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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은 쿠팡보다 기저귀를 싸게 사는 곳이 있다

신명식 프로필 사진 신명식 2016년 04월 29일

현재 농부 겸 ㈜으뜸농부 대표. 신문사 편집국장을 지낸 후 귀촌했다. 유기농 농사를 짓는 한편 농부들이 생산 가공 유통을 직접 해야 농촌이 살 수 있다는 믿음을 협동조합과 영농법인 등을 통해 실천에 옮기고 있다.

요즘 청년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이라는 국가, 지방직 공무원의 숫자가 무려 100만 명이 넘는다. 평균연봉이 세전 5,892만 원이다. 여기에 부양가족과 근속연수에 따라 비과세로 지급되는 복지포인트 예산이 연간 1조3,000억 원이나 된다. 세금으로 이 정도 대우를 해주는데 이들은 내수경기 활성화에 어느 정도나 기여를 할까?


정치권이 공무원 채용 숫자를 늘리고, 대기업에 청년의무고용할당제를 실시하겠다고 하지만 그림의 떡이고 실현 가능성도 희박하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 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가 있다. 청년이나 조기퇴직자들이 창업하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안착하도록 돕는 일이다. 청년들이 창업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팔려고 해도 현재의 유통체계에서는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창업의 첫 번째 장벽- 소셜커머스의 출혈경쟁


유통 생태계는 날로 급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0월 온라인쇼핑 판매액은 43조6046억 원이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 판매액 40조2734억 원보다 3조3312억 원이나 많다. 이 기간에 온라인쇼핑몰 판매액은 전년 동기보다 19.4% 증가한 반면 대형마트는 2.2% 늘어났다.


온라인쇼핑몰이 이렇게 성장하는 데는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소셜커머스 업체의 출혈경쟁이 큰 역할을 했다. 소셜커머스 시장은 2010∼2014년 연평균 360%씩 성장했다. 반면 옥션 G마켓 같은 오픈마켓들은 정체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프라인의 선두주자인 이마트(연 매출 13조6,400억 원)와 온라인의 선두주자인 쿠팡(1조5,000억 원)의 최저가경쟁이 치열하다. 쿠팡은 오픈마켓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직매입 비율이 87.4%에 달한다. 헐값에 납품을 받아서 0.13%의 마진을 붙여 출혈판매를 하고 있다. 두 유통공룡의 싸움에 제조업체와 납품업체의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



창업의 두 번째 장벽- 특별한 사람만 이용하는 폐쇄몰


공무원이나 대기업 임직원 같은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은 자기들만의 특별한 쇼핑공간이 있다. 이런 곳을 폐쇄몰이라고 부르는데 대표적인 곳이 삼성애버랜드 계열사인 웰스토리몰이다. 삼성 임직원만 아이디와 비번을 받아서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국방부복지단과 계약을 해서 직업군인도 이용할 수 있다.


폐쇄몰 숫자를 580개 정도로 보는데 규모가 가장 큰 게 이지웰페어, 베네피아, e-제너두, 웰스토리몰이다. 베네피아는 재벌계열사인 SK플래닛이 운영하고 있으며, e-제너두는 자체 홍보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와 KT 등 640개 고객사 92만 명 임직원이 이용한다고 한다.


제조업자나 납품업자들은 어떤 대기업이 어떤 폐쇄몰을 직접 운영하거나 이용하는지 알 수 없으니 이런 거래를 연결해 주는 밴더가 성업 중이다.


폐쇄몰 운영업체의 마진은 10~20%, 벤더마진은 5~10% 정도다. 이렇게 높은 판매수수료를 주는데도 판매가는 인터넷 최저가보다 5~10% 싸게 책정된다. 유통망을 장악한 자들의 슈퍼갑질이다.


제조업체나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일반소비자를 상대로 돈을 벌어서 특별소비자에게 울며겨자먹기로 특혜를 주는 셈이다.


폐쇄몰은 리베이트가 오가는 창구 역할도 한다. 제약회사에서는 의사, 약사에게 리베이트를 주는 대신 폐쇄몰의 포인트를 준다. 이런 변종리베이트는 몇 해 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단속한 적이 있지만,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다.



창업의 세 번째 장벽- 통신사와 카드사의 폭리


청년이나 조기퇴직 창업자들이 이런 유통체계를 벗어나서 직접 플랫폼을 만들면 그 또한 높은 장벽이 있다.


영세 온라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소비자가 핸드폰으로 소액결제를 하면 결제대행사와 통신사가 자기 몫으로 챙겨가는 수수료가 실물은 판매가의 5%(부가세별도), 실물이 없는 아이템은 9%다. 그것도 자그마치 3개월 후 결제다.


영세온라인사업자의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는 3.2~3.4% 수준으로 오프라인 가맹점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다. 요즘 연매출 2억 이하 영세가맹점의 카드수수료는 0.8%, 3억이하는 1.3%다. 정치권도 식당이나 편의점처럼 눈에 보이는 영세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 인하는 열심히 챙겨주는데 영세온라인사업자의 어려움은 알지도 못한다.



폐쇄몰의 불공정행위를 전면 조사하라


정부나 정치권은 청년창업 이야기만 하오면 정책자금을 지원하겠다, 공공조달을 늘리겠다, 이런 소리를 한다. 실력 있는 창업자들은 그런 것 필요 없다. 다만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장만 해줘도 된다.


당장 특권층이 이용하는 폐쇄몰에 대한 전면 조사를 해야 한다. 어떻게 불공정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변종리베이트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통신사나 카드사가 가져가는 결제수수료에 대한 원가조사도 시급하다. 이에 따른 합당한 수수료율이 책정되어야 한다.


특히 연봉, 고용보장, 복지 포인트, 연금 등 온갖 혜택을 누리는 공무원들도 국민과 관계를 생각하는 착한 소비를 하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디테일을 잘 챙기는 게 진짜 경제민주화고 민생 챙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