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 그리고 미래주택 2편

양면성

전체 에너지소비량으로 보면 생활형 주택 분야의 비율이 절대적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산업 분야나 운송 분야가 더 큰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범한 일상생활을 영위해가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주택 분야가 긴밀히 관련되어 있죠. 다른 분야는 당장 적정기술 측면에서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적정기술 자체가 그런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 ‘흙부대 건축방식’으로 지어진 주택 내부 모습
▲ ‘흙부대 건축방식’으로 지어진 주택 내부 모습

미래주택 1편에서 패시브하우스 이야기를 시작했었습니다. 독일식 패시브하우스(이하 패시브하우스)의 최대 장점은 모두가 아시다시피 에너지소비량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특징은 우리가 이야기하는 미래주택의 특성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러한 특성을 갖춘 주택을 무엇으로 만들어 내느냐 하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독일식 패시브하우스의 단열층은 대부분 석유로부터 추출됩니다. 물론 그러한 단열재라도 충분히 써야 한다는 의견에 저는 동의합니다. 다만 그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는 좀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반론의 핵심은 일반주택에서 주택이 만들어진 후 상당한 시간 동안 사용할 에너지를 패시브하우스는 미리 끌어다 쓴다는 점입니다. 그런 특성 때문에 패시브하우스가 환경친화적 주택이냐에 의문부호를 붙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우리가 다른 대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제 개인적으로는 패시브하우스에 한 표를 던질 듯합니다. 그러나 어쩐지 뒷머리가 무거워지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네요. 물론 패시브하우스의 특성을 가지면서도 단열층을 최대한 자연 재료로 채우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주 좋은 현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런 시도들의 성능이 아직 화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패시브하우스에 미치지 못해 보이기도 합니다.

▲ 작업장에 설치된 벽면부착형 햇빛온풍기 모습
▲ 작업장에 설치된 벽면부착형 햇빛온풍기 모습

균형미

자연 자재로 단열층을 일정수준 이상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어렵거나 특별한 무엇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패시브하우스에 필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히 밀폐력을 담보하기에는 현실적 한계도 보입니다. 그러나 밀폐력이 높은 것이 무조건 좋다고 하기에는 단점이 꽤 크죠.

왜냐하면, 그 건물에 사는 건 숨을 쉬며 신선한 공기가 항시 필요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그리는 미래주택은 극단적인 단열력이나 밀폐도 보다는 패시브적 요소와 액티브적 요소가 적절히 안배된 주택이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일반주택에서 에너지소비량이 많은 시기는 한여름과 겨울입니다. 여름철 무더위는 공기순환과 단열 및 이와 관련한 몇 가지 기술적 요소에 의해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난방문제는 냉방에 비해 어려움이 존재하죠.

맞배지붕(삼각형 모양을 한 지붕)의 한쪽 면 정도를 햇빛온풍기구조로 만들고 흙과 나무 등 자연재료와 최소한의 석유화학제품을 이용하면 난방비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농어촌 지역이나 도시 외곽이라면 소량의 나무연료를 더해 거의 완전하게 난방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죠.

도시의 아파트 난방에도 햇빛온풍기를 붙박이 형태로 만들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조건은 아파트가 남쪽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거죠. 지금처럼 최소 공간에 최대의 건축면적을 확보하는데 최우선 순위가 지속하여서는 곤란한 측면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환경과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을 단순한 경제적 측면을 넘어서는 문제로 본다면 도심지에서의 건축방법과 양식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한 변화야말로 현재 이미 벌어지고 있거나 미래에 예측되는 재난으로부터 좀 더 안전한 삶의 공간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오히려 더 경제적인 행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절

여전히 수많은 사람에게 아파트라는 형식의 주택은 선망의 대상으로 보입니다. 도시 주거문화 측면에서 아파트가 가지는 장점은 무시하기 힘듭니다. 주변의 친척들이나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역시나 아파트에 대한 동경 어린 시선을 확인하게 됩니다. 주변 환경이 잘 조성된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편리하며 익명성이 보장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경제적 측면에서의 사회적 시선도 나쁘지 않죠.

반면에 아파트 단지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단어는 “단절”입니다. 도심에 있는 단독주택이나 다가구 주택도 마찬가지겠으나 유독 아파트는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곤 합니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넘어서 자연과의 소통은 더더욱 그렇죠. 요즘은 농촌에도 아파트 단지들이 있습니다. 도시와는 현격한 환경적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내재적 특성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저는 농촌 지역에 고층아파트들 모습이 너무 낯설게 느껴지는 1인입니다. 뭐 아파트의 장단점을 논하자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저에게는 인간과 자연의 단절을 엿볼 수 있는 존재처럼 느껴져서 끄집어내 보았습니다.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자연과 인간 간의 거리감을 나타내는 척도 같기도 합니다.

비 새는 흙집

▲ 봉화흙집(흙부대 형식)내외부 모습
▲ 봉화흙집(흙부대 형식)내외부 모습

2008년에 봉화에 흙집을 짓고 살고 있습니다. 방수포를 사용했습니다만 마감재로 송판을 사용한지라 비 새는 문제에 각별히 신경을 썼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외부벽면 일부에 빗물의 흔적이 있더군요. 직접 지은 집이라 애착도 크고 나름의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었는데 빗물이 샌 흔적을 보면서 잠시 망연자실. 그러나 어찌하겠습니까? 제 손으로 설계부터 시공까지 다 한 터라 누굴 원망할 수도 없습니다. 수년 만에 박공(천장 윗부분)부분에 만들어 놓은 점검 창을 통해 지붕 안쪽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빗물이 고여 있는 부분이 보입니다. 그런데 스티로폼이 일부 자름하게 부서진 모습들이 보이더군요. 순간 쥐인가 하는 생각에 걱정이 두세 배로 증가했습니다. 결국, 스티로폼을 훼손한 녀석들의 정체를 알아냈습니다. 말벌이었습니다.

처마 아랫부분 마감도 송판으로 하다 보니 송판이 마르면서 틈새가 생겼고 그 사이로 말벌이 들어가 집을 짓는 과정에서 스티로폼 부분까지 들어간 거로 보였습니다. 실제로 말벌들이 드나드는 모습도 관찰되었습니다. 말벌들이 자신들의 집을 짓기 위해 황토를 물어 나르는 것은 자주 보지만 스티로폼을 훼손하는 건 듣도 보도 못한지라 당황스럽기는 하네요. 물 새는 것과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방수포 처리 후 마감재를 올리기 위해 가로대를 대면서 방수포 일부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지붕 수리를 대대적으로 해야 하는 것만 확실해진 셈입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나무지붕의 꿈은 이렇게 산산이 부서져 가는 중입니다.

경계선

시멘트로 땅 전체를 덮어 버린 아파트와는 달리 흙집과 흙 마당은 자연과의 완전한 경계선 긋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온종일 예초기를 들고 풀베기를 해도 일주일이 멀다 하고 원상 복구되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도심지 주택보다 관리하기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사람이 사는 주변에 생명체들도 함께 자신들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서로 최소한의 간섭으로 타협하면서 매일매일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풀도 있지만, 들꽃에서부터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먹거리들까지 알아서 자생합니다. 물론 인간의 간섭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아스팔트로 도배해버린 아파트에 비하면 공생적 관계라고 해도 무방해 보입니다.

평소에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이름 모를 풀조차 그들의 진가를 발휘할 때도 있습니다. 우르릉 꽝 요란스런 여름 장마가 본격화하거나 태풍으로 큰비가 내릴 때 녀석들은 공생의 미덕을 유감없이 발휘해 인간에게 꼭 필요한 대지의 흙이 빗물에 휩쓸려 내려가는 걸 효과적으로 막아냅니다. 그런 일을 겪고 나면 사람은 풀베기 때에도 함부로 예초기를 휘두르지 않죠.

서로가 서로에게 일상에서 배울 기회를 도시라는 인공섬은 자연과 인간 간의 진솔한 관계 형성을 만들 기회를 앗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시 등산을 한다고 인간과 자연이 서로 소통할 수 있을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본 글은 뉴스타파 블로그를 통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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