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 새 여정의 시작

도처에 적들이다.

제레미 코빈이 영국의 제1 야당, 노동당 대표로 선출된 후 그에 대한 공격은 열 배쯤 거세졌다.

“노동당은 망했다”던가 “국제적 망신”이라는 표현은 그냥 푸념 정도로 들린다.

심각한 건 “테러리스트들의 친구”라던지 “사담 후세인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정신 나간 정치인”,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위험인물” 이라는 식의 비난이다. 뭔가 조금은 근거가 있는 듯한 주장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실상은 보수당과 언론에 의해 조악하게 편집된 모함에 불과함에도 말이다. 타블로이드는 물론 BBC나 가디언까지도 우호적이지 않다. 돈이 궁한 그들, 자본과 정치에 영혼을 팔아 목숨을 연명하다 보니 제 갈 길 잃은 지 오래다. 제레미의 적은 외부에만 있지 않다. 노동당 내부에서도 아웃사이더였던 그다. 제레미가 대표가 되자 팔짱을 끼고 돌아앉아 버린 이들도 여럿이다.

사방 적들에 둘러싸인 제레미. 그에 대한 공세는 멈추지도 지치지도 않을 것이다. 5년, 긴 여정이 남았다. 5년 후 제레미와 노동당은 집권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새로운 영국을 건설할 수 있을까? ‘인사가 만사’라 했다. 제레미의 사람 중 딱 두사람만 보자.

tom

일단 제레미의 오른팔은 톰 왓슨 (Tom Watson)으로 정해졌다. 1967년생으로 2001년에 국회에 입성한 그는 부대표 경선에 출마해 50.1%에 이르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그는 늘 비주류, 반골이었던 제레미와는 반대로 늘 주류, 성골이었다. 노동당 집권 시기인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 총리 시절 내내 장관에 등용됐을 정도로 말이다. 재미있는 점은 자신을 임명한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 두 총리 모두에게 사임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누구처럼 그도 사람에게는 충성하지 않는가 보다.

그는 청문회 스타이기도 했다. 2011년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 소유의 언론사 기자들이 경찰들에게 뇌물을 주고 일반인부터 각계 유명인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도청 행각을 벌인 사건이 있었다. 그때 그는 머독과 경찰 상부의 거래를 폭로하는 책을 쓰고, 청문회에서는 날카로운 질문으로 머독을 궁지로 몰았다. 그는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은 어둠의 세계처럼 돌아가는 독성조직이며 머독은 마피아 두목이다”고 일갈했다. 그는 그가 청문회 조사위원으로 나서게 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누군가 진실을 밝혀야만 했다. 그들 (머독 소유의 언론사)의 타겟이 될 위험을 각오하고 그들을 상대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의원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내가 해야겠다고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내부고발자와 피해자들이 찾아왔다. 그들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고 나는 도망칠 수 없었다.

제레미 코빈에 반대하는 인사들 가운데는 톰 왓슨을 노동당을 살릴 유일한 대안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가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제레미가 잘못하면 사임을 요구할 확률은 높아 보인다.

mcdonnell

한편 제레미의 왼팔은 존 맥도넬(John McDonnell) 신임 재무장관(Shadow Chancellor of the Exchequer)이다. 그는 제레미와 비슷한 성향의 인물이다. 51년생(64세)으로 노동당 내 사회주의 캠페인 그룹의 리더를 역임했다. ‘공공서비스 민영화 반대 모임’ 회장을 지내며 노동계와 각별한 관계를 맺어온 야성 강한 의원으로 이라크전에 반대하고, 2007년 토니 블레어, 2010년 고든 브라운 총리의 사퇴운동에도 앞장섰다. 그는 긴축 없이도 적자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대안적인 경제 구조를 구축할 것이다. 부자들의 감세를 끝내고 혜택을 줄이며, 세금포탈에 채찍을 가할 것이다. 국민들은 자비로운 척 하면서 말도 안 되는 슬로건과 왜곡된 정보로 사람들을 꼼짝 못 하게 하는 정치인들에게 지쳤다. 우리는 스타벅스, 보다폰, 아마존, 구글 그리고 다른 모든 기업에게 정직하게 세금을 내도록 강제할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노동당에게 부과된, 피할 수 없는 과제를 강조한다.

우리는 부자 엘리트들보다 우리가 경제를 더 잘 이끌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사방팔방이 적이지만 제레미는 외롭지 않다. 적어도 그가 세상에 던진 공약에 호응하는 이들이 많다.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다. 그러니 국민을 보고 뚜벅뚜벅 가면 될 일이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상대는 대대손손 부와 권력을 누려온 상류층 가문에서 태어나 실패를 모르고 자란 명문대 출신들이다. 노동당이든 보수당이든 엘리트 의식으로 똘똘 뭉친, 지고 못사는 계급들이 자본과 언론을 무기로 제레미를 공격할 것이다. 링 위에 올라선 제레미는 오늘날 영국이 직면한 위기와 고통이 그들의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되었음을 알리고 새로운 길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길이 옳은 길임을 증명해야 한다.

톰 왓슨과 존 맥도넬 그리고 29명, 제레미의 사람들이 지혜와 용기가 되어 줄 수 있을까? 그러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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