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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대화는 들러리였을 뿐! 비정규직 법·제도 논의 흐름만 봐도 한눈에

오민규 프로필 사진 오민규 2015년 10월 02일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17년 만의 노사정 합의” -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렇게 선전하고 있다. 사실 이 말은 거짓이다. 2006년에도, 2009년에도 노사정 합의는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모두 민주노총은 참여한 바 없고, 한국노총 홀로 가서 야합에 동참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정부와 새누리당은 왜 17년 만의 합의임을 강조할까?


17년 전 노사정 합의가 이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리해고제 도입을 합의함으로써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항복 선언을 끌어냈던 98년 노사정 합의! 하지만 그때에도 노사정 합의는 들러리였을 뿐, 실제로는 정부와 자본이 원하는 합의만 지켜졌을 뿐이다. 쥐꼬리만큼이나마 노동자들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합의는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그럼 이번 9.13 노사정 합의는 어떨까? 정부와 새누리당이 떠드는 것처럼 17년 전과 똑같으리라는 게 대다수의 전망이다. 아니, 이미 그런 전망은 현실에 나타나고 있다.



세 개의 국면 비교표


노사정 합의에는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지만, 모두를 얘기하면 복잡해지니까 비정규직 관련 법·제도 논의 하나만 놓고 살펴보도록 하자. 이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보면 3개의 국면이 존재한다.


우선 작년 12월 29일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있다. 그다음으로 수개월 간의 노사정 논의를 거쳐 9월 13일 도출된 노사정 합의안이 있다. 마지막으로 노사정 합의 직후인 9월 16일, 새누리당이 전격적으로 발의한 법률 개정안 내용이 있다.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파견 확대, 퇴직금 적용 확대, 실업급여 등 주요 쟁점별로 3개의 국면을 거치면서 비정규 관련 논의가 어떻게 비틀어지는지를 아래와 같이 표로 나타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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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게 유리한 합의만 지켜진다


표를 보면 이번 노사정 대화가 그저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파견 확대 등 자본에게 유리한 내용은 작년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포함되긴 했으나, 올해 초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쟁점조차 되지 못했고, 9.13 노사정 야합 당시에도 ‘추후 논의과제’로 돌려진 바 있다.


그런데 노사정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이 부분에 대해서, 새누리당은 정부가 작년에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 내용을 그대로 입법안에 반영했다. 그뿐이 아니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물론이고 노사정 논의에서 단 한 차례도 논의된 바 없는, 이른바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 허용까지 입법 내용에 포함시키고 말았다. 노사정 합의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심지어 상반기 최저임금 심의위원회에서 경총 측이 강력하게 요구했으나 민주노총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실현하지 못했던 최저임금의 산입임금범위와 지역별·업종별 결정 문제에 대해서도 노사정위에서 논의한다는 노사정 야합이 벌어졌다. 새누리당 입법발의가 있었던 9월 16일, 최저임금심의위 운영위에서는 정부가 곧바로 노사정 야합에 따라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들고 온 바 있다. 그동안 정부와 자본이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던 것을 밀어붙이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반대로 비정규직 종합대책 내용에는 그나마 쥐꼬리만큼이라 할지라도 노동자에게 유리한 내용이 극소수 포함되어 있었다. 이를테면 근속 3개월만 지나더라도 비정규직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든지, 노동조합에게 차별시정신청 대리권을 부여한다든지, 건설일용 노동자에게 실업급여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이런 내용 중 일부는 9.13 노사정 야합 당시 ‘추후 논의과제’로 돌려지거나 아니면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이런 내용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과제’라는 점을 충실히 반영하여 입법안에 단 한 줄도 포함하지 않았다. 자본에게 불리한 내용은 털끝만치도 건드리지 않은 것이다.



뭔가 나아진 게 있다면 …?


딱 한 가지 과거보다 나아진 게 있긴 하다. 그게 뭘까? 보통 정부가 이런 개악안을 밀어붙일 때는 99가지가 자본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하더라도, 한두 가지 실제로 노동자들에게 나아지는 내용을 ‘끼워팔기’ 식으로 넣어두곤 했다. 그래야 그 내용을 빌미로 “야당과 노동계 때문에 노동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치며 법안 통과 압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노사정 야합, 그리고 그에 뒤이은 새누리당 입법발의 내용을 보면 그런 고려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즉, 단 한 가지라도 노동자에게 유리한 내용이 없는 100% 순도 높은 개악안이기에 이 법안을 반대하면서 큰 부담이 없다는 점이다. 즉, 이 법이 통과되지 않음으로써 조직노동자는 물론이고 미조직노동자에게 해가 될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제대로 막아내는 일이 남았다. 11월이 본격적인 대회전의 시기가 될 테니, 운동화 끈부터 질끈 동여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