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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초중고 홈페이지에 뜬 '대통령 팝업', 왜?

준영 프로필 사진 준영 2015년 05월 02일

제주도촌놈

위 사진은 지난 23일 제주도 내 한 초등학교 홈페이지 화면입니다. 제주도 내 다른 중-고등학교 홈페이지를 볼까요?




▲ 지난 23일 제주도내 초-중-고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박근혜 대통령 중남미 순방 관련 팝업. <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 지난 23일 제주도내 한 중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박근혜 대통령 중남미 순방 관련 팝업. <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 지난 23일 제주도내 초-중-고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박근혜 대통령 중남미 순방 관련 팝업. <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 지난 23일 제주도내 한 고등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박근혜 대통령 중남미 순방 관련 팝업. <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어떤가요? 알록달록한 중남미 국기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나요?
이 팝업은 지난 23일 제주도내 모든 초-중-고 학교 홈페이지에 이틀 동안 게시됐습니다.


학교 홈페이지에 있는 이 팝업존은 학교폭력예방, 불법 찬조금 근절과 같은 교육 관련 캠페인이나 교육 정책에 관한 전달사항을 올리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어쩌다 대통령 순방에 대한 팝업이 올라왔을까요?


궁금해서 교육청에 문의를 해봤습니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로부터 공문이 내려와서 저 팝업을 게시했다”고 답했습니다. 기존에도 대통령에 관한 내용을 게시한 적이 있냐고 묻자 관계자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제주도 내 모든 학교홈페이지 팝업존은 교육청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공문을 보낸 교육부 홍보실로 문의를 했습니다. 담당자에게 공문을 보낸 이유를 묻자 담당자는 “4대국 순방을 통해 교육 관련 MOU를 3개 정도 진행했다. 그 안에 교육과 관련된 내용이 많아서 대중들에게 홍보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요청했다”라고 답했습니다.


교육부 담당자의 답변만 놓고 보면 ‘대통령 중남미 순방’ 팝업을 누르면 중남미 교육MOU 관련 내용이 나와야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팝업을 클릭한 결과, 교육 관련 내용이 아니라 중남미 순방에 대한 대통령 정상외교 정책브리핑 화면이 나타났습니다.




▲ 팝업을 클릭하면 중남미 순방에 대한 대통령 정상외교 정책브리핑 화면이 나타난다. <정책브리핑 갈무리> ▲ 팝업을 클릭하면 중남미 순방에 대한 대통령 정상외교 정책브리핑 화면이 나타난다. <정책브리핑 갈무리>


▲ 대통령의 중남미 4개국 순방에 대한 59개 브리핑 중에 정작 교육에 관련된 내용은 미비했다. <정책브리핑 갈무리> ▲ 대통령의 중남미 4개국 순방에 대한 59개 브리핑 중에 정작 교육에 관련된 내용은 미비했다. <정책브리핑 갈무리>


▲ 대통령의 중남미 4개국 순방에 대한 59개 브리핑 중에 정작 교육에 관련된 내용은 미비했다. <정책브리핑 갈무리> ▲ 대통령의 중남미 4개국 순방에 대한 59개 브리핑 중에 정작 교육에 관련된 내용은 미비했다. <정책브리핑 갈무리>

팝업과 연결된 정책브리핑 화면에는 중남미 4개국 순방에 대한 성과만이 가득했습니다. 59개 꼭지 중 대부분이 경제, 산업, 기술과 같은 비즈니스 내용이었습니다. 교육과 관련된 내용은 미비했습니다. 교육에 대한 홍보라기보다는 중남미순방에 대한 성과 홍보라고 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학교 홈페이지에 있는 팝업존은 교육 관련 캠페인이나 교육정책에 관한 전달사항을 올리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학생들과 학부모가 학교 교육에 대한 정보를 알기 위해 이용하는 것이지, 성과만 가득한 국가 외교 정책 결과를 보려고 이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1년 전 꽃다운 아이들이 세월호 사건으로 세상을 떠났고, 세월호 1주기였던 4월 16일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을 떠났습니다. 학교 홈페이지에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는 사라졌고, ‘대통령 중남미 순방’이라는 홍보 팝업이 올라왔습니다.


수많은 공공기관 사이트가 있음에도 굳이 학교 홈페이지에까지 ‘대통령 중남미 순방’ 홍보를 넣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을까요.


세월호1주기에 중남미순방이라는 무리한 일정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도, 정부는 자신들이 잘했다고, 칭찬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이제는 교육청도, 학교 홈페이지도 국가 홍보처가 된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상급기관의 요청을 거스를 수 없는 수직적인 관료문화도 안타까웠습니다.


교육청, 교육부, 그리고 정부에게 감히 한 말씀 건넵니다.


홍보는 무조건적으로 많이 알리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나 여론에 민감한 공공기관 홍보는 주변의 분위기를 살피고 적절한 시기를 구분하여 해당 대상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지, ‘내가 한 걸 너희들은 다 알아야 된다’는 막무가내식 홍보여서는 안 됩니다.


홍보도 도를 지키면서 하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위 기사는 제주의소리에도 게재되었습니다.


기사 원문http://www.jejusori.net/?mod=news&act=articleView&idxno=16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