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정권, 아바타정권의 예고된 파탄

민생은 파탄 났는데 헛다리만 짚고 있다. 정치적 자산은 밑천이 다 드러났다. 인적쇄신이나 소통방식은 더 기대할 것도 없다. 이제 그를 지탱하는 건 망국적 지역주의와 ‘단군 이래 보릿고개를 최초로 해결했다’고 하는 사람의 딸이라는 혈통 뿐이다.

그가 한때 한나라당을 탈당해서 홀로 정당을 차린 적이 있다. 탈당 이유가 이회창 총재가 ‘제왕적’ 당 운영을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그가 한 말, 그 얼굴 표정을 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아버지라면 어떻게 했을까 먼저 생각한다.

오래된 일화이지만 지난 2년간 그의 언행을 보면 그 생각에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인사, 개발독재시절의 사고방식, 유신독재시절의 통치방식, 아버지때 사람들, 아버지의 영(靈)적 지도, 아버지의 아바타로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가려고 하니 조기파산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아버지의 영적지도로 21세기 대한민국 이끌 수 없어

그의 인사방식은 철저하게 지역주의에 근거하고 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내 고향사람, 세간에서 ‘십상시’라 부르는 극소수 측근뿐이다. 선출직이야 그렇다 치고 그가 하는 인사는 지역주의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

먼저 대한민국 의전서열 10위를 보자.

1위 대통령(경북 구미)
2위 정의화 국회의장(부산)
3위 양승태 대법원장(부산)
4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부산)
5위 정홍원 국무총리(경남 하동)
6위 김무성 여당대표(부산)
7위 문희상 야당대표(경기도 의정부)
8위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충남 논산)
9위 국회부의장 정갑윤(울산) 이석현(야당몫, 전북 익산)
10위 황찬현 감사원장(경남 마산)

5대 사정기관장의 출신지역도 보자.

황찬현 감사원장(경남 마산)
김진태 검찰총장(경남 사천)
강신명 경찰청장(경남 합천)
임환수 국세청장(경북 의성)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경북 문경)

야당 2명과 충남 출신 1명을 뺀 모두가 영남출신이다. 그런데도 그는 이렇게 말했다.

특정 지역이라고 해서 유능하지도 않고 감당이 안 되는데도 특혜를 받는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유능하고 감당이 되는데도 특정 지역이라고 해서 차별받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역대급 지역감정 선동발언, 지역차별 발언이다.

아버지시대는 경상도 외피를 쓴 만주군들의 세상

그의 아버지가 다스리던 제3공화국(1963.12~1972.10) 때도 최소한의 분칠도 없이 지역주의 인사를 했었다. 아버지가 먹는 문제의 해결과 함께 지역주의와 반공을 통치기반으로 삼은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제치하 36년 동안 조선인 중에서 단 63명만이 일본육군사관학교 4년 과정을 마치고 일본군 장교로 임관했다. 소위는 고등관8등이고, 중위는 고등관7등으로 초임 군수나 판검사와 동급이니 영혼 없는 식민지청년들이 선망하는 직업이었다.

일본 육사를 못가면 차선책이 있었다. 일제의 괴뢰정권인 만주국이 세운 2년제 봉천군관학교와 그 뒤를 이은 4년제 신경군관학교다. 여기를 졸업하면 만주군 장교로 임관했는데 조선인은 딱 66명이었다. 이들 중에서 일제에 대한 충성심을 인정받은 사람은 군관학교 예과를 마친 후 일본육사 본과에 편입학하는 특혜를 받았다. 그의 아버지가 이에 해당한다.

만주군관학교 장교출신 66명 중에서 대한민국 국군의 장군까지 올라간 사람이 28명이다. 그의 아버지는 만주군 선후배와 젊은 정치군인들을 이끌고 군사쿠데타를 일으켰다. 제3공화국 대통령, 국무총리 정일권, 감사원장 이주일, 건설부장관 이한림과 박임항, 교통부장관 백선엽과 박춘식, 국방부장관 임충식, 서울시장 윤태일 등이 만주군 출신이다. 공기업 사장도 여럿 있는데 만주군 고참 김일환은 한국전력 사장을 지냈다.

제3공 최장수 국무총리(1964.5~1970.12)와 제4공 국회의장(1973~1978)을 지낸 정일권의 만주군 이력을 보면 그의 아버지가 명목상 2인자로 삼을 만 했다. 정일권은 만주군 헌병 상위시절 장군진급이 보장된다는 일본 육군대학의 분교격인 만주 고등군사학교에 입학했으나 재학 중 일제가 패망했다. 조선인 중에 이씨 왕공족을 제외하고 육군대학 입학자는 홍사덕, 고등군사학교 입학자는 정일권뿐이었으니 그의 아버지도 부러워할 만주군 경력을 가진 것이다.

망국병 출발은 영남, 결자해지가 해결책

만주군들은 38선 이북 출신이 많았고 군부 내에서 소수파였다. 더구나 일제의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에 부역한 전과도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남로당 활동 전력도 있었다. 정통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집단이었다. 구미출신인 그의 아버지는 통치기반을 경상도에서 찾아야 했다.

1963년 10월 9일 대통령 후보인 그의 아버지는 영남에서 선거유세를 하며 “우리 경상도 사람 대통령으로 한번 뽑아보자”고 외쳤다. 사실 남인과 북인의 본거지인 영남은 조선 영. 정조 이후 중앙권력에서 철저하게 소외되어 있었다. 1~2공화국에서도 야당이었다. 여기에 ‘경상도 대통령’은 수백 년 한을 풀어줄 좋은 기회였다.

다음 날 윤보선 후보 측은 “부산 대구에 빨갱이가 많은데 그 표를 얻으려 한다”고 그의 아버지의 남로당 경력을 끄집어 냈다. 이 선거에서 원조 지역주의가 원조 색깔론에 완승을 거두었다. 1965년 5월 서독을 방문한 이효상 국회의장은 “현 정권은 경상도 정권”이라고 공개선언을 한다.

이렇게 해서 그의 아버지는 경상도 외피를 쓴 만주군들의 세상을 만들었다. 통치 18년 동안 한쪽에 특혜를 주려니 한쪽은 철저하게 희생양을 삼아야 했다. 지역주의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지역주의로 대항했다.

요즘이야 너나할 것 없이 정치를 하려면 지역주의를 앞세우지만 망국병의 출발이 그의 아버지와 영남인 것은 틀림없다. 결자해지 외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 지역주의 덕분에, 그 혈통 덕분에 딸은 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의 임기는 2015년 1월 19일을 기준으로 잡으면 1130일이 남았다. 제20대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는 2017년 12월 21일을 기준으로 하면 1067일 남았다. 그래도 시계는 돌아간다.

좋은 소식. 취임2주년 기자회견을 계기로 그를 굳건히 받쳐주던 대구경북이나 장년층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어두운 소식. 요즘 자칭 진보나 중도를 표방하는 정치세력이 하는 꼴을 보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게 참으로 다행이다.

그런데 정말로 2017년 대선에서는 지역주의 선거가 종식될 수 있을까?

  • 구름

    면면을 보아 한가지 위안이 되는 점은 10년안에 골로갈 연세들이란 거입니다.

본 글은 뉴스타파 블로그를 통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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