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대한 오해 – 현대판 조선왕조실록

최순실 사태 관련, 박 대통령에게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른 다음과 같은 기록물유출 조항을 적용하자는 분들이 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14조(무단파기ㆍ반출 등의 금지)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손상·은닉·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법의 목적은 ” 제1조(목적). . 대통령기록물의 보호·보존 및 활용 등 대통령기록물의 효율적 관리와 대통령기록관의 설치·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 법은 미국에서 먼저 만들었지만 사실 우리는 6백 년 전에 시작했었다. 즉 조선시대 내내 사관들을 통해서 기록물이 아니라 대통령 언행을 기록해왔고 그게 바로 조선왕조실록이다. 조선왕조실록의 목적도 비밀의 보호가 아니라 당대의 왕이 죽은 후 후대의 사람들이 왕의 언행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게 하려고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비밀 보호가 목적이 아니라 보존 및 공개를 통한 투명성이 목표이다. 매체가 없어지거나 훼손되어 더 이상 ‘보호 보존’이 불가능해지면 대통령의 기록을 국민들이 볼 수가 없게 되기 때문에 위 14조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통령기록물의 복사본이 유출되는 경우에는 법의 보호법익이 손상되지 않았으니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은 없다.

최순실 씨의 경우에는 공무상 비밀누설죄(형법127조) 같은 것을 적용해야 하는데 최순실 씨가 박 대통령이 제공한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자문을 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외부에 누설한 것으로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박 대통령이 제공한 인사정보를 통해서 최순실 씨가 딸의 승마대회의 결과를 조작하려고 한 상황등을 보면 이 정보제공은 자문이라고 보기 어렵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의 입법 취지가 아니더라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해서 그 내용이 비밀인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무조건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며 위헌적인 법 해석이다. 대통령기록물 중에서 국민이 알아도 되는 내용이 있다면 그 내용이 공개되는 것은 자유롭게 허용됨은 물론 장려되는 것이 마땅하다. 대통령은 연설문 초안을 참모뿐만 아니라 구글독을 열어 국민 전체로부터 크라우드소싱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의 막장드라마가 진행되고 있다. 막장드라마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비판받는 이유는 교훈이 없어서이다. 이번 막장드라마도 우리에게 더 나은 민주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아무런 교훈 없이 지면과 주파수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미 있는 좋은 제도까지 잘못 해석되어 퇴보할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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