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화면 속에서 찾은 언론의 길

2007년 6월 프랑스 공영방송 France 5의 최장수프로그램이자, 프랑스의 대표적인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Arret sur Image(아레 쉬르 이마주;ASI)가 폐지되었다.

ASI는 France 5의 전신인 La cinquième(5번채널)에서 1995년부터 편성, 방송되어 오던 주간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으로 TV가 보여주는 이미지 분석을 통해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가 과연 팩트에 기초한 공정한 사실보도인가를 비평하는 포맷의 프로그램이다.

ASI의 폐지 소식이 나돌 즈음 온라인에서는 폐지반대 서명이 이루어졌고, 프랑스 미디어 감시 시민단체인 아크리메드(ACRIMED)는 공영방송인 France5가 ASI를 폐지하는 것은 국가공영방송의 존재 이유인 정보의 제공과 교육의 의무를 포기하는 직무유기의 행위로 규정하며 반대했다.

그러나 자본과 정치권 그리고 언론의 유착이 어떻게 사실을 왜곡하고 의도된 정보를 전파하는지 철저한 분석과 날 선 비평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바른 정보를 선별하는 눈을 키웠다는 평을 받던 공영방송 France 5의 최장수 프로그램은 사르코지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특별한 이유도 없이 폐지되어버렸다.

12년간 ASI를 진행했던 프랑스 유력일간지 르 몽드(Le Monde)의 미디어전문기자 다니엘 슈네이더만(Daniel Scheidermann)은 프로그램 폐지 반대서명에 동참한 시민지지자 185,218명의 성원을 바탕으로 2007년 미디어비평 전문인터넷 언론매체 Arret sur Image (이하 @SI)를 창립하고 2008년 1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인터넷 언론매체로 새롭게 탄생한 정지화면(Arrêt sur Images)은 그 분석과 비평의 범위를 TV매체를 비롯한 언론매체들로 확대했고 일간지로 운영되며 기사와 비평프로그램을 유튜브와 데일리모션 채널을 통해 방송한다.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공짜로 주는 척 할 때 우리는 항상 우리의 의식 일부를 광고주들에 팔고 있는 것이다.
다니엘 슈네이더만

▲ 다니엘 슈네이더만 @SI 창립인
▲ 다니엘 슈네이더만 @SI 창립인

대중언론 매체에 대한 비평과 성찰을 모토로 인터넷 독립언론으로 다시 태어난 @SI는 언론의 독립과 비평의 자유를 위해 독자들의 정기구독으로 그 운영을 충당하고 있다.

회원은 월 단위 또는 년 단위로 구독할 수 있으며, 일반회원 및 학생, 실직자 등 회원들의 경제적인 여건을 고려한 다양한 요금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SI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탐사보도 전문 인터넷 언론사 메디아파르(Médiapart)와 더불어 창립 초기부터 유료기사제도 및 유료회원제도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유일한 언론사이며 이와 같은 수익구조와 운영모델은 이들 언론사들의 독립성과 기사 및 비평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독립적이고 공정한 언론은 그들의 기사와 정보를 소비하는 독자들 스스로가 지키고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주요언론사들이 거대 자본과 정치 세력에 의해 길들여 감시와 비판의 기능을 상실하고, 정치와 경제 권력에 종속된 저널리즘이 자본과 권력의 나팔수로 기생할 때, 독점화되고 상업화된 미디어가 자신에게 부여된 ‘언론의 자유’를 ‘상업의 자유’로 변질시킬 때 우리는 무엇을 할것인가?

공영방송 KBS가 자신들에게 최소한의 존재가치를 지켜주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이유 없이 폐지할 수 있는 ‘언론의 독립과 자유’ 세계 70위 국가 대한민국. 선거 결과에 따라 어제는 권력의 애완견 노릇을 하던 언론들이 오늘은 감시견처럼 변신할 수 있는 이유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진정한 언론 감시언론을 키우지 못한 우리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 가을밤

    이유를 밖에서 찾기 보다는, 자기 성찰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불편부당한 척 하지만 자기 진영의 치부는 외면하는 못된 버릇 부터 고쳐야죠. 뉴스타파 얘깁니다.

  • 스미페사랑 나라사랑

    역시 어느 나라나 차이는 있지만 언론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건 권력의 공통된 욕망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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