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지켜야 할 정부가 최저임금 무더기 위반?

노동부는 최저임금 위반 조사결과 즉각 공개해야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면 지불능력 부족한 사업주들의 위반이 늘어나니 최저임금 인상은 자제해야 한다는 논리. 매년 정부와 재벌들은 반복해서 주장하는 익숙한 얘기이다. 그렇다면 이런 말을 내뱉는 정부와 재벌들은 최저임금을 잘 지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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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기사는 작년 4월에 민주노총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인데, 홈페이지에 공개되거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245곳의 지자체 예산을 분석한 결과 무려 79곳에서 최저임금 위반이 확인되었다.

아래 기사는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들과 국회 행안위 정청래 의원실이 공동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이번에는 실제 예산의 집행내역들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경상남도를 빼고도 무려 80곳의 지자체에서 최저임금을 위반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 아닌가. 법을 지켜야 할 정부 지자체에서 최저임금 위반이라니? 놀라기에는 아직 이르다. 민주노총이 적발한 79개와 정청래 의원실이 적발한 80곳 중에 겹치는 지자체는 20여 곳에 불과하다. 즉, 겹치지 않는 지자체를 모두 합하면 총 154곳! 무려 60%에 달하는 지자체에서 위반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지탄이 지속되자 고용노동부는 이들 154곳 지자체의 최저임금 위반 여부에 대해 지난해 9월 말부터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조사 결과를 내어놓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의 조사나 정청래 의원실 조사 모두 1~2개월을 넘지 않았는데, 공문 한 장이면 전수조사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두 구할 수 있고, 조사에 필요한 인력과 법률 해석권한까지 가진 노동부가 왜 지금까지 미적대고 있는 것일까?

아직도 놀랄 일이 더 남아 있다. 조사결과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노동부는 향후 지자체의 최저임금 준수를 위해 앞으로 매년 7월 말 예산편성 전에 예산담당 공무원 500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위반이 없도록 하겠다는 개선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아니, 그럼 지금까지는 이런 설명회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설명과 지도가 이뤄진 적이 없단 말인가?

사실이다. 최저임금과 근로기준법은 기업이 노동자에게 지켜야 할 ‘최저(최소) 기준’을 규정한 것으로, 이 최저(최소) 기준을 어기는 것은 심각한 범죄행위로 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이러한 법 집행을 최선두에서 책임져야 할 정부가 스스로 최저(최소) 기준을 어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감시·감독조차 해오지 않았다는 얘기이다.

마땅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직무유기로 사퇴함이 옳고, 관련 고위 공무원들도 처벌과 징계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154개 지자체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조차 아직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니, 이 얼마나 염치없는 짓이란 말인가.

정부의 행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자체 일부에 대한 조사 결과, 대부분의 지자체가 상여금이나 식대, 교통비도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것으로 알고 낮은 기본급이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드러나자 “최저임금 산입범위 관련 논란이 있어 노동시장 개혁의 일환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이 얘기가 뭘까? 앞으로는 상여금이나 식대, 교통비 등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킴으로써 최저임금 기준을 더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주들 상당수는 최저임금 위반을 피해갈 방법이 생기게 된다. 식대와 교통비, 상여금과 제 수당까지 모조리 합해서 임금 총액만 최저임금을 어기지 않도록 관리하면 되니까 말이다.

이거야말로 성폭행범이 너무 많으니까 웬만한 성추행은 처벌하지 말자는 논리와 같다. 코카인과 헤로인 등 마약사범이 너무 많아져서 단속이 잘 안 되니 코카인 정도는 합법화하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음주운전 기준을 한참 낮추면 음주사범 숫자는 줄어들지 몰라도 평범한 국민들은 훨씬 위험해진다는 사실을 아는지 …

정부는 하루빨리 154개 지자체 최저임금 위반 관련 전수조사 결과를 전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국민들이 얼굴을 살짝 가리기만 해도 IS라고 야단법석을 피울 때는 언제고, 지자체들의 법 위반 사실은 꼭꼭 숨겨두며 가리고 있단 말인가. 최저임금 문제야말로 ‘국민의 생명과 안위’와 직결된 사안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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