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임금’님, 옷을 입혀야

“한국 역사상 가장 슬프고 가난한 임금은? 최저임금”

농담처럼 떠드는 얘기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얘기이다. 최저임금이 매년 7~8%씩 오른다고 하는데, 삶은 더 팍팍해지기만 하니 말이다. 그 이유를 여러 수치를 통해 얘기해볼 수 있겠지만,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최저임금 영향률’ 그래프 하나만 봐도 분명히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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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자 5명 중 1명이 최저임금 영향권 안에

‘최저임금 영향률’이란 새로이 적용될 최저임금에 따라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추정되는 노동자 규모와 비율을 의미한다. 만일 이 수치가 낮게 나타난다면 최저임금은 매우 예외적인 현상, 즉 노동자 대부분은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상태에서 예외적으로 저임금에 허덕이는 노동자들을 구제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영향률이 높게 나타날 경우 노동자들 상당수가 최저임금 수준에 허덕이고 있음을 말해주게 된다. 그런데 위 그래프를 보면 2001년만 해도 영향률 수치가 2.1%로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했던 반면, 올해의 경우 무려 18.2%(342만 명)로 노동자들 5명 중 1명꼴로 최저임금 영향권에 들어오게 되었다. 15년 사이 무려 9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민주노총의 주장도 아니고 정부 위원회 공식 통계자료로 말이다.

자본가들은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너무 높아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률이 2% 수준일 때에나 8% 수준일 때에나 최저임금 영향률 수치는 변함없이 가파르게 상승해 왔다는 점에서 그 주장은 근거가 없다.

최저임금 올라도 실제 임금은 오르지 않아

보통 최저임금이 오르면 전체 노동자의 임금도 그와 유사한 수준으로 올라가야 정상이다. 연공급 호봉제가 적용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초임도 대부분 최저임금에 맞춰 설계되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오르면 초임도 올라야 하고 그에 따라 그 위 직급 노동자들 임금도 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질서가 깨지기 시작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전체 노동자 임금인상률이 따로 놀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입증해주는 사례가 있다. 매년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제조업 직종별 임금조사’를 실시해 발표하고 있다. 대략 130여 개의 직종에 대해 1천여 개가 넘는 기업체를 상대로 직접 조사한 결과이기에 실제 노동자들 임금 수준이 드러난다.

이 조사결과는 매우 중요한데 왜냐면 여기에 담긴 직종별 임금(일급)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 시 제조원가계산의 기준이 되는 노무비 산정의 기초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정부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업체 노동자들에게는 130여 개 직종 중 가장 낮은 숙련도에 해당하는 ‘단순노무종사원(보통인부)’ 임금수준 이상을 보장하도록 정부가 지침을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공공부문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이라고 볼 수 있다.

최저임금의 경우 정부가 제도적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저 기준을 정하는 ‘정책임금’의 성격을 갖고 있다면, 중소제조업 직종별 임금은 실제 노동자들의 임금을 나타내는 ‘조사 임금’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이들 직종별 임금은 시급이나 월급이 아니라 일급으로 조사되는데, 이를 시급으로 환산할 때엔 8시간으로 나누어 사용한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최저임금(시급)과 단순노무종사자(보통인부) 일당(시급)이 어떻게 변화됐는지, 그리고 그 인상 폭은 어떠했는지를 아래 표와 그래프로 나타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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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를 보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데, 2012년까지는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높은 수준에서 보통인부 시급 인상률이 유지되었지만, 2013년부터는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한참 낮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2012년경부터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실제 임금 인상률은 훨씬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얘기이다.

임금을 임금답게!

최저임금이 올라도 실제 임금을 낮게 유지하는 수법은 매우 다양하다. 최근에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는 것처럼 경비 노동자들의 경우 근로계약서에 ‘휴게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청소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없애버린다. 포괄임금제로 돌리거나 상여금·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하는 수법까지 동원된다.

경제위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해법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폭 올려서 내수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에게서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간단하다. 최저임금을 1만 원 수준으로 대폭 올리는 것과 함께, 이것이 실제 임금 인상률 수치로 이어지도록 하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우선 정부의 철저한 근로감독이 요구된다. 다양한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며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없애버리는 사업주들의 행태를 근절해야 한다. 보통의 경우 이런 사업주들은 영세한 경우가 많아서 단순한 근로감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이들 사업주의 지불능력이 낮은 중요한 이유는, 재벌과 대기업을 원청으로 하여 하청과 재하청 형태로 산업구조가 먹이사슬처럼 엮여있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의 근로감독이 가장 먼저 향해야 할 곳이 바로 이 영역이다. 하청과 재하청 형태로 엮인 구조에서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위치한 재벌과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와 다양한 ‘갑질’을 근절해야 한다. 서비스산업에서도 대규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대자본을 겨냥함이 마땅하다. 점주들에게 엄청난 수수료를 뜯어가는 문제로 인해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먹이사슬 구조를 파헤치고 프랜차이즈 대기업들이 챙기는 천문학적인 이윤 구조에 직접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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