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과 맞바꾼 프랑스 정치인의 명예

극도의 절망 상태에 빠진 정치인의 마지막 선택은 죽음이었다. 죽음을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고 했다.

장 제르맹(Jean Germain) 프랑스 하원의원이자 뚜르(Tours)시 전 시장이 지난 4월 7일 자신의 집 차고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사법당국은 사냥총을 이용한 자살로 결론지었다.

제르맹 의원은 2007년부터 2011년 시장으로 재임 시 조직한 중국 관광객 유치 행사인 «중국인 결혼Mariage chinois»과 관련해 부정, 부패 혐의로 법원 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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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회는 «중국인 결혼 관련 부정, 부패혐의» 사건에서 그의 유, 무죄를 따지기에 앞서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한 정치인이 지키고자 했던 명예에 애도를 보내고 있다.

«중국인 결혼» 사건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탐사 보도에 일가견이 있는 시사만평주간지 르카나르 앙쉐네(Le carnard enchaîné)의 기사를 통해서다.

2011년 르카나르 앙쉐네는 제르망 시장이 프랑스와 중국 관계를 위한 시장 특별보좌관으로 채용한 대만 출신의 여성 리즈 한(Lise Han)이 시에서 주간하는 각종 중국 관련 행사의 입찰조건을 조작해 Time Lotus라는 이벤트 여행사에 몰아 주었고, Time bleu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리즈 한이라고 폭로했다.

2007년~2011년 4년 동안 Time Lotus는 뚜르 시의 중국 관련 행사들을 독점했다. 이 과정에서 80만 유로의 시 예산이 지급되었다. 아울러 시장 특별 보좌관으로 채용된 리즈 한은 월급으로 3,500유로(당시 환율로 한화 560만 원)를 받았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프랑스 사법당국은 중국인 결혼 관련 부정, 부패 및 공금 유용에 관해 조사를 시작했다. 제르맹 의원은Time Lotus측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고 공금을 유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제르맹 의원은 자신은 리즈 한이 Time Lotus의 실소유주인 것을 알지 못했고, «중국인 결혼 사업» 은 구매력이 높은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뚜르 시의 국제적인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정상적인 사업이었으며, 자신은 이 사업을 통해 단 한 푼의 사적 이익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유서에도 같은 내용을 남겼다. 그의 주장의 사실 여부는 10월로 연기된 재판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그에게 정치인으로서 명예는 죽음을 통해서라도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아니었을까?

제르맹 의원의 자살 이후 피에르 베레고부와(Pierre bérégovoy) 전 총리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 프랑수와 미테랑 정부의 마지막 총리이자 철도노동자 출신으로 청렴한 정치인의 상징이었던 그 또한 1993년 비극적인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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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베레고부와는 16세의 나이에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고 생활 전선에 나서야 했던 철도 노동자 출신의 노조운동가이자 정치인이다.

정계로 나선 후 1981년 미테랑 대통령의 첫 비서실장을 시작으로 1982년 사회부장관 1986, 1991, 1992년까지 3차례나 재경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1992년 총리가 되었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자수성가한 대표적인 정치인이자 권위의식이 없는 고급관료로 좋은 평판을 받았다.

1993년 르카나르 앙쉐네는 베레고부와 총리가 파리에 아파트를 사들이기 위해 1986년 미테랑 대통령의 측근 사업가인 로제 파트리스 펠라(Roger- Patrice Pelat)에게 무이자로 1백만 프랑(당시 환율로 1억 8천만 원)을 빌려 썼다고 폭로했다. 지방 출신인 그가 중앙 정치 무대인 파리에 진출하면서 살 집을 얻기 위해 돈을 빌린 것은 이해하지만, 정계와 가까운 기업인에게 이자도 없이 돈을 빌린 것은 부적절할 처신이라는 지적이었다.

베레고부와 총리는 주택구매자금을 빌릴 당시 채무 내용에 관해 공증을 받고 95년까지 상환을 약속한 돈을 89년과 92년에 걸쳐 모두 갚은 상태였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었지만 얼마 후 치러진 총선에서 우파 야당은 베레고부와 총리의 도덕성을 총선의 최대이슈로 몰고 가는 데 성공했고, 사회당은 참패하게 된다.

당시 우파 야당의 집회에는 «프랑스인들은 베레고부와 총리처럼 이자 없는 대출을 원한다»라는 구호가 단골 메뉴였다.

총리에서 물러난 베레고부와는 총선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자괴감에 괴로워했고 실추된 자신의 도덕성과 명예 때문에 절망했다. 노동자 출신 정치인의 마지막 선택은 5월 1일 노동절 죽음으로 자신의 명예회복을 호소하는 것이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한국사회에 태풍을 몰고 왔다. 그가 죽음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며 남긴 돈 받아 꿀떡하시고 도와줘야 할 때 모른 척하시는 8인의 배신자(?)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입만 열면 자신이 국무총리임을 강조하지만 5천만 국민이 걱정하는 국무총리, 박근혜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3인의 비서실장들 특히 대통령이 그토록 의지하면서 국가를 위한 봉사 이외에는 사심이 없다는 그분, 아이들 급식 밥그릇 빼앗아 이슈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도지사, 여당 사무총장, 여당 출신 시장, 그들의 주장처럼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아왔고 근거 없는 모함의 희생자들이라고 해두자. 그러나 그들의 주장과 해명이 또다시 거짓임이 드러날 경우 그들과 그들의 집단은 명예를 이야기할 자격이 없는 부패한 사기꾼들의 이익단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304명의 죄 없는 생명이 수장되고 아직도 9명의 실종자가 차가운 바닷속에 남아 있는 세월호 참사 1주년에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또 한복 챙겨서 순방 가시겠다는 대통령의 발목을 성완종 리스트가 잡고 있다.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 앞에서도 거침없이 나가시겠다는 그 걸음 걸음마다 세월호 사망자들과 실종자들 가족의 피눈물이 흐른다.

무기력했기에 서러운 4월이다.

  • 박여울

    세월호 1주년이 아니라 1주기로 정정해주세요..

  • 조우동

    추천 합니다
    공유해갑니다

  • 이현준

    명예 때문에 죽음을 택했다면
    지금 정권에선 살아남을놈이 없지
    년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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