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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 도시락은 맛있으셨습니까?

김경래 프로필 사진 김경래 2014년 01월 15일

뉴스타파 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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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실. 고교무상교육 정책이 실행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기 위해 3일째 의원실을 방문했다. 횟수로는 4번, 갈 때마다 김희정 의원과의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답변이 없어서 직접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다행히 김희정 의원이 의원실에 있다.


-기자: “고교무상교육을 올해부터 시행한다고 기자회견을 하셨잖아요. 왜 안됐는지 인터뷰를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의원실 보좌관은 김 의원의 입장을 문서로 주겠다며 카메라 인터뷰는 어렵다고 한다.


=보좌관: “꼭 카메라로 찍을 필요는 없잖습니까?”

-기자: “정책을 하겠다고 할 때는 떠들썩하게 기자회견을 하면서, 잘 안되면 왜 안 되는지에 대해서는 왜 인터뷰를 할 수 없나요?”

=보좌관: “그냥 의원님하고 인사나 하시죠.”

-기자: “그럼 카메라 찍으면서 인사하고 그 때 간단하게 여쭤볼게요.”

=보좌관: “그건 안 됩니다. 그냥 인사만 하시죠.”

-기자: “저는 인사를 하러 온 게 아니라 인터뷰를 하러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전 2012년 7월 대구에서 고등학교 무상 의무교육을 시행하겠다고 공약했다. 새누리당 제6정조위원회 위원장인 김희정 의원은 지난해 7월 30일 기자회견을 통해서 고교무상교육을 전면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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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예산이다. 야당은 전액 국비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여당은 지방비도 같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올해 실시하기로 한 무상교육 약속은 공수표가 돼 버렸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지만 가타부타 설명이 없었다. 그 설명을 들으러 온 거다. 대통령에게 묻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계속 인터뷰를 요청하자 결국 의원실 관계자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나가달라고 한다. 의원도 “취재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 “초상권이 있다”는 게 보좌관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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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보도 카메라 앞에서 초상권을 운운하는 데에는 말문이 막힌다. 의원실 문 앞에서 김희정 의원을 기다린다. 3시간가량 지난다. 김 의원은 화장실도 안 간다. 점심 먹으러 가지도 않는다. 보좌관도 덩달아 점심도 못 먹고 전전긍긍이다. 물론 나도 화장실에 못가서 죽을 맛이다. 대선 직전 국정원 여직원이 경찰에 감금됐다고 주장했던 것처럼 김 의원도 뉴스타파 때문에 감금됐다고 주장이라도 할까.


12시 40분 경. 의원실 직원 중 한 명이 비닐 봉지를 들고 의원실에 들어간다. 도시락이다!......... 졌다. 편집을 해야할 시간이 훨씬 지났다. 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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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기자 시스템에서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원할 때만 카메라 앞에 선다. 기자회견, 정책 발표 등을 하면서 폼을 잡고 싶을 때. 자신이 발굴한 아이템을 출입 기자에게 주고 인터뷰를 할 때. 뭔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면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 출입기자도 굳이 껄끄러운 인터뷰를 하자고 하지 않는다. 계속 거래를 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좀 불리할지라도 카메라 앞에서 당당하게 정책을 설명하고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쿨한 정치인은 내가 알기에 많지 않다. 그러니 우리가 의원실 앞에서 ‘뻗치기’를 할 수밖에.


김희정 의원님이 그 도시락을 맛있게 드셨는지 모르겠다. 기왕 살 거면 두 개 더 사서 기다리는 취재진에게도 먹으면서 기다리라고 하시지. 물론 먹지 않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