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골학교

영국의 한 시골학교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런던에서 서쪽으로 4시간 남짓, 쉬엄쉬엄 가면 5시간도 넘게 걸리는 곳에 아쉬버튼(Ashburton) 이라는 시골 마을이 있습니다. 멀지만 지루하지 않습니다. 차창 밖으로 초록 들판이 펼쳐지고 그 위로 양과 소, 구름과 바람, 나무와 숲, 낮게 흐르는 개울이 여정을 함께 해 주기 때문입니다. 학교 이름은 샌즈 스쿨(Sands School)입니다. 샌즈 스쿨은 데본(Devon)을 대표하는 국립공원 내에 […]

영국의 총리들을 통해 보는 탄핵의 조건

영국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다. 가장 많은 국회의원을 보유한 정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어 나라를 이끈다는 의미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제일 많다고 해서 무조건 집권당이 되는 건 아니다. 전체 의석수 650개 중 반수가 넘어야 한다. 정당에 대한 지지율과 의석수의 상관관계로 볼 때 최소한 반 이상의 국민 혹은 지역이 지지하는 정당이 집권해야 국정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는 국민적, […]

8년동안 정권교체 4번

8년 동안 정권을 4번이나 갈아치운 나라가 있다. 아이슬란드다. ‘정권 갈아치우기’의 시작은 2008년 겨울이었다. 아이슬란드 경제가 붕괴했다. 국회의사당 앞으로 성난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밤낮으로 경제붕괴의 책임을 묻는 시위를 벌였다. 추위가 무색하게 열기는 뜨거웠고 결국 총리가 하야를 선언했다. 사실상 탄핵이었다. 대규모 특별수사팀이 꾸려졌다. 수사팀 책임자는 공정성을 고려해 해외에서 모셔왔다. 이미 하야를 선언한 총리를 포함해 정계, 재계는 물론 학계와 […]

사기꾼처럼, 배우처럼, 도둑처럼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제보가 날아들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감독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거액의 현금을 챙기고 있다는 정보였다. 탐사보도팀이 움직였다. 기자들은 축구 에이전트 직원으로 감독들에게 접근했다. 접근 대상엔 국가대표팀 감독 앨러다이스도 포함됐다. 기자들의 연기는 뛰어났다. 앨러다이스는 아무런 의심 없이 규정을 피해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을 영입하는 편법을 알려주고 거액의 수수료 (약 5억 7천만 원)를 요구했다. 그의 말과 행동은 에이전트로 위장한 탐사 […]

영국은 어디가 제일 좋아요?

어디가 제일 좋아요? 영국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듣게 되는 질문 중 하나다. 유명 관광지 위주로 몇 곳을 소개한다. 성의 없는 답인 줄 알지만, 나로서는 최선이다. “유명”이라는 단어에 ‘객관성과 보편적 취향’의 최대치가 담보되어 있다고 믿으므로. 그런데,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따로 있다. 늘 마음으로만 품고 있던 장소를 뉴스타파 독자들에게만 살짝 공개해 볼까 한다. 영국 […]

나쁜것이 꼭 나쁜것만은 아니다

6월 24일 아침, 영국은 들뜨지 않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초여름 아침 햇살이 찬란했다. 전날 치러진 투표결과가 새벽공기를 가르며 TV로, 라디오로, 신문으로 전해졌지만, 그뿐 이였다. 출근길 전철은 여전히 콩나물시루였고, 막 커피를 내리기 시작한 커피숍의 커피 향도 평소처럼 피어올랐다.

이제, 그 언어에 침을 뱉어라

섬에 갔다. 스웨덴 고트랜드. 제주도 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인구는 5만7천 명. 제주도의 1/10도 안 된다. 제주도와 공통점? 섬 그리고 관광지. 출발 한 달 전 숙소를 예약했다. 운이 좋았다. 섬을 통틀어 딱 한곳에 방이 남아 있었다. 육지에서 뱃길로 3시간. 섬에서 가장 큰 도시 비스비(Visby)에 도착했다. 군사적으로 보면 발트 해의 전략요충지, 경제적으로 보면 제1의 관광지, 문화적으로 […]

폭동 유발자와 폭도, 누가 더 나쁠까?

그때 그 사건의 발단은 이랬습니다. 2011년 8월 4일 토요일. 런던의 토튼햄(Tottenham)에서 였습니다. 토튼햄은 이영표 선수가 뛰던 토튼햄 홋스퍼 (Tottenham Hotspur) 구단의 연고지가 있는 곳입니다. 아프리카와 아라비아에서 온 이주민들이 많이 사는 곤궁한 지역이죠. 그곳에서 29살 흑인 청년 막크더간 (Mark Duggan)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그는 총을 소지하고 있었고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경찰이 가슴에 […]

귀신이 정치인을 빨리 데려가지 못하는 이유

또,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꼴 보기 싫은 정치인도 나오고, 열렬히 지지하는 정치인도 나올 것이며 그저 그런 정치인도 나올 것이다. 그러면 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다 보게 되겠지. 언론에 오르내리는 정치인들의 면면을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저 인간은 참 오래도 해먹는다”, “귀신은 뭐하나? 저런 인간 안 데려가고” 하는 생각 말이다. 문득, 생뚱맞은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그래서 […]

스무살 국회의원, 마흔세살 총리

대한민국의 정치는 한마디로 ‘노인정 정치’다.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사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노인정이다. 국회의원 평균 연령이 57.5세다. 60세를 바라보고 있다. 국회가 ‘노인정화’ 되면서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나이제한이 생겼다. 이십 대는 아예 없고, 삼십 대는 천연기념물이다. 사십 대 국회의원들은 좀 있다. 그들을 청년의원이라고 한단다. 그러니 이삼십대는 미성년자 취급을 당할밖에. 아주 옛날, 국회가 지금처럼 고령화되기 전에는 20대도 […]

그가 사표를 던진 이유

이 글은 피터 오본(Peter Oborne)이라는 나름대로 지명도 있는 신문기자가 영국 정통 보수지로 알려진 <데일리 텔레그래프(Daily Telegraph)>를 떠나면서 쓴, 일종의 “퇴사의 변”이자 “영국 언론의 민낯”이다. 그가 텔레그래프를 떠난 건 지난해 초였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 인지 근 일 년이 지난 지난달, 대표적인 진보지 <더 가디언(The Guardian)>이 <텔레그래프>를 상대로 조목조목 문제의 “퇴사의 변”에 답하라는 기사(링크)를 썼다. 직장을 잃은 […]

“국민의 정신건강을 챙기겠다”

“국민의 정신건강을 챙기겠다” 보수당뿐만 아니라, 노동당, 자유민주당까지 공통으로 내 걸었던 지난봄 총선공약이다. 이런 공약이 각기 다른 정당에서 똑같이 나오게 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①영국 국민 4명 중 1명은 일 년에 한 번쯤 정신질환을 겪는다. ②경제위기 이후 매년 우울증 처방을 받는 사람들이 8.5%씩 증가하고 있다. ③전국민의료서비스(NHS)를 찾는 환자의 23%가 정신질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 치료에 쓰이는 예산은 […]

영국 노동당, 새 여정의 시작

도처에 적들이다. 제레미 코빈이 영국의 제1 야당, 노동당 대표로 선출된 후 그에 대한 공격은 열 배쯤 거세졌다. “노동당은 망했다”던가 “국제적 망신”이라는 표현은 그냥 푸념 정도로 들린다. 심각한 건 “테러리스트들의 친구”라던지 “사담 후세인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정신 나간 정치인”,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위험인물” 이라는 식의 비난이다. 뭔가 조금은 근거가 있는 듯한 주장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실상은 […]

UFO 취재기 – 외계인을 만난 사람들

UFO니 외계인이니 하는 것들은 정말 존재하는 걸까요? 세상에는 UFO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증거도 있고요. 그런데도 UFO가 여전히 UFO(Unidentfield Flying Object ; 미확인비행물체)인 것은 보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일 겁니다. UFO를 보았노라고 증명하려면 정말로 보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증거물들이 증거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것도 증명해야 합니다. 필자는 생각합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세상엔 […]

영국 청년, 늙은 좌파에 빠지다

의도적이지 않으나 튀는 사람이다. 경력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생각하는 것으로 보나. 45세의 안디 번함, 46세의 예티 쿠퍼, 44세의 루이스 켄달. 모두 40대. 모두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신. 모두 장관 혹은 그에 준하는 주요 보직을 거친 인물. 그리고 중도 보수. 그 대척점에 선 사람, 제레미 코빈. 66세. 기술대학 중퇴. 장관은커녕 당내에서 관심조차 받아본 적이 없는 미운 오리새끼. […]

북한군 지뢰? 그렇다면 미군 지뢰는?

CNN, AP, 히스토리 채널, BBC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진 역사가 있다. 그중 BBC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Kill Them All>이다. 한국전 당시 미군이 충청북도 노근리에서 저지른 양민 대학살을 다룬 이야기다. 깨질 수 없는 동맹, 영원한 우방 미국에 의해 자행된 범죄라 충격은 크고 상처는 깊었다. 배신감도 더 컸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혔으니 말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

그리스의 눈물

그리스를 다녀왔다. 다녀와서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머리가 내린 결론이 아니라 가슴이 내린 결론이었다. 통계, 분석 다 쓸데없다. 일단 살리고 봐야 한다 32년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퇴임한 엘레니의 집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다. 물병과 당뇨약, 남은 식빵 몇 쪽이 전부였다. 2천 500원짜리 식용유 한 통 살 돈이 없다 했다. 물세는 2년이나 연체상태라 언제 끊길지 모르겠다고 했다. […]

아이슬랜드에서 만난 진짜 대통령

남의 나라 대통령에 열광하게 되는 시절이다. 우루과이의 가난한 대통령 호세 무희카나 미국의 오바마 같은 대통령에 말이다. 대한민국에 리더가 부재한 탓 이리라.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메르스처럼 번지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겠거니 생각한다. 미뤄뒀던 외장 하드를 정리한다. 창고를 정리하듯. 그러다 한 영상에 눈길이 머문다. 돌려 보고 또 돌려본다. 장소는 아이슬란드. 국가 부도사태를 맞아 민심이 도탄에 빠져 있을 때다. 국회 앞. […]

가난한 청년 옥스포드를 이기다

이것은 20대 영국 청년 데미안 쉐논의 이야기다. 그는 최선을 다했고 이제 그 결과를 기다릴 뿐이었다. 꽤 불안하고 초조했을 것이다. 하루하루가 일 년처럼, 아니 십 년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합격’이라는 결과를 들었을 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에게 ‘합격’의 기쁨과 영광을 안겨준 곳이 다름 아닌 옥스퍼드 대학교였으니 왜 아니었겠나.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이 아닌가. 영국의 총리를 […]

대한민국 경찰 아저씨들 보세요

안녕하세요. 저의 이름은 장정훈이고요. 영국에 살고 있습니다. 영국에 사는 제가 이렇게 불쑥, 한국의 경찰 아저씨들께 편지를 쓰는 이유는 요즘 인터넷을 통해 격무에 시달리는 경찰 아저씨들을 자주 보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국 경찰 아저씨들과 비교를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뉴스타파에 칼럼을 기고할 때도 된 터라 뉴스타파의 공간을 빌어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경찰 아저씨들도 뉴스타파를 많이 […]

대세는 없다!

5월 7일. 영국은 총선을 치른다. 국회의원 자리 650개를 놓고 정당 간 자리다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중 제일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집권하게 되고, 그 정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어 대통령에 해당하는 권력을 행사한다. 그러니 영국에서의 총선은 곧 대선을 의미한다. 지난 총선은 2010년에 있었다. 토니 블레어 이후 13년간 영국을 이끌었던 노동당은 258석을 차지했다. 예정된 패배였다. 반면 보수당은 306석을 […]

부자들을 위한, 부자들만의 도시, 런던

지구 상에서 가장 비싼 주택은 어디에 있을까? 지난해 포브스 (Forbes)가 발표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집 10위>에 따르면 런던에 있다. 버킹검 궁전이 1조 7천억 원으로 지구 상에서 가장 비싼 집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런던은 버킹검 궁전을 포함해 4채를 10위권 안에 올렸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어디에 있을까? 이것 역시 정답은 런던이다. <원 하이드 파크>는 한 채당 2천 […]

영국왕실이 사는법

영국의 왕실은 어떻게 그렇게 건재한 걸까? 영국사람들은 왕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어 몇해전 끄적였던 취재기를 올려봅니다. 근위병의 호위를 받으며 백마가 끄는 황금 마차를 타고, 만면에 행복 가득한 미소를 띱니다. 그리고 유유히 손을 흔들죠. 마차가 가는 길은 왕자와 왕비를 축복하러 나온 백성들로 가득하고, 하늘에서는 축복의 꽃가루가 하염없이 흩날립니다. 세상에 모든 여인들이 […]

선진국의 슬픈 민낯

2014년 3월, BBC 파노라마는 21세기 영국의 모습을 이렇게 담고 있었다. 난방도 할수 없고, 전기도 안 들어오고, 따듯한 음식을 먹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나요 푸드뱅크 앞에서 BBC 취재진과 만난 스물일곱 살 청년 사이먼은 따듯한 식사 한끼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12월 10일 자 <더 가디언>의 한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푸드뱅크 앞에는 한 아빠와 아이들이 추위를 견디며 서 […]

사랑할 수 있는 권리

엘튼 존, 차이콥스키, 버지니아 울프, 셰익스피어, 레오나르도 다빈치, 소크라테스, 아르마니, 베르사체 그리고 교황 베네딕토 9세. 세기를 넘어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이 즐겨온 그리고 여전히 즐기고 있는 음악과 문학, 패션, 철학적 사유가 이들로부터 비롯되었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위에 열거한 사람들의 이름에서 어떤 공통점을 발견했기를 바란다. ‘유명인’ 이라고 답한다면 그건 틀렸다고 할 수 없지만, […]

국제노동기구 이상헌 박사, 피케티를 말하다

스위스 제네바에는 유엔 산하의 국제기구 ILO가 있다. 우리말로 하자면 <국제노동기구>다. 그 국제기구에서 <부사무총장 정책특보>라는 다소 거창한 직함을 가지고 있는 이가 있으니 바로 이상헌 경제학 박사다. 문학을 꿈꾸던 사람답게 말도, 글도 맛깔스럽고 세련되게 구사하는 능력을 갖춘 이다. ‘경제’라는 무거운 주제도 그가 말하면 잘 쓰인 수필처럼 편안하게 쏙쏙 들어온다. 이 글이 재미가 없다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