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는 ‘허가’ 대상이 아니다

촛불집회가 해를 넘어가고 있다. 두 달여간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 광화문, 경복궁 일대와 전국 주요 도시에서 펼쳐지는 시민들의 행진은 강추위에도 그칠 줄 모른다. 12월 24일 9차 집회까지 시민들은 경찰들과 물리적 충돌 없이 광장에서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1년 전 민중총궐기 대회 때 경찰의 차벽에 막혀 청와대는커녕 광화문이나 경복궁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그뿐 아니다. 최근에는 경찰들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위해 무릎을 굽혀 사진을 찍어주는 경찰이 언론에 소개되었다. 집회에서 쓰러진 시민을 위해 경찰이 핫팩을 던져주는 ‘미담’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렇게 다정다감한 경찰의 모습을 보면서도 꺼림칙한 까닭은 왜일까. 경찰이 진정으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려는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최근 촛불집회의 양상을 보면 집회 개최 전까지 이런 과정이 되풀이된다.

① [주최측] 경찰에 집회(행진) 신고 → ② [경찰] 집회 금지통고 또는 조건통고 → ③ [주최측]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 → ④ [법원] 집행정지 결정 → ⑤ [주최측] 집회 개최

쉽게 말해 촛불집회가 신고되면 경찰은 일단 금지나 제한(시간, 장소 등)을 가하고, 주최측이 법원의 판단을 받은 뒤에야 집회 개최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지난 9차 촛불집회도 마찬가지였다.

법원(서울행정법원 제5행정부)은 9차 집회를 앞두고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서울종로경찰서장 등을 상대로 낸 금지통고처분 집행정지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결정문의 일부를 보자.

집회의 자유가 가지는 헌법적 가치 및 기능, 집회에 대한 허가 금지를 선언한 헌법의 정신, 옥외집회 및 시위에 관한 사전신고제의 취지 등을 고려할 때 개인이나 단체가 계획한 집회 또는 시위가 제한되는 것 자체로 그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있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처분(집회금지통고 등 : 필자 주)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음이 인정된다.

다만 법원은 국무총리·헌법재판소장 공관 100미터 이내의 장소와 보수단체와 충돌이 우려되는 지점 등을 제외했다. 이로써 경찰이 금지한 헌법재판소(헌재)와 청와대, 총리공관 방향으로의 행진이 내년 초까지는 일단 가능하게 되었다.

이 과정만 보면 마치 집회가 적정한지를 경찰이 1차적으로 심사하고, 법원이 최종적으로 허가 여부를 판단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게 맞을까.

헌법 21조를 상기해보자.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누릴 수 있고,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것은 관용과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는 다원적인 ‘열린사회’에 대한 헌법적 결단”(2009. 9. 24. 2008헌가25)이라고, 헌재도 설명한다.

현행 집시법을 보면 “공공의 안녕 질서”를 위협하거나 “교통에 불편을 줄 우려”가 있으면 금지통고를 할 수 있도록 경찰에 사실상 권한을 주고 있다. 집회의 자유에서 핵심 내용은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과 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 이것을 함부로 재단하고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면 집회의 자유는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나라를 바로잡자고 모인 수십만, 수백만 시민들이 평화적으로 여는 집회에 경찰이 금지통고와 조건통고를 남발해서는 안 된다. 일단 금지해놓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핫팩 주는 경찰, 사진 찍어주는 경찰도 좋지만, 헌법상 권리인 집회의 자유를 존중할 줄 아는 경찰이 절실한 요즘이다.

광장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라면 누구나 집회의 자유를 당당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집회는 시민의 권리이지 경찰이나 법원의 허가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촛불집회는 경찰이나 법원이 베푸는 시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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