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 있는 권리

엘튼 존, 차이콥스키, 버지니아 울프, 셰익스피어, 레오나르도 다빈치, 소크라테스, 아르마니, 베르사체 그리고 교황 베네딕토 9세.

세기를 넘어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이 즐겨온 그리고 여전히 즐기고 있는 음악과 문학, 패션, 철학적 사유가 이들로부터 비롯되었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위에 열거한 사람들의 이름에서 어떤 공통점을 발견했기를 바란다. ‘유명인’ 이라고 답한다면 그건 틀렸다고 할 수 없지만, 필자가 원하는 답은 아니다. 아직도 공통점이 뭔지 생각하고 있다면 여기 몇 명의 이름을 더 보태 보겠다.

레이디 가가, 앤디 워홀, 오스카 와일드 그리고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

몇 명의 이름을 더 대보라고 하면 몇 명이 아니라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의 이름을 3박 4일 동안 나열할 수 있다. 하지만 CNN의 간판 앵커 앤더슨 쿠퍼나, 고려의 공민왕, 신라의 혜공왕, 아이슬란드의 총리 요한나 시귀르다르토티르 정도를 언급하는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정치와 경제는 물론 교육과 문학 그리고 예술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간, 인류는 이들이 일궈낸 성과를 누려왔다. 지금도 이들은 세상 곳곳에서 여러분들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1948년 알프레드 킨제이 (Alfred Kinsey)는 인구의 10%쯤 된다고 했고 2000년, 미국의 인구조사국은 2~3%쯤 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002년 갤럽의 조사를 인용해 21%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더 가디언>은 통계청 자료를 통해 그들이 영국 전체 인구의 1.1%, 즉 80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통계마다 편차가 커서 정확한 숫자를 알 길은 없지만, 결코 적지 않은 숫자임에는 분명하다.

미국 보건 조사국 ((The National Health Interview Survey)의 2013년 조사로는 이들의 약 26%가 흡연을 하고, 56%가 운동을 즐기며 덜 뚱뚱한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율은 조금 높지만, 더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호주의 멜버른 대학교는 이들 사이에 자녀들이 더 건강하고, 행복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렇다. 위에 열거한 이름들의 공통점은 단지 ‘유명인’이 아니라 바로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 들이다. 이 세상 많은 사람이 존경하고, 사랑해 마지않는 저 많은 이들이 ‘동성애자’라니 하고 놀라거나, 실망한다면 “당신은 참으로 촌스럽다”는 면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건 그저 “그렇군”하고 받아들여야 마땅한, 별것 아닌 일이기 때문이다.

2004년 미국의 소아학회는 의학저널 <패디아트릭스- Pediatrics>를 통해서 이런 발표를 했다.

성적 지향은 유전, 호르몬의 결과다. 비정상적인 양육이나, 성적 학대, 불운한 인생경험에서 비롯된다는 과학적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네덜란드의 신경과학자 가르시아 팔구에라스와 스와프 (Garcia-Falgueras, Swab) 박사도 비슷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태아의 뇌는 테스테스테론의 영향으로 남성 혹은 여성 쪽으로 발달한다. 인간의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은 자궁에 있을 때부터 우리의 뇌 안에 정해져 있는 것이다. 출생 후 환경이 성 정체성이나 지향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는 없다.

이처럼 과학은 한결같이 동성애도 정상적이고 건강한 성적 지향 중 하나이며 병이 아니라고 한다. 미국의 심리학회와 영국의 정신과의사 학회는 성적인 지향을 전환하려는 시도는 편견과 차별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동성애가 에이즈와 같은 치명적인 성병을 유발한다는 증거 또한 없다. 에이즈는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이다. 바이러스 보균자와의 성적 접촉이 문제일 뿐 성적 취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는 기원전부터 존재해 왔다. 기원전 25세기부터 605년에 이르기까지 강성했던 나라 아시리아의 경전은 동성애 관계를 이성애와 대등한 관계로 보고 똑같이 축복하고 있었다. 오스만 제국은 일찍이 <탄지마트> 개혁을 통해 1858년에 동성애를 합법화했다. 342년에 로마에서 동성애 처벌법이 생기기도 했으나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많은 나라들이 동성애를 인정했으며 차별에 반대했다. 1957년엔 영국에서 울팬덴 보고서(Wolfenden report) 가 발표되었다. 보고서는 “성인 사이에 사적인 동성 간 성행위가 범죄로 취급받으면 안 된다”고 공표하고 있었다. 이후 미국을 포함해 수많은 나라가 동성애 금지법을 폐지하고 차별금지는 물론 결혼까지 허용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동성결혼을 허용한 나라는 유럽선진국을 중심으로 19개 나라에 이른다.

과학은 이미 성과 성적 취향이 후천적인 경험이나, 의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세상엔 ‘남과 여’ 이외에도 무수히 다양한 성이 존재한다는 걸 과학이 증명하고 있다. 성 정체성은 어느 순간 바뀔 수도 있다. 호르몬의 변화로 남자가 여자가 될 수도, 여자가 남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나이가 들면서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로 변하는 경우가 그런 경우다. 내가 만난 동성애자 중에는 그런 사례도 적지 않았다. 특히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아 기르다가 그런 변화를 맞이한 이들은 한결같이 극심한 심리적 고통과 혼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의지로 생물학적인 몸의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그건 이성애자가 의지로 동성애자가 될 수 없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누구나 남자아이 혹은 여자아이를 가질 수 있는 것처럼 누구나 동성애 혹은 양성애자 아이를 가질 수도 있다. 누군가가 낳은 남자아이가 어느 순간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여자가 될 수도 있고 말이다.

동성애자를 성적소수자라고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상대적으로 소수일 수 있지만, 절대적인 수치에서 보면 4억명 혹은 그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동성애자 문제는 화제로 삼을 일도 아니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인정하고 말고 할 문제도 아니다. 종교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그건 그저 이 세상엔 남과 여만 있는것이 아니며 그 사이에 다양한 성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그만인 문제다. 물론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이성애자들과 똑같은 권리와 존엄을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하겠다.

동성애자를 차별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성적인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비과학적이며, 비인도적이다. 폭력적이고 반인륜적인 범죄행위와도 다르지 않다. 당신이 “나는 남자다.” 혹은 “여자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그들도 “나는 동성애자다.” 혹은 “양성애자다.” 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당신이 사랑을 나누는 것과 같이 그들도 사랑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행복을 막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jang

*** 2007년, 리버풀에서 만난 레베카 디트만은 당시 61세의 트랜스젠더였다. 그는 남성으로 태어나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아 기르던 평범한 아빠였다. 그러던 그가 30이 넘어 이혼하고 60을 넘길 때까지 혼자 살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조금씩 엿보였던 여성적 기질이 결혼 이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지면서 더는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었다고 했다. 신체의 위아래로 남성과 여성의 상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그는 세상엔 자신의 성을 정의할 수 있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행인건 이제는 어른이 된 아들이 아빠를 이해하게 되었고 서로 왕래를 할 만큼 가깝게 지내고 있다는 것.

  • 후원자z

    좋은글 고맙습니다.

  • 김광태

    멀리서 잘지내고 있네^^ 기억할라나? 연락 함 줘~

  • 소영

    오랫만이예요.. 장피디님…
    좋은글 잘 읽었어요….
    뉴스타파에서 보니 더 반가워요…
    예전에 병곤선생님이랑 뵈었었는데..
    잘지내시죠?

    • 장정훈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잘 읽으셨다니 감사 합니다. ㅎㅎ

본 글은 뉴스타파 블로그를 통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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