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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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과 반기문은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신명식 프로필 사진 신명식 2015년 11월 30일

현재 농부 겸 ㈜으뜸농부 대표. 신문사 편집국장을 지낸 후 귀촌했다. 유기농 농사를 짓는 한편 농부들이 생산 가공 유통을 직접 해야 농촌이 살 수 있다는 믿음을 협동조합과 영농법인 등을 통해 실천에 옮기고 있다.

외신에서는 ‘무능하다’ ‘유엔을 무용한 기구로 만들었다’고 비판하지만, 국내에서 그의 인기는 따를 사람이 없다. 어느 당 후보로 출마해도 김무성 문재인 박원순 등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들과 양자대결에서 이긴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사실 국내에서 그의 능력이 제대로 검증된 적이 없다. 아니, 검증된 것이 하나도 없다. 무얼 잘할 수 있는지도 그저 깜깜이다. 그런데도 다수의 유권자가 그를 가장 유력한 국가지도자로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을 가장 잘 다루는 사람


그가 언론을 다루는 기술은 정말로 탁월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언론을 잘 다루었다고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그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가 외교부 장관 시절. 4자회담이 열리기 직전 언론사에 연락이 왔다. 편집국장 보도국장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백브리핑을 하겠다는 것이다.


신문방송사 보도책임자를 촉박하게 한 자리에 모두 모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장 정도가 이런 간담회를 가진다. 그런데 ‘일개’ 장관이 그런 자리를 갖겠다고 했다. 전무후무한 일이다. 4자회담의 중요성으로 보아 초청대상자 대부분이 참석했다. “4자회담이 열리기 전에 그 배경과 전망을 국장님들께 미리 설명해 드리는 게 보도를 하는 데 필요하실 것 같아서 여러분을 모셨다.”


사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으면 보도의 방향을 잡는데 현장 감각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런데 외교부출입기자들보다 먼저 국장들에게 설명을 하겠단다. 내심 반갑고 고맙다. 그는 각 언론사 외교담당 논설위원, 정치부장과 두 차례 더 이런 자리를 가졌다.


그가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출국을 앞둔 그에게 많은 언론사들이 인터뷰 요청을 했다. 특정 언론사와만 인터뷰를 하면 자칫 다른 언론사의 원성을 살 수 있다. 이런 경우 방송사 하나, 일간지 하나, 인터넷언론사 하나, 지방지 하나 이런 식으로 안배하거나 아예 공동인터뷰로 처리한다.


그는 외교부에 출입하는 모든 언론사 기자와 ‘단독인터뷰’를 했다. 당시 외교부 출입기자가 30명은 됐을 텐데 10분 간격으로 만났다. 할리우드 스타가 신작 개봉을 앞두고 한다는 릴레이 인터뷰를 그가 했다.


대부분 질의는 사전 서면으로 처리하고, 대면인터뷰에서는 두 가지 질문을 받았다. 사진 찍고 두 가지 질문받고 종일 그 일을 했다. 진이 빠질 법도 하지만 그는 연신 웃으며 그 일을 치러냈다. 그 덕에 모든 언론사가 ‘단독인터뷰’ 이런 얄팍한 제목을 붙일 수 있었다.


그는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다시 편집 보도국장들을 초청했다. 덕담을 나누는 훈훈한 자리였다. 유엔 사무총장이 그 바쁜 시간을 쪼개어 초청했으니 국장들이 마다할 일이 없었다.


필자는 그가 언론창달의 역사적 사명을 안고 이 땅에 태어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언론과 매끄러운 관계를 유지하는데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언론의 속성을 간파하고 그를 잘 활용한 덕분에 그는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는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한국 언론은 그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보도하는 것을 외면했다.



친박진영의 장기집권에 최상의 파트너


걸그룹 인기투표로 치면 ‘넘사벽’ 수준인 그가 차기 대선에 뛰어들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하지만 충청권을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집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는 야권에 일말의 부채의식이 있다.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된 후 귀국해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만났을 때 그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합니까?”라고 했다. 그 정도 수준의 부담이다. 박지원 의원은 그에게 ‘뉴DJP연합’을 제안했지만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다.


평생 외교관으로 살아온 그에게 이원집정부제의 대통령은 탐낼만한 자리다. 김무성 대표가 후보가 되는 최악의 상황을 면할 뿐 아니라 지역주의에 기반을 두어서 장기집권을 노리는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도 그는 매우 매력적인 파트너다. 이원집정부제로 가든 대통령제로 가든 그와 친박세력의 연합은 상당히 현실성이 있다.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다. 상왕-얼굴 대통령-책임총리 체제가 결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양손에 떡을 든 그가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만나 북핵문제를 풀어낸다면 청와대 문턱에 한 발은 걸친 셈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의 방북이 지연되는 것을 보면 북한이 일찌감치 그의 손을 들어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북한 입장에서는 ‘햇볕정책’ 같은 부담스러운 것을 들고나오는 정권보다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할 정권이 상대하기 쉬울 것이니 여러모로 그와 친박세력에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것 같다.


이 모든 게 신기루를 만들어온 언론의 책임이 크다. 그러니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언론이 결자해지하면 된다. 그만 신기루를 걷어내고 그의 참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