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복제 조항이 존재하는 이유

이 글은 사단법인 오픈넷이 김장훈의 <테이큰3> “불법다운로드” 논란에 대해 저작권법 제30조에 따른 사적복제 조항에 따라 합법이라는 논평을 낸 후에 “합법 불법을 떠나 사적복제 조항이 정당한가”라는 취지의 독자들의 질문이 블로터 오원석 기자를 통해 전달되어 답을 드립니다.

jang

#. 영화 다운로드, 과연 정말 합법인가?

VCR시대를 망각하고 있다. 과거에 TV에서 영화나 드라마 상영을 할 때 나중에 다시 여러 번 보려고 또는 방송시간이 맞질 않아서 VCR로 녹화나 예약녹화를 해놓았는데 전부 합법이었다. 왜 지금 와서 이와 비슷한 행위의 합법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지에 대해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왜 홈VCR복제가 합법이었는지는 아래에 살펴보면 된다.

참고로 비슷한 이유로 영화를 아무런 댓가없이 방송 공연하는 것도 합법이다(저작권법 제29조).

#. 사적복제는 원본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만 허락된 것은 아닌가?

첫째 소유권은 저작권법이 다루고 있지 않다. 원본에 대한 타인의 소유권(저작권 말고)을 침범했다면 그것은 다른 민형사법으로 다룰 일이지 저작권과는 무관하다. 소유권과 관련된 저작권법의 유일한 조항은 그림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그 그림의 저작권자의 동의를 얻지 않더라도 그림의 실내전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김장훈은 원본을 훔치지 않았고 해당 웹사이트에 정식 등록하여 원본을 구매했다. 다른 민형사법으로도 문제가 없다.

#. 원작자에게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이용이 합법인 것은 제도적 미비 아닌가? 창작자의 권리는 모두 무시하고 사적이용이라면 마구 다운받아도 된다는 것인가? 그러면 왜 영화를 돈을 내고 다운을 받고, 음악을 돈을 주고 듣는 것인가? 너무 혼란스럽다.

대가없는 이용이 해악이라는 전제가 잘못되었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의 이용에 대해 창작자에게 독점권을 준 것이 아니라 저작물의 복제(전시, 방송, 공연, 공공배포와 같이 복제에 준하는, 저작물이용 물적 기반의 확대)에 대해 독점권을 준 것이다. 저작권법의 목표가 문화예술의 창달인데 창달이 되려면 저작물의 왕성한 이용도 창작자 동기부여 만큼 중요하다.

결국 “저작물의 이용은 허하고 복제는 통제한다”는 것이 전세계 저작권법의 기본틀이다. 선거법개정 얘기할 때 “입은 풀고 돈은 묶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과 비교하면 좋겠다.

업로드(복제)하는 사람이 제작자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이상, 이를 다운받아 이용하는 사람은 자신이나 가정을 위해서 사본을 남겨놓을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이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재 저작권법의 취지이고 그래서 저작권법 제30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이용은 풀고 복제는 묶는다”는 원칙에 대한 예외가 저작권법 124조 ‘업무용 컴퓨터프로그램’관련 조항에 있지만 위헌 소지가 있다.

업로드에 대한 제한이 있기 때문에 테이큰3의 유료배급은 가능한 것이고 테이큰3는 이 유료배급을 통해 많은 이익을 보게 될 것이므로 대가가 없는 것이 아니다.

업로드와 다운로드가 같이 일어나서 업로더의 불법이득이 생기는 것인데 왜 다운로더는 처벌하지 않느냐고? 최저임금법도 최저이하임금을 준 사람만 처벌하지 최저이하임금을 받은 사람을 처벌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라.

저작권 등은 문화예술의 창달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이고 그 목표에 부합하는 선에서 창작자에게 경제적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저작물 복제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하는 법이다. 하지만 독점권은 무한한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저작물을 이용할 권리도 보장되어야만 문화예술도 창달될 수 있는 것이다. 그 균형점을 현재 저작권법 제30조가 설정한 것이다. “제대로 이용할” 권리를 보장한 것이다. “저작권자에게 도움이 되는가”가 저작권 범위 설정의 유일한 기준이 아니다.

#. 저작권에 관련해 왜 이렇게 개인의 이용에 많은 자유를 주는 것인가? 자유로운 이용이 저작권자에게 도움이 되는것인가? 저작권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법률 전문가의 개인적인 소견을 듣고 싶다.

군소창작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동영상이 제공되어 다양한 창작물이 무료로 향유되고 있고 이 방문자트래픽을 기반으로 군소창작자들이 이익을 취하고 있는데 CCL 또는 사적복제 허용규칙이 없다면 일일히 저작권허락을 해줘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viral marketing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CCL은 사적복제 허용규정이 혹시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나 나라에서 유용하다)

창작자와 저작권자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김장훈이 정식VOD를 돈내고 다운받았다면 과연 그 돈의 얼마큼이 창작자들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거래관행상 한푼도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문화산업계는 대형유통업체가 대부분의 이익을 취하고 있고 실제로 창작자에게 전달되는 이익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진정으로 창작자에게 이익이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오픈넷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저작권 베스트셀러 조항의 입법이 이루어져 유통 v. 제작 배분에 있어서 제작쪽 지분이 높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참여연대가 영화제작가협회와 함께 영화산업 수직계열화, 상영관독점에 대한 운동을 하고 있는 것도 그런 취지이다.

  • 혁브로 당원 김관필

    둘 다 이득을 보는 업로더와 다운로더의 관계를 한 쪽이 원래 받았어야 할 이익의 일부를 빼앗아간 꼴이 되는 최저임금 위반과 같은 선상에 놓는 건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 박경신

      옳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다르고, 해악발생을 위해 둘다 필요하지만 각자의 행위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 달라 한쪽만 처벌한다는 면에서는 비슷합니다. 후자의 취지로 언급하였습니다.

  • Luke Ahn

    교수님 명료한 해설 덕에 궁금했던 사항이 해결되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읽다가 두가지 의문이 새로이 생겼습니다… ^^;;
    디지털 상품(음원/영화파일 등)은 사실상 다운로드와 동시에 나의 PC로 복제가 된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저작권자가 원하지 않는 다운로드는 사실상 저작권을 해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또 한가지는, 디지털상품은 특성상 아무리 복제해도 품질 저하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복제를 하면 할수록(다운로드 하면 할수록) 경제적 가치가 하락한다고 볼 수 있지않을까 싶습니다…
    따라서, “다운로드=복제”로 볼 수 있다면,
    저작권자가 원하지 않는 다운로드는 저작권자의 경제적 권리를 해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 박경신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용을 위해서는 그정도의 복제는 허용해야 제대로 된 이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인 근대 저작권법의 취지인 것 같습니다.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시죠.

  • 자유인

    도입하려는 베스트 셀러조항이 저작자에게 좋을지 의문입니다. 미국 종결권도 이제 시작이고 판례도 거의 없지요.ㅐ 미국내에서도. 그리고 독일이나 프랑스의 베스트셀러조항도 판례가 많이 없고요
    지금 도입하려는 제도는 이 두가지를 동시 도입?

본 글은 뉴스타파 블로그를 통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뉴스타파 블로그 회원가입을 통하여 뉴스타파 블로그에 합류하세요! 블로그 가입하기 | 자주 묻는 질문
뉴스타파 객원칼럼은 뉴스타파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뉴스타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