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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연확대, 답이 나왔는데 왜 헛다리짚나

신명식 프로필 사진 신명식 2016년 08월 26일

현재 농부 겸 ㈜으뜸농부 대표. 신문사 편집국장을 지낸 후 귀촌했다. 유기농 농사를 짓는 한편 농부들이 생산 가공 유통을 직접 해야 농촌이 살 수 있다는 믿음을 협동조합과 영농법인 등을 통해 실천에 옮기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야말로 무능과 부도덕, 불통 외에 달리 설명할 게 없으니 벌써 차기 대선에 거는 희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소위 친박진영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잘 포장하여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내세우기로 마음을 먹은 모양이다. 지금이야 친박이나 비박이니 다투어도 보수진영은 밥그릇이 깨질 것 같으면 일단 하나로 뭉칠 것이다. 이들은 밥그릇부터 확보한 다음에 나눠 먹을 생각을 한다. 권력을 놓치면 얼마나 무서운 지 알기 때문이다.


반면 소위 진보진영은 빈 밥그릇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싸우다 쪽박을 깨는데 능하다. 범야권의 주자라고 해보아야 문재인 15% 안팎, 안철수 10% 안팎, 그리고 박원순 김부겸 손학규가 5%를 넘지 못하니 그 누구도 혼자 힘으로 집권은 불가능하다. 각각 지지자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졌으니 1 더하기 1이 2가 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 누구든 호남의 전략적 선택에 따른 일방적 지지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설사 호남이 똘똘 뭉쳐 지지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독자집권은 불가능하다.



수도권 새누리당 지지자 32.7%가 이미 이탈


뻔한 이야기이지만 승패는 상대방 표를 얼마나 가져오느냐에 달려있다. 범야권의 후보를 고르는 예선전에서도 밖에 나가서 돈 잘 벌어오는 사람에게 힘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저마다 외연확대를 외친다. 외연의 실체가 있어야 그 마음을 어떻게 얻을지도 나올 게 아닌가. 그 외연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답은 이미 지난 총선에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영남에서 약진한 것도 외연의 확대라고 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주목할 것은 수도권 유권자의 선택이다.


그를 입증하는 자료가 내일신문과 서강대정치연구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서 조사한 패널조사 결과다. 총선을 전후해서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 실시한 패널조사는 일반 여론조사보다 신뢰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패널조사 결과를 보면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에 투표했던 수도권 유권자 중에서 62.9%는 20대 총선에서도 여전히 새누리당 후보를 찍었지만, 무려 32.7%가 야당으로 빠져나갔다. 더불어민주당이 15.6%, 국민의당이 15.6%, 정의당이 1.5%를 가져갔다. 반면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표를 주었던 유권자 중에서 8.6%를 뺏어갔을 뿐이다.


하지만 정당투표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새누리당 이탈표 32.7% 중에서 27.8%가 국민의당으로 쏠렸고 더불어민주당은 고작 9.8%를 얻었다. 이렇듯 새누리당 지지층의 대거 이탈 덕분에 수도권 122석 중에서 야권이 85석, 여권이 37석을 얻는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당은 정당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이겼다는 사실에 환호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보수층의 투표성향이 1번에서 2번으로 바로 가지 않기 때문에 중간지대인 국민의당이 필요하다는 가설을 깼다는 점이 위안일 것이다. 이 모든 게 새누리당을 이탈한 수도권 유권자 덕분이다.



그래도 근본을 잃지는 말자


많은 정치인들이 자신이 외연확대의 적임자라고 주장하지만 헛다리 짚고 있는 것 같다. 문재인을 아무리 많은 사람이 마음씨 좋은 아저씨라고 생각한들 그것만으로 외면확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그의 주변에는 집안 단속을 잘해서 3자필승론으로 가자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안철수가 겨냥하는 외연은 여전히 애매한데 반기문이 등장하자 그나마 쪼그라들었다. 손학규는 후보가 되기 위해서라면 신당창당도 불사할 것 같은데 그가 정치권 새판을 짜야 한다고 주장한들 외연확대가 되는 건 아니다. 박원순은 이미 대선 도전을 결심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 같은데 시장 임기가 2018년 6월 말이니 이것부터 해결해야 한다. 김종인이 말하는 외연은 전략적 모호성을 기반으로 막장 종편에 빠져있는 사람들까지 겨냥하고 있으니 실현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전략적 모호성을 유권자가 신뢰할 것 같지 않다.


대선주자들이 전방부대를 방문해서 안보를 강조하고, 전통시장을 찾아서 어묵을 먹는다고 외연이 확대되는 건 아니다. 종일 종편을 틀어놓는 경로당에 앉아 있는 노인층에 복지확대를 약속한다고 외연이 확대되는 게 아니다. 공시족이라는 망국병이 만연한데 공공부문 채용을 늘리겠다는 사탕발림을 한다고 외연확대가 되는 게 아니다.


진짜 외연확대는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이탈한 수도권과 영남 유권자들이 자신의 선택을 실망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들이 진저리를 쳤던 박근혜 정권의 무능 부도덕 불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외연확대다.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파악하고 대안을 찾는 것이 진짜 외연확대다. 수권 야당은 전통적인 지지층과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이탈한 사람들이 공생공존할 만큼 바뀌어야 한다. 외연을 확대한다면서 근본을 잃어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외연은 신기루가 아니다. 이미 실체가 드러났고 그 위력도 확인됐다. 많은 주자들이 열심히 경쟁하는 가운데 중심을 튼튼히 세우고 외연을 가장 잘 확대하는 후보에게 쏠림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어떻게 해야 저 무능하고 부도덕한 정권을 끝장낼 수 있는지 유권자들이 이미 경험을 했고 실천을 했는데 무슨 걱정인가. 다만 죽 쒀서 개 주려는 정치인만 경계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