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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에 유리한 여론조사, 좋아할 일이 아니다.

신명식 프로필 사진 신명식 2017년 01월 17일

현재 농부 겸 ㈜으뜸농부 대표. 신문사 편집국장을 지낸 후 귀촌했다. 유기농 농사를 짓는 한편 농부들이 생산 가공 유통을 직접 해야 농촌이 살 수 있다는 믿음을 협동조합과 영농법인 등을 통해 실천에 옮기고 있다.

생산에는 참여하지 못하며 복지와 분배에는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노인층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정치적 지분도 날로 커지고 있다.


2012년 말 대선 당시 유권자는 4,050만7천 명이었다. 작년 말 기준 유권자는 182만 명이 늘어나서 4,232만329명이다. 연령별 구성도 많이 바뀌었다. 19세, 20대는 10만 명 증가, 30대는 62만 명 감소, 40대는 현상 유지, 50대 64만 명 증가, 60대 이상 170만 명 증가다. 60대 이상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23.9%인 1,013만4728명이나 된다. 이들의 투표율은 평균보다 5%P나 높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표차가 108만 표였으니 이런 인구변화는 정권교체에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60대 유권자 4년 전보다 170만 명 늘어나


이것만이 아니다.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대학교 1학년과 사회초년생 60여만 명 중에서 40만 명 정도가 투표권이 없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선거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으니 이대로 가면 18살 투표권은 고사하고 19살의 3분의 2가 투표를 못 할 판이다.


이렇게 연령별 정치성향이나 투표율을 보면 유권자 구성은 보수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야권에 유리하게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만 보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예선만 통과하면 받아놓은 밥상이라고 생각하고 마이너스 정치를 할 때가 아니다.


지금 여론조사에는 기댈 부모도 없고, 미래는 불안하고, 빈곤한 노인들의 마음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는 기초연금 20만 원 지급 공약으로 노인표를 긁어모았다. 이렇게 생산은 젊은이들이 하고, 선거는 노인들이 결정하는 비정상적 나라가 되어서는 안된다.


세대갈등을 조절할 능력이 있는 정상적인 국가가 되려면 노인을 위한 복지와 함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노인들도 땀 흘려 일을 해야 건강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노인에게 제공하는 일자리는 너무나 열악하다.


고용노동부 워크넷에 들어가 보면 장년을 우대하는 일자리, 장년층이 주로 찾는 일자리가 있다. 경비원 택배원 간병인 주차관리 및 안내원 환경미화원 가사도우미 매표원 주차운전원 사회복지보조원 물건 및 이삿짐운반원이 열거되어 있다.


전국의 개인 및 법인택시에 종사하는 기사는 27만7000명인데 이 중 19.5%가 65세 이상 고령자다. 고령 택시기사가 일으키는 교통사고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빈곤 노인들은 이렇게 험한 일자리를 찾아다닌다.


비교적 손쉬운 공익형 일자리가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를 취업이 아닌 자원봉사로 분류하고 있다. 정부가 노인 노동력 착취를 정당화하고 있는 셈인데 이것부터 고쳐야 한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에 청년창업지원사업은 있어도 노인창업지원사업은 없는데 이런 것도 발상을 바꿔야 한다.



세대갈등 조절 능력 갖춘 정상적 국가 만들어야


농촌은 노인에게 건강하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제공할 수 있는 곳이다. 60대인 필자도 8년 전 귀농해서 유기농업을 하며 인터넷 유통망을 만들어서 평생자립기반을 마련했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지만 일을 하기 원하는 노인에게 도시농부는 건강한 일자리가 될 수 있다. 해마다 4월 말이면 전남 보성군 회천면은 학교급식용 감자를 캘 인력을 찾느라 난리다. 회천은 육지에서 감자를 가장 빨리 수확하는 곳이다. 밭 주인들은 다른 지역 감자가 나오기 전에 출하를 끝내기 위해 마음이 급하다. 농기계가 황토를 파헤치며 앞으로 나가면 여자들은 손으로 감자를 거두어 상자에 담으면 된다. 남자들은 감자 상자를 손수레에 실어 나른다. 초보자도 수확의 즐거움을 누리며 할 수 있는 일이다.


농촌 지역의 기본 일당은 여자 6만 원, 남자 8~9만 원이지만, 일손이 달리는 경우에는 웃돈이 붙는다. 딸기, 토마토, 오이, 블루베리, 고추, 사과, 감귤 등 봄부터 가을까지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는 밭은 전국에 널려 있다. 일부 지자체는 외부 인력을 쓰는 농가에 식대와 교통비 일부를 지원하기도 한다. 문제는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일손을 필요로 하는 농가를 연결해 주는 시스템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5년부터 6개 권역 16개 지자체와 협력하여 농산업인력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웹사이트(www.agriwork.kr)를 통해 지역센터 연락처를 확인하고 상담을 해야 하니 고령자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연간 1,600개 농가, 1만4000명 구직자에게 6만5000개 일자리를 알선했다고 하는데 노인 인력이 풍부한 서울시나 경기도와 함께 보완방안을 찾으면 좋을 것이다.


범야권이 개헌, 권력구조 개편, 적폐청산이라는 거대담론에 빠져 국민의 구체적 생활을 소홀히 하면 노인들의 대반란에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이런 불길한 기운을 감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세력만이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