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포럼

안녕하세요. 뉴스타파 포럼 입니다.

스무살 국회의원, 마흔세살 총리

장정훈 프로필 사진 장정훈 2016년 01월 14일

독립 프로덕션 KBNE-UK 연출 및 촬영감독. 해외전문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한국 독립프로덕션과 방송사들의 유럽 취재/촬영/제작 대행 및 지원. The Land Of Iron 기획/연출

대한민국의 정치는 한마디로 ‘노인정 정치’다.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사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노인정이다. 국회의원 평균 연령이 57.5세다. 60세를 바라보고 있다. 국회가 ‘노인정화’ 되면서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나이제한이 생겼다. 이십 대는 아예 없고, 삼십 대는 천연기념물이다. 사십 대 국회의원들은 좀 있다. 그들을 청년의원이라고 한단다. 그러니 이삼십대는 미성년자 취급을 당할밖에. 아주 옛날, 국회가 지금처럼 고령화되기 전에는 20대도 30대도 국회입성이 가능했다. 얼마 전에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도 26세에 국회에 들어갔다. 그 시절 이삼십대는 사회변화의 주도세력이었다.


고령화되는 한국 정치판과는 대조적으로 영국은 점점 젊어지고 있다. 40대 청년(?)들이 국회에 가득하다. 국회의원 평균 나이가 45세다. 보수당의 평균 나이가 41세, 노동당이 43세, 자유민주당이 47세다.


BBC는 지난해 봄에 시행됐던 총선에서 몇 명의 젊은 국회의원 후보들을 조명했다.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으로 출마한 마하리 블랙은 20살이었다. 그녀는 강력한 노동당 후보 더글러스 알렉산더를 꽤 큰 표 차이로 따돌리고 국회의원이 됐다.


비록 낙선의 고비를 마셨지만 선전한 10대들도 여럿 있었다. 19살인 테일러 믜르는 15살 때 보수당에 입당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친구들은 정치하려면 서른 살은 돼야 한다고 해요. 저는 젊은 사람들은 젊은 사람을 대변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처한 문제를 학생보다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죠. 국회엔 똑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저같이 젊은 사람이 한두 명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8살 르위스 캠벨은 녹색당 후보였다. 그 역시 50대 국회의원이 10대를 제대로 대변할 수 없다고 믿는다. 그가 국회의원에 나선 이유는 정치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주며, 정치인들이 매일 우리 모두의 문제를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젊은(혹은 어린) 후보들은 도전정신이 충만하다.


아직 어려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미셸 버로우는 17살에 영국 독립당 (UKIP)의 공천을 받았다. 국회의원은 18살 때부터 가능하다. 그는 선거가 있는 3월이 되면 18살이 되는 터였다. 비록 233표를 얻어 꼴찌를 했지만, 극우 꼴통 정당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거리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18살 솔로몬 커티스는 보수당 텃밭에 노동당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우리 지역은 200년간 보수당이었어요. 이런 지역에 제가 다른 정당의 이름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운동과 음악을 즐기는 지극히 평범한 10대라는 그는 12살 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문득 나라를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들어 출마를 결심했다고.


톰 톤힐은 20살이다. 자유민주당의 공천을 받은 그는 좀 비장하다.




나를 화나게 하는 불평등을 너무 많이 봤어요. 변화를 위해 싸우고자 합니다.



그는 기회는 빈부에 상관없이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젊은 사람들뿐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돕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결과는 3,148표를 얻어 4위. 그의 지역구에서는 13,760표를 얻은 보수당 후보가 당선됐다.


10대도 국회의원 공천을 받는다. 그리고 정말 국회의원이 될 수도 있다. 이거 좀 신선하지 않은가?


영국은 2006년, 국회의원의 연령제한을 21세에서 18세로 낮추었다. 26세에 자유민주당 국회의원이 된 스윈손은 국회가 다양한 나이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채워질 필요가 있다며 연령제한을 16세로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총리의 나이도 낮아지고 있다. 사회는 고령화되고 있지만, 정치는 젊어지고 있다. 1, 2차 세계대전 이후로 가장 나이가 많았던 총리는 윈스턴 처칠 이였다. 그는 65세에 총리가 되었다. 마거릿 대처가 53세였고 존 메이저가 47세, 토니 블레어와 현재의 카메룬 총리가 43세에 총리가 되었다. 정당의 당수들도 40대가 압도적으로 많다.


독일의 안나 루흐만은 19살에 국회의원이 되었고, 오스트리아의 외무장관은 2013년 취임 당시 29세였으며 알렉스 치프라스는 겨우 41세에 난세에 직면한 그리스의 총리가 되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은 언급하는 것 자체가 진부하다. 정치판이 젊어지고 있는 것은 너무 뻔히 보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그 증거는 매일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닫힌 꼰대들의 사회다. 10대와 20대는 물론이요. 30대까지도 어린애 취급을 한다. 젊은이들의 창의력과 도전정신,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은 기득권에 대한 위협이다. 그래서 젊은 치기로 폄훼하면서 다양성은 개나 줘버리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요즘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며 혀를 끌끌 찬다. 그런 입바른 소리도 자기들 몫이라 생각하는 거다. 뭐하나 양보하려 들지 않는다. 그런 이들이 말뚝을 박아버려서 국회는 꼰대 가득한 노인정이 되었다.


이렇게 외치고 싶다.


“젊은이들이여, 분기탱천하라. 꼰대들을 몰아내라. 그것이 그대들이 살길이요 시대의 사명이다!”


“꼰대들은 작작 좀 해 처먹고 집으로 돌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