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지속적 인상’이 아니라 ‘대폭 인상’이 정답인 까닭

아래 표는 지난 8년 동안 한국의 법정 최저임금 변화를 시급 기준으로 나타내본 것이다. 2007년(3,480원) 대비 2015년 최저 시급(5,580원)은 1.6배가량 상승했고, 연평균 인상률로 계산해보면 매년 약 6%가량씩 올랐다고 할 수 있다.

blog_01

최근 최경환 부총리가 내년 최저임금을 7%가량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위 표를 보면 박근혜 정권 2년 동안 7.1~7.2%씩 최저임금을 인상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지난 8년 평균이 6%이고 박근혜 정권 2년간 7% 인상에 그쳤는데, 내년 최저임금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얘기가 왜 특별한 뉴스거리가 되는 것일까?

그럼 왜 실질임금은 뒷걸음질 치고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실제로 놀랍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매년 6~7%씩 올랐는데 왜 가난한 노동자들 삶은 단 1%도 나아지지 않는지가 놀랍지 않은가. 아니,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실질임금은 뒷걸음질 치고 있지 않은가.

아래 그림은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해 <주간금융브리프>에 발표한 ‘“임금 없는 성장”의 국제 비교’라는 보고서에 실린 연도별 실질임금 상승률과 노동생산성 상승률 수치를 그래프로 나타내본 것이다.

blog_02

▲ 연도별 실질임금 상승률 및 노동생산성 증가율 비교

1997~2007년까지는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이 꽤 오른 것으로 나타났지만, 2007~2012년에는 노동생산성이 9.8%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임금이 2.3%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 이 지표가 오히려 피부에 와 닿지 않는가? 이 시기 물가상승률이 그리 높지도 않았는데 최저임금이 6~7%씩 올랐는데 어째서 실질임금은 하락한 것일까. 그 이유는 SNS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① 상여금이나 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하는 편법 동원

blog_03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업들은 노동자들에게 주던 상여금과 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해 버린다. 그렇게 되면 기본급은 오르지만, 임금 총액은 그대로가 된다.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이런 수단은 이미 광범하게 퍼져 있다. 이러니 최저임금이 7%씩 올라도 실질임금이 하락하게 된다.

게다가 정기상여금 및 제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최근에는 상여금 및 제 수당을 아예 삭감·폐지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원들에 대해 2013년까지 지급했던 현금취급수당, 교통비, 상여금, 근속수당 등 각종 수당을 작년에 일방적으로 없애버렸다. 결국, 수납원들의 임금에는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만 남게 되었다.

통상임금 논란으로 비용이 늘어난다며 아우성을 쳤던 기업들은, 오히려 이 문제를 악용해서 임금삭감을 밀어붙인 것이다. 이런 일들은 대부분 노동조합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 90%에 달하는 장그래 즉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벌어진다.

② 포괄임금제 도입

blog_04

상여금과 제 수당, 기본급 이런 것을 아예 구분하지 않고 ‘포괄임금제’라는 이름으로 통합시켜 버리는 일도 벌어진다. 위의 사례는 2년 전 한국전력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들의 얘기이다. 공공기관에서조차 포괄임금제를 도입해 임금을 삭감하니 민간기업인들 오죽하겠는가. 사회 초년생이라 할 수 있는 청년들이 처음 찾는 일자리에서도 포괄임금제가 광범하게 도입되고 있다.

③ 풀타임 일자리를 시간제(단시간) 일자리로 전환

그럼 상여금과 수당이 하나도 없는 경우, 즉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만 남을 경우엔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엔 더는 기본급으로 전환할 상여금과 수당이 없으니,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임금이 오르게 될까? 답은 ‘아니올시다’이다.

지난해 연말 연세대 송도캠퍼스에서 청소·경비 노동자들 20여 명이 해고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노동자들이 항의하자 회사 측이 재고용을 하겠다며 이런 제안을 해왔다. “기존 8시간 근무가 아니라 하루 5.5시간 근무로 근로 계약서를 쓰자. 월 급여는 95만 원 수준이다.”하는 일이 달라진 것도 아니다. 하루 8시간 동안 하던 일을 5.5시간 안에 끝내라는 것이어서, 노동강도는 2배 가까이 늘어난다. 그런데 기존 8시간 근무가 보장될 경우 올해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최소한 116만 원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하루 5.5시간으로 줄어들면서 월 급여가 95만 원으로 20만 원 이상 삭감된 것이다!

5.5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월 급여 95만 원은 최저임금 위반이 아니다. 아니, 시간당 임금으로 따지면 최저임금보다 1천 원 가까이 높아진 수준이다. 풀타임 일자리를 시간제 일자리로 바꾸기만 해도 엄청난 임금삭감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시간제 일자리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상당수가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려고 풀타임에서 시간제로 전환하면서 임금삭감의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저임금이 7%가 올라도 오히려 임금 총액은 줄어드는 현실, 그러니까 7%씩 찔끔찔끔 올려서는 절대로 실질임금이 늘어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르려면 방법은 단 한 가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대폭 올리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사장님들이 아무리 꼼수를 써도 임금을 줄일 수 없게 된다. 박근혜 정부여, 7% 인상이 아니라 최저임금 1만 원으로 대폭 인상이 정답이다.

  • 김시우

    기사 정말 잘 읽었습니다. 통계 속에 감춰진 이면이 확 이해되네요.
    그런데 제가 정말로 궁금한 것이, 저런 대형사업장이나 공공기관, 기업들에서는 임금을 지불할 여력이 있음에도 악의적으로 지불비용을 축소시켜왔다는 주장이 성립가능한데
    노동자들과 처지가 크게 다를바가 없는 영세자영업자들은 과연 최저시급 1만원을 감당할 수 있을지요.

    장기적으로는 내수가 살아나 자영업자들에게도 임금지불능력이 갖춰질 수 있을 것이라지만,
    한 해를 기점으로 시급이 80%정도 뛰어버리는 이 단기적 쇼크에는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최저시급의 상승에는 동의하면서도, 이런 부분 때문에 쉬이 자기 주장을 펼치기를 꺼려하시는데
    이 점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 역시도 궁금합니다. 항상 이 부분에서 말문이 막혀버려서요.

    • John

      정치가 복잡하고 제 생각이 틀릴수도 있지만… 자영업자들에게는 최저임금에 대한 보상을 나라에서 해 주는 방식으로 가면 어떨까요.. 최저임금은 대폭 올리되, 대기업이 아닌 자영업자에게는 정부에서 보조금 같은 걸 주는 방향도 하나의 방법이 돌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재 한국은 자영업자들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어떤 식으로든 나라에서 자영업자를 위한 보조금이나 대책을 내 놓아야 할 것 같아요. 대기업 사람들은 자동차 타고, 자영업자들은 맨발로 경주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공정한 게임이 될까 의문이 드네요.. .

  • 오정석

    속 시원한 글입니다..

  • 김창현

    잘읽었습니다.
    질문이 있습니다.
    1. 상여와 수당을 기본급에 산입할경우 임금총액이 떨어진다면 노조가 없는 사업장이더라도 직원들의 수용이 쉽지 않았을텐데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2.질실질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인상율을 비교하셨는데 가산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제조업 근로자와 연장근로가 많지 않은 사무직 및 서비스업 근로자를 같이 비교하면 좀 무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김창현

본 글은 뉴스타파 블로그를 통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뉴스타파 블로그 회원가입을 통하여 뉴스타파 블로그에 합류하세요! 블로그 가입하기 | 자주 묻는 질문
뉴스타파 객원칼럼은 뉴스타파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뉴스타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