서게 된다. 이번 재판 결과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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