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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육감직선제의 실상

박경신 프로필 사진 박경신 2015년 09월 07일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 사단법인 오픈넷 이사

어느 당에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면서 '미국에서도 13곳을 빼놓고는 교육감 직선제가 폐지되었다'고 하길래 몇 자 적는다. 찾아보니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서울교대 교수가 지난 7월 4일 중앙일보 칼럼에서 '미국에서는 교육감을 50개 주 중에서 13개 주에서만 선출하고 나머지는 임명직'이라고 적은 것이 근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는 잘못된 정보이다.


미국은 연방제이고 교육은 특히 대부분 주정부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교과서검정, 학교인증 및 감독, 공립학교 운영 모두 주정부가 한다. 연방교육부는 재정지원을 할 뿐이다. 주정부들은 다시 이 권한 중에서 일선 학교들에 대한 감독은 전국에 15,000개 정도 있는 지역교육위원회(school board)들에 위임하고 주정부는 정책 수립에만 관여한다.


안양옥 교수가 말한 13개 주에서만 선출직이고 나머지는 임명직이라는 자리는 바로 주 교육부장관을 말한다. 그런데 주교육부장관의 다수가 임명직인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미국 주정부 교육부장관이 수행하는 기능이 우리나라 교육부장관의 그것과 비슷하니 우리나라 대통령이 교육부장관을 임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도리어 미국 주교육부장관이 주정부 내각의 일원이 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13개 주에서 주지사와 별도로 선거를 치른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이다. 그만큼 교육을 일반정치에서 분리하여 독립성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같은 이유로 미국의 수많은 주에서 주검찰총장은 주지사와 별도의 선거로 선출하고 실제로 한다) 심지어 주 교육부장관이 임명직인 주들에서조차도 대부분 주지사의 직접 임명보다는 주교육위원회(일부는 선출, 일부 주지사임명)가 임명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실제로 한국의 교육청이나 교육지청이 수행하는 기능은 전국에 15,000개가량 되는 지역교육위원회가 수행한다. 지역교육위원회 위원들은 대부분 직선제로 뽑는다. 그래서 미국에는 교육구(school district)가 선거구와 별도로 존재한다. 그리고 각 교육위원회가 superintendent를 채용한다. 각 학교에 대한 통제권을 기준으로 비교한다면 바로 이 superintendent들이 우리나라의 '교육감'이라고 할 만하다. 교육감이 교육에 미치는 비중에 대해서는 아래 Woodrow Wooj Byun님께서 주신 댓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Woodrow Wooj Byun: 미국에서 딸 둘을 약 20년 이상 교육시켜본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미국에서는 학부형 100 명 줄 세워놓고 연방 교육부 장관이나 주정부의 교육부 장관 이름 대보라고 하면 100명 모두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 사는 곳의 교육감 (superintendent) 이름 대보라고 하면 100 명 모두 그 이름을 알고 있습니다. 교육감은 시마다 (혹은 교육구마다) 주민들이 투표로 뽑은 소위 [교육위원] 이라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사람들이 인선을 거쳐서 초청해오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가 살고있는 곳에서는 시장, 소방서장, 경찰서장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 중에서 교육감의 연봉이 제일 높습니다. 주민들의 교육열 그리고 확실한 지방자치의 원칙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요즘 쟁점이 되고있는 것은 뉴욕시를 비롯한 몇몇 교육구들이 지역교육감을 교육위원회가 아니라 시장이 직접 임명하도록 하여, 많은 학부모단체가 교육자치를 저해한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 정도이다.


물론 미국의 school district superintendent를 교육감으로 보더라도 이 교육감은 직선은 아니며 직선된 교육위원들에 의해 채용된다. 하지만, 직선제냐, 간선제냐 표면만 볼 것이 아니고 (1) 지방분권 및 (2) 교육의 독립성의 보장 정도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미국이 한국의 그것보다 훨씬 더 높다. 중앙정부의 교육부가 교과서검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고등교육기관 총장임명에도 비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지방분권과 교육의 독립성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과 비교해도 마찬가지이다.


교육감직선제를 폐지하자는 분들이 무엇으로 대체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지방분권 및 교육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처럼 중앙정부의 교육부 장관이 임명할 것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는 선진국들의 흐름에 배치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